올해 다시 경신된 프로야구 인기
대구 라팍 등 연일 매진 행렬에
평범한 시민, 표 구하기 어려워
최근 ‘스위트박스’ 논란 돌아보며
암표 전쟁만큼 특권도 경계해야
노진실 체육팀장
"요즘 야구장에서 야구 한번 보기가 너무 힘들다." 대구의 한 70대 삼성 라이온즈 팬이 씁쓸하게 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티켓팅 전쟁 때문이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면서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 위해선 이른바 '광클'이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고, 속도전에 밀리는 사람들에게 '직관'은 사치가 됐다.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연일 경신하면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랜 야구 팬인 기자도 최근 우리나라의 야구 인기가 새삼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올 시즌 누적 총관중은 1천277만5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관중 수(1천231만2천519명)를 뛰어넘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 12일엔 대구 라팍(2만4천명)을 비롯해 서울 잠실구장(2만3천750명),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2만500명) 등 3개 구장이 모두 매진 행렬을 보였다.
이 같은 야구의 인기 때문일까. 지난해 대구시가 고향사랑 기부를 하면 라팍 야구 관람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이벤트 시작 몇 시간 만에 조기 마감된 일도 있었다. 당시 대구시 관계자는 "야구 인기가 높은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는 몰랐다. 실제 이벤트 관련 문의전화도 많이 왔다"고 했다.
야구의 인기는 한동안 식지 않을 것이고, 시민들에게 표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수요가 넘치는데 공급이 부족하면 각종 부작용이 생겨날 수밖에.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은 올해도 역시 '암표와의 전쟁'을 천명했다.
가을야구 시즌을 맞아 부정 판매를 억제하고, 야구팬들의 공정한 관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각종 암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문체부는 "스포츠 팬들이 암표 의심 사례를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며, 신고 방법을 소개했다.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선 기관의 단속만큼이나 시민의 적극적 제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기자가 지난해 연속 보도한 '대구시 보유 라팍 스위트박스(suite box·스윗박스) 부적절·특혜 사용 의혹' 기사도 시민의 결정적 제보가 시발점이 됐다.
스위트박스는 독립적인 공간에 냉·난방기와 냉장고, TV, 테이블 등이 설치된 야구장의 '프리미엄 관람석'이다. 연 회비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특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다. 대구시는 일종의 공공재인 스위트박스를 두 곳 보유하고 있다.
그런 대구시의 스위트박스가 취약계층이나 지역사회 공헌자 등을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이면 좋으련만, 간혹 삐걱거릴 때도 있었다. 지난 2025년 여름, 라팍을 찾았던 한 평범한 시민이 시 보유 스위트박스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쓰이는 듯한 모습을 목격하고 근거 자료로 남겼다. 그때의 상황과 참가자들을 봤을 때 '현안 관련 간담회'라는 설명은 참으로 궁색한 것이었다. 보도 이후 적잖은 시민이 물었다. "대체 왜 그런 간담회를, 왜 그 사람들이, 왜 스위트박스에서 하는가."
이후 대구시는 스위트박스가 사적·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본래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보완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상황 속에 특권과 반칙은 언제든 똬리를 틀고 공동체의 건강한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향유해야 할 스포츠 경기장에서 '암표와의 전쟁'만큼, 아니 그보다 중요한 것은 '특권과의 전쟁'일 것이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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