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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서] 시대의 모습을 해체하다…이지현 개인전 ‘다른 무엇보다 아름다운 죽이기’

2026-10-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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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신문·의상 해체한 작품 선봬
대중과 소통하며 새로운 조형 실험

최근 갤러리분도에서 만난 이지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윈도우 프로젝트에 대해 옷·책·신문 등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구조물을 하나씩 연결하면서 그 안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최근 갤러리분도에서 만난 이지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윈도우 프로젝트에 대해 "옷·책·신문 등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을 하나의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구조물을 하나씩 연결하면서 그 안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유리상자 안에 신문과 책, 의상, 사진이 한데 어우러졌다. 한쪽에는 해체된 드레스가 걸려 있고, 노란 받침대 위에는 뜯어진 책과 옷이 놓였다. 뒤편에는 일상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과 'BTS IS BACK'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신문이 걸려 있다. 서로 다른 재료를 한 공간에 넣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책과 신문, 의상 등을 해체해 작품을 제작하는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 '다른 무엇보다 아름다운 죽이기'가 오는 30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인 '죽이기'에는 기존의 것을 해체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정종구 대구도시미술광장장은 전시 평론에서 "책은 과거에서 현재의 실천에 이르는 견고한 현실 세계의 집합체다. 이지현은 책을 세계의 상징으로 설정했고, 그에게 있어 책은 변화의 대상으로서 세계와 동일해진 것"이라며 "'죽이기'는 '변화'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움'이라는 가치 지향에 기반을 둔 행위"라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22점가량의 작품이 나왔다. 대부분 책을 활용한 작업으로, 오래된 서적과 잡지 등을 한 장씩 뜯어내고 재조합한 작품들이다. 작가에게 책은 한 시대의 지식과 가치관을 담은 기록물이다. 과거 도덕책이나 교련책을 해체했던 것도 그 안에 당시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문 작업 역시 시대의 주요 사건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비상계엄과 같은 정치적 사건부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BTS의 활동까지 소재로 삼는다. 주요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신문을 구입해 모아두고, 자신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기록을 골라 해체한다.


이 작가는 "제가 풍경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시대의 모습을 통해 자화상을 그려왔다"며 "우리 시대가 이렇다고 규정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 아름다움과 대중과의 소통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자신이 읽거나 소장한 책을 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작품에 색채를 활용하는 시도도 늘었다.


그는 "예전에는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중요했지만, 사람들이 어려운 개념보다 쉽고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에 반응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품이 소통의 매체가 되려면 저 혼자 즐기는 작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작업의 소재와 표현 방식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촬영한 풍경 사진을 해체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윈도우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책·신문·의상·사진을 하나의 구조물에 결합한 설치작업으로, 개별 구조물을 모듈처럼 연결해 확장할 수 있다. 구조물마다 특정 인물의 삶과 기억을 담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이 작가는 "미술관 같은 공간에서 여러 구조물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며 "예전에는 재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개념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이지현 작. 권혁준기자


기자 이미지

권혁준

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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