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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열풍에 늘어난 대구 황톳길…조성 뒤엔 ‘관리 난항’

2026-10-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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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2년 주요 공원 잇따라 4곳 조성
두류 황토체험장 관리예산 없이 수년째 방치
시설 노후, 안전 문제…“조성 전 지속가능성 따져야”

7일 낮 대구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인근 황토체험장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황토 바닥은 굳어 갈라졌고 체험시설에는 건축자재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경모기자

7일 낮 대구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인근 황토체험장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황토 바닥은 굳어 갈라졌고 체험시설에는 건축자재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경모기자

지난 7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인근 황톳길(황토가 깔린 길). 황톳길 바닥은 물기 없이 굳어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그늘막에는 때아닌 시멘트 포대와 벽돌 등 건축자재가 쌓여 있었다. 주변에는 빈 생수병과 담배꽁초가 즐비했다. 인근 수도시설은 꼭지가 없어 사용조차 할 수 없었다. 외곽 장식벽은 타일이 떨어져 내부 벽돌이 그대로 드러나 위험해 보였다. 주민 김한빈(여·29)씨는 "매일 산책로를 도는데, 황톳길 바닥은 오랫동안 굳어 있었다. 빗물도 자주 고여 있고, 자재와 쓰레기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었다"며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정비하든지, 관리가 어렵다면 위험한 시설이라도 철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낮 대구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인근 황토체험장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황토 바닥은 굳어 갈라졌고 체험시설에는 건축자재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경모기자

7일 낮 대구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인근 황토체험장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황토 바닥은 굳어 갈라졌고 체험시설에는 건축자재와 쓰레기가 쌓여 있다. 구경모기자

이날 취재진이 살펴본 황톳길은 사실상 제 기능을 잃은 모습이었다. 약 2시간 동안 이용객 수를 직접 확인한 결과, 황톳길을 이용한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두류공원 일원 산책로가 사람들로 붐빈 것과 달리, 약 450m 길이 맨발 황톳길을 비롯해 인근 황토체험장·황토불장·세족장 등 모두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취재진이 이곳을 운영관리 중인 두류공원사무소 측에 문의한 결과, 이 황톳길이 2022년 두류공원 금봉산 산책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후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황톳길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맨발로 걷는 흙길과 달리 황톳길은 비나 건조에 취약해 황토 보충과 살수, 배수 정비 등 유지 보수에 더 많은 비용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류공원사무소 김선희 소장은 "황톳길 일대를 정비하기 위해 별도로 책정된 유지관리비가 없어 시설 관리에 좀처럼 힘을 쓸 수가 없다. 예산이 없으니 보수 작업 자체가 안 되고, 이를 담당할 인력을 보충하기도 힘든 편"이라며 "올해 남은 예산을 활용해 훼손된 장식벽을 철거하고, 황토를 보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민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편의시설일수록, 지속가능한 운영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대규모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나 예산 심의 등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지만,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시민 편의·복지시설은 유행이나 일부 주민 수요에 따라 쉽게 조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사업 추진 전 실제 수요와 지속가능성, 향후 관리 문제까지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사업 후엔 시설 노후화로 안전 문제가 우려되거나, 이용 실태가 저조한 곳에 대해 개선·보수가 충분히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13일 오후 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토산책로에서 공원 직원들이 맨발 이용객이 밟은 쇠붙이를 제거하기 위해 괭이로 황토를 파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13일 오후 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토산책로에서 공원 직원들이 맨발 이용객이 밟은 쇠붙이를 제거하기 위해 괭이로 황토를 파내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두류공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대구시와 일선 구·군에 확인한 결과 지역에 조성된 황톳길은 총 4곳이다. 2018년 율화체육공원에 처음 황톳길이 지어진 후 봉무공원(2019년), 대구수목원(2021년), 두류공원(2022년)에 차례로 들어섰다. 이중 지난 13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대구 동구 봉무공원 황톳길(황토산책로)의 경우 두류공원보다 사후관리 측면에서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었지만, 길 곳곳에 황토 및 노면 유실 등으로 정비가 필요한 곳이 적잖았다. 이날 봉무공원 황톳길은 앞서 내린 비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물이 고이지 않은 구간은 황토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떨어진 낙엽이 길 곳곳을 뒤덮었다.


순간 취재진 옆에서 황톳길을 걷고 있던 이동규(65·대구 달서구 용산동)씨가 갑자기 "날카로운 게 있다"고 주변에 알렸다. 웅덩이에 가려진 날카로운 쇠붙이를 맨발로 밟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 이에 공원 직원들이 괭이로 황토를 파냈다. 이곳에서 반 뼘 길이의 쇠붙이가 나왔다. 황토 아래 깔린 야자 매트를 고정하는 도구였다. 발바닥 피부 일부가 까진 이씨는 취재진에게 "걷다가 날카로운 것을 밟았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며 "나는 발바닥이 두꺼워 그나마 이 정도지만, 다른 사람이 밟았다면 더 다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황톳길 전체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 황토포장길에 빗물이 고여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13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 황토포장길에 빗물이 고여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같은 날 오후 찾은 동구 율하동 율하체육공원 황톳길(황토포장길)도 매한가지. 약 60m 길이의 마른 황톳길과 진흙형 황톳길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다. 시민들이 앉아 황토 족욕을 즐기는 플라스틱 의자는 상당수가 낡거나 갈라진 상태였다. 좌판에 황토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경우도 허다했다. 관리 주체인 동구청은 황톳길 특성상 상시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도시공원과 이성재 과장은 "황톳길만 별도로 상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공원 전체를 관리하면서 인부를 통해 주기적으로 황토를 보충하거나 관수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바람이 많이 분 뒤에는 이용객 출입을 통제하고 낙엽을 걷어내기도 하지만 매일 쌓이는 나뭇가지와 낙엽까지 일상적으로 모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선 황톳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리 부실과 안전 문제에 대해 지자체들이 경각심을 갖고, 시설 전반에 대한 유지·관리 시스템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구경제실천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황톳길 같은 편의시설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거닐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각종 논란이 생겼다고 무조건 관리예산을 추가할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나 편의성 문제인지, 시설 자체의 수요가 부족한 것인지부터 정확히 진단해 정비나 운영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장기적인 운영·관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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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대구 서구와 북구를 맡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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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민

당신의 친절한 이웃, 동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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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원

영남일보 홍예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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