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1016021402115

[TK 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⑩·끝] 에필로그

2026-10-16 11:25
  • 가
  • 가
  • 가
  • 가
  • 가

“지역마다 거점으로서 고유한 역량 바로 세울 때 통합 완성”

지난 12일 대구 중구 빈칸에서 열린 TK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 그룹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윤호기자

지난 12일 대구 중구 '빈칸'에서 열린 'TK행정통합 다중심에서 길을 찾다' 그룹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윤호기자

정치·행정의 셈법에 갇혀 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지역의 현장 일꾼들이 삶과 일터의 언어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남일보는 지난 12일 대구 중구 향촌동 '빈칸'에서 지역활성화 기획자, 청년 창업가, 공연예술인, 지역활성화 연구원 등 5명과 그룹인터뷰(FGI·Focus Group Interview)를 가졌다. 이들은 영남일보가 지난 7월 20~25일 엿새간 대만의 농업·문화·창업 현장에서 마주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구·경북 통합의 방향성을 제안했다.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전충훈 스테이션알 대표가 지역에서의 역할과 행정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전충훈 스테이션알 대표가 지역에서의 역할과 행정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서로 배우며 함께 크는 통합: 전충훈 스테이션알 대표


전충훈 마르텔로 대표는 행정통합을 단순한 '규모의 경제'나 '시장 확대'로만 접근하는 단편적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통합의 가장 큰 강점으로 대구·경북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격차를 줄이고 시너지를 내는 '상호학습'과 '공동진화'를 꼽고, 그 전제조건으로 '다중심성(Polycentricity)'을 내세웠다. 어느 한 곳으로 권한과 자원이 쏠리는 일극 집중이 아니라, 각 지역이 저마다의 거점(중심)으로서 고유한 역량을 바로 세울 때 비로소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행정통합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2011년부터 지역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해 온 그는 통합을 통해 대구와 경북이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전 대표는 "(대구·경북 통합으로)상호학습의 기회가 커지고, 공동진화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각각 다른 지역, 즉 다중심을 누군가가 잘 해석하고 잘할 수 있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중심이 돼야 서로 간에 상호학습이 되고 공동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유슬아 별들의 도시 은하 대표가 대구에서 직업 활동을 하며 느끼는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유슬아 별들의 도시 은하 대표가 대구에서 직업 활동을 하며 느끼는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생활권에 맞춰 넓어지는 무대: 유슬아 별들의도시 은하 대표


유슬아 별들의도시 은하 대표는 현장 창작자들에게 대구와 경북은 이미 경계가 없는 단일한 활동무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삶과 일터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에도, 행정구역이 파편화해 있어 발생하는 제도적 분절과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 창작활동의 제약으로 작동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이 경계에 갇혀 있던 기획자·예술가들의 활동영역을 안정적으로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무대가 넓어진다고 해서 색깔이 모호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각 지역이 명확한 인프라와 독창적인 브랜드 색깔을 유지할 때 비로소 수준 높은 협업이 가능해지며, 이는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경남 진주에서 대구로 와 13년째 공연과 축제를 만들어 온 그는 이미 대구와 경북을 오가며 일하는 창작자가 많다고 했다. 유 대표는 "통합이 된다면 활동반경이 안정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며 "결국은 모두 다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행정적으로만 쪼개져 있다"고 했다. 대만 타이중직할시가 인근 지자체와 협력 플랫폼을 꾸린 바탕에도 '생활권'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색이 분명할수록 협업의 효과가 커진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컬래버(collaboration)를 하려고 해도 장점이 있어야지 컬래버하는 것이지, 그것이 아니라면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며 "명확한 색으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으로 커질 판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유 대표는 "대구는 활동하기 좋은데 시장이 커져야 한다"며 "무대나 홍보는 물론, 교통 같은 인프라가 잘 구축돼야 예술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류지현 티피스튜디오 대표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얻게 될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류지현 티피스튜디오 대표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으로 얻게 될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넓어진 판, 지역 정서가 경쟁력: 류지현 티피스튜디오 대표


류지현 티피스튜디오 대표는 통합을 기회로 봤다. 창업 3년째인 그는 지자체와 기관이 발주하는 청년 행사를 기획·운영한다. 류 대표는 "기존의 분절된 지자체 단위의 '판'만으로는 지역 청년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행정통합이 가져올 규모의 확장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봤다. 다만 판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지역 정체성의 모호화'를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과제로 짚었다.


통합되면 오히려 기회라는 류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지역으로 끌어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통합으로 넓어질 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류 대표는 넓어진 통합시장에서 청년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지역의 정서와 자원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고 있느냐'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행정통합이 성공하려면 각 지자체의 고유한 문화적·지역적 자원(Identity)을 훼손하지 않고 살려내는 다중심적 자원 활용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성수민 느린거북이 대표가 대구경북의 정서와 생활권의 동질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성수민 느린거북이 대표가 대구경북의 정서와 생활권의 동질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이미 하나인 정서, 머물 수 있는 생활권: 성수민 느린거북이 대표


성수민 느린거북이 대표는 대구와 경북이 행정적으로는 갈라져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강한 '정서적 동질성'이 형성돼 있음에 주목했다. 이러한 심리적 친밀감과 공감대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연대이자 바탕이 된다고 봤다. 그는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지역활성화 연구와 축제, 주민 교육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낯설지 않은 이 지역이 좋아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지 않았고, 지금도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구경북에 연고가 있으면 조금만 대화하면 원하는 것이라든지 지향하는 바를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은 나뉘어 있어도 대구와 경북은 이미 하나의 정서권이라는 뜻이다. 청년들의 지역 정주 문제 역시 통합의 틀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는 "청년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시혜성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삶의 선택지"라며 "하나로 묶인 대구경북 통합생활권은 청년에게 더욱 다양하고 넓은 취·창업 기회와 주거·문화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수도권 이탈을 막고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 대표는 "많은 청년들이 지금 사는 곳에 평생 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고향을 떠나 살기도 하고 고향에 돌아오기도 한다"며 "청년이 지역에 남는 것은 결국 창업과 취업 같은 일자리다. 하나가 된 대구경북에서는 일자리를 비롯한 정주여건 등 여러 선택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한지효 연구원이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2일 그룹 인터뷰에서 한지효 연구원이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경계를 넘나드는 삶: 한지효 마르텔로 연구원


한지효 마르텔로 연구원은 지역활성화 교육, 주민참여 축제 기획, 무장애관광 운영 등을 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현장에서 작동하는 시민들의 관계 맺기와 변화의 속도가 행정 절차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결국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주민들이 주고받는 긴밀한 소통과 경계 없는 삶의 양식에 행정제도를 맞추어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지역에서 일하는 이유와 즐거움으로 '주민들이 참여하기 전후의 변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는 점'을 들었다. 외부에서 시스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내부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는 "지역 주민들과 동화되는 게 재미있다"며 "상호작용이 빠르게 소통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족을 사례로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삶도 소개했다. 경북 상주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연구원의 동생은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주민등록상 거주지까지 상주로 옮겼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부모님은 상주에 집을 구해 텃밭을 가꾸고 동네 자율방범대 활동도 한다"면서 "지역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경계'를 허물고 통합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글=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사진=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자 이미지

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이윤호

영남일보 사진기자 이윤호입니다.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