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DAC 인문학 극장’ 첫 번째 강연
우주에선 죽음이 표준…살아 있음은 기적
민주주의 근원엔 물리학과 계몽주의 있어
구술 문화 회귀…민주주의에 치명적 대가
14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2026 DAC 인문학극장'에서 김상욱 교수가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과학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민주주의의 근간에는 과학이 있습니다.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4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대구시립예술단의 인문학 프로그램 '2026 DAC 인문학극장'이 열렸다. 첫 강연자로 나선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이 우주와 인간에 대해 알려준 것들'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혁명'의 기원이 된 '회전(revolution)'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서 비롯됐다. 이후 과학이 발전하면서 20세기 초까지 우주에 하나뿐이라 알려졌던 은하는 이제 약 1조개로 추정된다.
이런 무한한 우주에서 삶과 죽음은 다르게 해석된다. 물리학자의 시선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도리어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다. 김 교수는 "부자연스러운 것의 특징은 불안정하다는 것"이라며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한 곳이고 죽음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에서는 죽음이 표준이기 때문에 질문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이를 정의하고 그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물리학은 계몽주의 철학의 기반이기도 하다. 권력이 하늘에서 온다고 여기던 시대에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이성의 힘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계몽주의의 핵심은 인간의 이성으로 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을 진보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이성이 최대로 발휘되려면 자유가 있어야 하고, 억압하면 이성이 작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계몽주의의 근거"라고 말했다. 이것이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고, 민주주의가 시작됐다는 것. 이어 "민주주의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지만, 이성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김상욱 교수는 "현 시대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은 인류 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과학은 모든 것을 숫자로 바꿀 수 있기에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고 믿어 왔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숫자로 바꾸려 하면 큰 오류가 생긴다. 김 교수는 "수많은 자연과학이 숫자로 성공해 왔지만, 인간의 가치까지 정량화된 지표로 평가하려는 시도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것이 물리학이 우리에게 주는 오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술 혁신이 가져올 미래도 예측할 수 없다. 전쟁 중 개발된 플라스틱과 세상을 발전시킨 내연기관이 훗날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 것이 그 사례다. 그는 "현시대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도 인류 역사에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알 수 없는 미래에 대비하려면 예측하기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예시로 들며 "물리학자는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닌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사람"이라며 "수많은 보존 법칙이 있는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역사, 철학, 예술, 체육 등 여러 분야가 있지만, 특히 그는 '읽기'와 '쓰기'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도의 사고력과 이성적 사고는 문자 문명에 와서야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문자 대신 영상 매체로 학습하는 구술 문화로 돌아가고 있다"며 "그 대가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민주주의일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시대에서 올바른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을 붙잡는 것이지, 변화만 좇는 것은 풍랑 속에서 물결만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