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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울릉도 급커브길 한복판에 ‘위험천만 기둥’

2026-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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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남부건설사업소 발주 공사구간…급커브 도로 중앙에 신호기 기둥 설치
충돌방지 시설 없이 안전콘만 줄지어…야간·악천후 대형사고 우려
붕괴 위험 막는다더니 또 다른 사고 위험…발주처 수차례 연락에도 답변 못 들어

울릉도 해안도로 급커브 구간 한가운데 신호등이 설치된 기둥이 서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해안도로 급커브 구간 한가운데 신호등이 설치된 기둥이 서 있다. 홍준기 기자

급커브를 돌아서자 도로 한복판에 신호기가 달린 기둥이 나타났다. 주변에는 주황색 안전콘만 줄지어 놓여 있었다. 차량이 기둥과 충돌할 경우 충격을 줄여줄 별도의 방호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경북 울릉군 사동항 인근 해안도로의 모습이다.


이곳은 경북도 남부건설사업소가 발주한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구간이다. 낙석과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 시작한 공사 현장에 오히려 차량 충돌을 우려하게 하는 구조물이 설치되면서 발주기관과 시공사의 안전관리 적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 영남일보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동항 인근 해안도로의 급격하게 휘어진 구간 중앙에 신호기가 부착된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기둥 아래에는 안전콘 여러 개가 놓여 있었지만 차량의 직접 충돌을 막거나 충격을 완화할 별도의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문제는 기둥이 설치된 위치와 도로 구조다. 해당 구간은 바다를 끼고 급격하게 방향이 바뀌는 급커브 도로다. 운전자가 커브를 돌아 진입하면서 기둥을 뒤늦게 발견할 경우 급제동하거나 핸들을 급격하게 꺾을 가능성이 있다. 자칫 기둥과 직접 충돌하거나 이를 피하려다 반대편 차량과 부딪히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도로 한쪽은 바다, 다른 쪽은 가파른 절벽과 맞닿아 있다. 주변에는 낙석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까지 설치돼 있다. 운전자가 전방과 주변 지형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곳에 고정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차량 통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간이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기둥을 뒤늦게 발견하면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나 초행 운전자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 설치된 안전콘도 충돌 사고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안전콘은 차량의 진행 방향을 안내하거나 위험 구간을 알리는 용도일 뿐, 충격을 흡수하는 방호시설은 아니다. 공사 중 차량 통제를 위해 신호기 설치가 불가피하더라도 급커브 구간의 특성을 고려한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공사 안내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경북도 남부건설사업소가 발주한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사동2-1)'이 진행 중이다. 공사 기간은 올해 5월부터 2028년 10월까지다. 앞으로도 장기간 공사가 이어지는 만큼 임시 교통시설의 설치 위치와 차량 통행 안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급경사지 붕괴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낙석과 붕괴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공사 현장에서 차량 충돌이라는 또 다른 위험요인이 드러났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공사 자체의 안전성뿐 아니라 공사 기간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과 관광객의 안전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주기관이 확인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신호기 기둥의 설치 위치가 적정한지, 차량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했는지, 임시 교통처리계획에 해당 구조물의 설치 위치와 안전대책이 반영돼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야간 시인성 확보와 현장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시공사 역시 안전콘 설치만으로 충분한 안전조치를 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차량 통행에 영향을 주는 구조물이라면 현장 여건에 따라 위치 조정이나 충격흡수시설, 고휘도 반사표지, 차선 유도시설 등의 보강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구체적인 시설 설치 의무와 관련 기준 위반 여부는 교통처리계획과 현장 구조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영남일보는 신호기 기둥의 설치 경위와 안전대책, 향후 개선 계획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발주기관인 경북도 남부건설사업소에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입장을 듣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전한 도로인 것은 아니다. 특히 공공공사 현장에서는 사고가 난 뒤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 위험요인을 사전에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붕괴 위험을 막겠다며 시작한 공사가 또 다른 사고 위험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도로 한복판의 기둥이 실제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발주기관이 내놓아야 할 것은 뒤늦은 해명이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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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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