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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풍경] 오징어가 사라진 울릉도 횟집…요즘 수조를 차지한 ‘이 생선’

2026-10-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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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어획 부진에 달라진 섬의 가을 식탁…제철 맞은 방어가 새로운 별미로
기름진 뱃살에 쫄깃한 등살까지…횟집 주인 “방어 드시러 울릉도 오세요”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상인이 갓 들여온 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준기 기자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상인이 갓 들여온 방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준기 기자

"기름기 꽉 찬 방어 드시러 울릉도 오세요."


오징어의 고장 울릉도에서 요즘 눈길을 끄는 횟감은 따로 있다. 가을이면 횟집마다 손님을 맞았던 오징어가 어획 부진으로 귀해진 사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어가 수조를 차지하고 있다. 오징어회 대신 두툼한 방어회를 내놓는 횟집 풍경에서 울릉도의 달라진 가을 식탁을 엿볼 수 있다.


17일 주말 저녁 울릉도의 한 횟집. 가게 앞 수조에는 큼지막한 방어 여러 마리가 쉴 새 없이 헤엄치고 있었다. 묵직한 몸집으로 수조를 가로지르던 방어들이 방향을 틀 때마다 은빛 몸통이 조명에 번쩍였다.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수조 안을 들여다봤다. 한때 오징어가 주인공이었던 횟집 앞에서 이제는 방어가 손님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 수족관에서 방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홍준기 기자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 수족관에서 방어들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주방에서는 방어 손질이 한창이었다. 주인이 큼지막한 방어 한 마리를 작업대에 올려놓고 능숙하게 칼을 움직였다. 머리와 뼈를 분리하고 껍질을 벗겨내자 붉은빛이 감도는 두툼한 속살이 드러났다. 부위별로 썰어 접시에 담아내니 푸짐한 방어회 한 상이 차려졌다.


방어는 가을부터 겨울로 접어들면서 맛이 좋아지는 생선이다. 수온이 내려가면 지방이 축적돼 특유의 고소한 맛이 진해진다. 특히 뱃살은 부드럽고 기름진 반면 등살은 상대적으로 담백하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 같은 생선이라도 부위마다 맛과 식감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두툼하게 썬 방어 한 점은 가을철 횟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또 다른 별미다.


이런 모습은 오징어가 흔하던 예전 울릉도의 가을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이맘때면 항구마다 갓 잡아 올린 오징어를 손질하는 손길이 분주했고, 해안도로를 따라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풍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횟집에서는 싱싱한 오징어회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어획 부진이 이어지면서 오징어는 예전처럼 흔하게 접할 수 없는 횟감이 됐다.


오징어가 귀해지자 횟집의 메뉴도 달라지고 있다. 방어를 비롯한 다양한 횟감이 손님을 맞고 있으며, 특히 가을부터 살이 오르는 방어는 넉넉한 살점과 고소한 맛으로 눈길을 끈다. 오징어회를 기대하고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먹거리가 되고 있다.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상인이 갓 손질한 방어회를 접시에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홍준기 기자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상인이 갓 손질한 방어회를 접시에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홍준기 기자

물론 방어가 오징어의 자리를 온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오징어는 오랜 세월 울릉도 어민들의 생계를 지탱해 온 수산물이자 섬을 상징하는 대표 먹거리다. 항구마다 오징어가 넘쳐나던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요즘의 어획 부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제철을 맞은 방어가 횟집의 새로운 인기 횟감으로 등장하면서 달라진 섬의 먹거리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횟집 주인은 "기름기 꽉 찬 방어 드시러 울릉도 오세요"라며 웃었다. 오징어가 귀해진 아쉬움 속에서도 손님들에게 맛있는 제철 횟감을 내놓으려는 주인의 손길은 분주했다.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관광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방어회를 비롯한 해산물을 즐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17일 울릉도의 한 횟집에서 관광객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방어회를 비롯한 해산물을 즐기고 있다. 홍준기 기자

어둠이 내려앉은 울릉도 항구. 횟집 간판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수조 속 방어들은 여전히 힘차게 움직였다. 식당 안에서는 두툼한 방어회 한 점에 술잔이 오갔다. 창밖으로 바닷바람이 스치는 사이, 손님상에는 갓 썰어낸 방어회가 놓였다.


오징어가 넘쳐나던 울릉도의 가을은 이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대신 횟집 수조를 가로지르는 방어의 은빛 몸통이 새로운 계절의 맛을 알리고 있다. 오징어의 고장 울릉도에서 맞는 또 다른 가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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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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