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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 따라 다른 한 표의 무게…김천 한 표, 포항북 두 표보다 무겁다

2026-10-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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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25개 지역구 분석…인구편차 2.08배 달해
인구 맞추려 넓어진 면적…지역 대표성 훼손 우려
가상 인구 범위 적용시 TK 3곳 상·하한선 이탈
전문가들 “도시·농촌 선거구제 차등 적용 검토해야”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월5일 유권자들이 대구 달서구 진천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진천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월5일 유권자들이 대구 달서구 진천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진천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간 인구편차 허용 기준을 2대 1로 좁힌 지 12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역에 따라 '한 표의 무게'가 극심하게 엇갈리는 표의 불등가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 내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포항 북구와 가장 적은 김천시의 인구 격차가 2배를 넘어서는 등,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김천에서는 국회의원 한 명이 주민 13만2천433명을 대표하지만, 포항 북구에서는 27만5천879명을 대표한다. 같은 대구경북에서도 의원 한 명이 대표하는 주민 수가 두 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인구 맞추기식 조정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상실'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에서는 여러 시·군을 묶은 선거구가 생기고, 그 안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호소가 나온다. 인접 지역을 붙이거나 떼는 조정은 다른 선거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표의 등가성과 지방 대표성을 함께 보완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천과 포항북, 같은 한 석에 두 배 넘는 주민


내 한 표의 무게는 전국 평균의 몇 배일까. 그래픽=생성형AI 클로드, 자료=행정안전부

내 한 표의 무게는 전국 평균의 몇 배일까. 그래픽=생성형AI 클로드, 자료=행정안전부

영남일보가 행정안전부의 2026년 8월31일 주민등록인구를 현행 254개 국회의원 지역구에 맞춰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 25개 지역구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김천시, 가장 많은 곳은 포항시북구였다. 두 지역의 인구 격차는 2.08배였다.


전국 주민등록인구 5천108만4천159명을 254개 지역구로 나눈 평균은 20만1천119명이다.


전국 평균 인구(20만 1천119명)를 기준으로 각 지역구의 상대적 '표의 무게'를 계산해 보면 김천은 1.519배, 포항 북구는 0.729배다. 두 지역 모두 국회의원 의석은 똑같이 1석이지만, 포항 북구 의원이 김천 의원보다 14만 3천446명이나 많은 주민을 대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허용 기준(상하 33.3%, 최대·최소 2대 1)에 따른 가상 적정 인구 범위는 13만 4천79명 ~ 26만 8천158명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대구·경북에서는 김천시와 영천시·청도군이 인구 하한선에 못 미쳐 선거구 재조정이 필요한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반면 포항시 북구는 인구 상한선을 초과해 분구나 구역 조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경산시 역시 상한선과 차이가 5천138명에 불과해 경계선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는 하한을 밑돈 지역구가 8곳, 상한을 넘은 곳이 13곳이었다. 가장 인구가 적은 전북 익산시을은 12만5천727명, 가장 많은 경기 파주시갑은 32만88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곳과 가장 작은 곳의 인구 차이는 2.55배나 벌어져, 법이 허용하는 '2배 이내' 기준을 넘어선 상태다.


◆ 4대 1에서 2대 1로…헌재가 좁혀온 격차


대구 달서구 감삼동 제3투표소인 본리초등학교 강당에서 유권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달서구 감삼동 제3투표소인 본리초등학교 강당에서 유권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제22대 총선 획정에 적용된 인구 범위는 당시 정치권이 합의한 기준이다. 법률에 이 숫자가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분석 역시 8월 말 인구와 현행 254개 지역구를 고정한 시뮬레이션으로, 통합·분구나 위헌 여부를 판정한 결과가 아니다.


현행법상 획정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한다. 제23대 총선이 2028년 4월12일 실시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 2027년 1월31일 인구가 기준이 된다. 법 개정이나 지역구 수 변경 여부에 따라 획정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인구편차 허용 기준은 처음부터 2대 1이 아니었다. 1995년 12월27일 헌재 결정에서는 전국 지역구 평균 인구의 상하 60%, 최대·최소 4대 1 기준이 제시됐다. 2001년 10월25일에는 상하 50%, 최대·최소 3대 1로 좁아졌다.


당시에도 헌재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상하 33⅓% 또는 그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13년 뒤인 2014년 10월30일에는 상하 33⅓%, 최대·최소 2대 1로 허용 범위를 강화하고 기존 지역선거구구역표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공직선거법도 인구비례 2대 1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농산어촌 대표성을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지역의 면적과 생활권을 고려하더라도 인구편차 허용 범위 안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네 군 한 선거구…주민이 느끼는 소외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4월6일 유권자들이 대구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삼덕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4월6일 유권자들이 대구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삼덕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문제는 인구비례 맞추기에만 급급할 경우,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이 더욱 약화된다는 점이다. 현행 소선거구제 아래에서는 인구를 채우기 위해 여러 시·군을 하나로 묶는 '거대 복합 선거구'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의성·청송·영덕·울진 선거구는 4개 군이 하나로 묶여 있다. 인구(15만 1천269명)는 가상 인구 기준을 충족하지만, 울진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선거구 경계가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정책 연속성이 끊어지고 인구 중심 지역에 밀려 소외감을 느낀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인 의성·청송·영덕·울진은 네 군을 묶고 있다. 인구는 15만1천269명으로 이번 가상 범위 안에 들어오며, 상대적인 표의 무게는 전국 평균보다 큰 1.330배다.


울진은 과거 영양·영덕·봉화와 같은 선거구에 속했고, 이후 영주·영양·봉화와 묶였다가 제22대 총선에서는 의성·청송·영덕과 하나의 선거구가 됐다. 경계가 바뀌면서 함께 대표되는 지역의 구성도 달라졌다.


울진 주민 김진호씨는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복합 선거구 특성상 이른바 '표가 많은' 인구 중심 지역 위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구가 10여년간 계속해 바뀌다 보니 정책 연속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과거 울진이 선거구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느꼈지만, 다른 지역과 묶인 뒤에는 뒷전으로 밀린 듯한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박형수 의원실 김상현 보좌관은 네 지역을 함께 대표하는 어려움을 설명하며 "현행 소선거구에서는 답이 없는 문제이지 않나. 줄어든 인구나 의석 수를 감안해 변동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도농 지역에 다른 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 북부지역 보좌진도 "시·군의 규모 차이 때문에 의원의 지역 방문 횟수도 달라질 수 있는데 주민들이 소외감을 호소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혼합선거구제도 설계가 관건


전국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9일, 대구 달서구 성곡초등에 마련된 이곡1동 제5투표소에서 선거사무종사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전국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9일, 대구 달서구 성곡초등에 마련된 이곡1동 제5투표소에서 선거사무종사자가 기표용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국회와 정치권의 논의 시작을 촉구했다.


허석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한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구는 지리적으로 계속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구를 유지하기 위해 주변 지역을 더 묶고, 인구 증가 지역에는 의석을 추가해야 하는 압력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허 조서관은 전체 의원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지역구 의석을 보충하려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제22대 총선에서는 지역구가 253석에서 254석으로 늘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46석으로 줄었다. 이어 허 조사관은 당장의 지역구 조정은 가능해도 인구 감소 지역의 거대 선거구와 비례대표 축소 문제는 남는다며 선거구와 선거제도를 동시에 재검토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 명예교수는 농촌의 대표성을 보완할 방안으로 지역 특성에 따라 선거구제를 달리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도시 지역은 소선거구제로 가더라도 인구가 희박하고 면적이 넓은 농어촌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등 획일성을 깨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조사관도 지역별 선출 방식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봤지만, 구체적인 설계 방향에는 다른 의견을 냈다. 농어촌에서는 한두 명,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여러 명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인구 변동에 대응할 여지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면적이 넓고 인구가 적은 지역과 인구 밀집 지역의 선출 방식을 달리하는 등 선거구를 유연화하면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도 인구 변동 압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명을 뽑는다는 사실만으로 비례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순 득표순으로 당선인을 정하면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당선인 결정 방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조사관은 "선거제도 논의를 방치하다 법정 기한을 넘겨 졸속으로 획정하는 '직무유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빠른 논의를 촉구했다.


하 교수는 정치권이 제도 변경에 따른 정당별 의석 득실에 매달려 합의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눈앞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국가 전체의 대표성 균형이라는 원칙적 기준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이름을 올린 국민의힘 김승수(대구 북구을) 의원은 "획일적으로 인구수 기준만 가지고 선거구를 획정하면 농어촌과 비수도권을 대변하는 의석 비율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에 정책이 편중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석 방법: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의 2026년 8월31일 인구를 현행 254개 국회의원 지역구에 맞춰 합산했다. 분할된 시·군·구는 읍·면·동 인구를 합산했다. '표의 무게'는 전국 지역구 평균 인구를 각 지역구 인구로 나눈 값이다. 통합·분구 시나리오는 현행 선거구 수와 가상 인구 범위를 고정한 분석이며, 실제 획정안이나 위헌 판단을 뜻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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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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