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친 주민자치회가 최근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주민자치기구로 정식 출범했다. 지자체가 시책과 예산 정보를 미리 공유하면 주민이 직접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주민총회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다. 단순 자문기구에 머물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한계를 넘어 주민이 사업과 예산을 집행하는 실질적 자치 대표기구로 진화했다. 실제 대구 남구 대명6동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으로 운동회와 1인 가구 반찬 나눔을 추진하는 등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담은 출발이지만, 대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대구 시내 150개 읍·면·동 중 주민자치회를 정식 운영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동구, 서구, 수성구의 일부 동마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자치회 전환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원인은 행정의 보수적 태도와 제도 설계의 부실에 있다. 종합 지원체계가 미비했던 데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의 인적 관행을 탈피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는 청년·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유입을 막고 대표성을 약화시켰다.
타 지자체들의 행보는 대구와 대조적이다. 서울 성동구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의 갈등을 중재하는 모델로 연착륙을 끌어냈고, 경기 수원시는 의제 선정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을 완화할 마을 갈등 조정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했다. 대구시는 '대구형 자치 모델'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추진하겠다며 여전히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대구시와 각 구·군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데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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