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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보전에서 사회참여로…어르신 경험에 민관 협력 더한 ‘노인 일자리’

2026-10-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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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경험이 경쟁력…함께 일하며 되찾은 활력
42명이 꾸리는 풍국면, 연매출 3억원 돌파
민관 협력으로 일터 확대…수익·보상 높이기가 숙제

21일 대구역 역사 2층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영업을 앞두고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21일 대구역 역사 2층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영업을 앞두고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홍예원 수습기자

백화점에서 손님을 응대하던 경험은 국숫집 홀에서, 가족의 끼니를 챙기던 솜씨는 주방에서 다시 쓰인다. 대구 북구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은퇴와 함께 일터를 떠났던 이들에게 이곳은 소득을 얻고 동료와 손님을 만나며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 공간이다.


어르신 42명이 교대로 일하는 이 매장은 민간기업의 브랜드와 운영 경험에 공공 지원을 더한 노인 일자리 사업장이다. 지난해 연매출 3억원을 넘긴 이곳을 찾아 어르신들의 달라진 일상과 노인 일자리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모두가 주인처럼"…다시 일터로 나온 어르신들


"집에만 있을 때보다 훨씬 활력이 생겼습니다. 한 달에 7~8번 나오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21일 오전 10시쯤 대구역 2층에 자리한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퍼졌다. 주방엔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들이 국수를 삶고 고명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홀에서는 단체 주문에 맞춰 국수와 음료를 봉투에 담고 있었다.


이곳은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장. 60~70대 어르신 42명이 교대로 출근해 음식 조리부터 홀 서빙, 매장 관리까지 맡는다. 일반 음식점처럼 손님을 맞고 매출을 올리는 '공동체형 사업단'이다.


홀 서빙을 맡은 류순덕(여·68)씨는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20년간 일하다 퇴직 후 3년가량 집에서 지냈다. 그러다 지인의 권유로 지난해 3월부터 다시 '출근하는 삶'을 시작했다. 류씨는 "서비스직에서 오래 일해 손님을 응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며 "이곳엔 '사장님'이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매장을 챙기다 보니 서로 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며 웃었다.


매장에서는 한 번 근무할 때마다 주방 3명과 홀 2명이 한 팀을 이룬다. 하루 6시간씩 월 7~8차례 출근하며 50여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소득뿐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살리고 동료들과 어울릴 기회도 얻는다.


2024년부터 주방에서 일하는 정순남(여·72)씨도 평생 해온 살림을 새로운 일에 활용하고 있다. 정씨는 "평생 가족들 밥을 해왔는데 그 경험으로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며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뿌듯하다.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니 집에 있는 것보다 재미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님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황수연(40·대구 북구 칠성동)씨는 "직원들이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어 자주 찾았다. 그런데 노인 일자리 사업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풍국면 사회공헌점은 민간기업의 브랜드와 운영 경험에 공공 지원을 결합한 사례다. 북구시니어클럽은 2022년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교육비 등을 면제받아 북구청 내 1호점을 열었다. 이어 2024년 9월 대구역에 2호점을 냈다. 대구역점의 올해 1~9월 누적 매출은 2억5천15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2천762만원보다 10.5% 증가했다. 참여 인원도 2024년 39명에서 지난해 40명, 올해 42명으로 늘었다.


북구시니어클럽 박미소 팀장은 "대구역 안에 있어 평일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열차를 타기 전 혼자 식사하러 오는 손님도 많다"며 "손님이 몰릴 때는 홀 좌석이 가득 차고 키오스크 앞에 줄이 늘어설 정도"라고 말했다.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의 올해 9월 기준 운영 현황. 월평균 매출은 2024년 2천404만원에서 올해 2천795만원으로 늘었으며, 노인 일자리 참여 인원도 2024년 39명에서 올해 42명으로 증가했다. 대구 북구 시니어클럽 제공

풍국면 대구역 사회공헌점의 올해 9월 기준 운영 현황. 월평균 매출은 2024년 2천404만원에서 올해 2천795만원으로 늘었으며, 노인 일자리 참여 인원도 2024년 39명에서 올해 42명으로 증가했다. 대구 북구 시니어클럽 제공

◆매장 운영부터 돌봄·교육까지…넓어지는 노인 일자리


풍국면처럼 매장을 운영해 수익을 내거나 돌봄·교육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가 대구에서 확대되고 있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지역 시니어클럽의 노인 일자리 사업 배정 인원은 2만7천577명으로, 2022년 1만5천627명보다 76.5% 늘었다. 이 가운데 음식점이나 제조·판매 사업장 등을 운영하는 공동체 사업단은 같은 기간 849명에서 2천306명으로 171.6% 증가했다. 올해 배정 규모는 지난해와 같다.


돌봄·교육 등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노인역량활용 사업은 2022년 3천132명에서 올해 1만1천206명으로 257.8% 늘었다. 공익활동 사업도 1만1천646명에서 1만4천65명으로 증가했지만, 다른 유형이 더 빠르게 확대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4.5%에서 51.0%로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노인 일자리 정책이 경제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사회참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익형이 단순 노무를 통한 복지 지원 성격이 강한 반면, 공동체형과 역량활용형은 수익 창출이나 전문성 활용을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확대와 함께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보상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계명대 정미진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어르신들은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축소되고 관계가 단절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직접 가게를 운영하고 다른 참여자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사업 수익이 더 많은 수당으로 이어진다면 참여와 사업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대 류태경 교수(사회복지자율학부)는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늘면서 어르신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고 자기 가치를 재발견할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인 만큼 노동의 질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김연희 어르신복지과장은 "공동체 사업단의 안정적인 운영과 민간 협력을 확대해 일자리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이숙희 대구북구시니어클럽 관장이 민관 협력을 통한 노인 일자리 확대와 지속 가능한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21일 오전 이숙희 대구북구시니어클럽 관장이 민관 협력을 통한 노인 일자리 확대와 지속 가능한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시니어클럽 이숙희 관장 "노인 일자리, 양적 확대 넘어 자립 기반 갖춰야"


"보조금이나 지원을 받아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꾸준히 선택받아야 합니다."


북구시니어클럽 이숙희 관장은 앞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나아갈 방향으로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고령화로 노인 일자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히 참여 인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에 어르신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 기반과 근무 여건을 함께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풍국면 사회공헌점은 이를 실현한 민간 협력 모델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브랜드 가치와 운영 경험을 활용하면서도, 가맹비·교육비 등을 면제해 초기 비용 부담을 줄였다. 공공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하되 실제 소비자를 상대로 매출을 확보해 운영을 지속하는 구조다.


이 관장은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노인 일자리 사업장은 많다. 하지만 북구에 본사를 둔 풍국면은 가맹 수수료와 교육비 등을 받지 않고도 운영권을 지원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사업장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기업 운영 경험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협력은 다른 브랜드로도 확산하고 있다. 풍국면 1호점 성과가 대구역 2호점 개설로 이어졌고, 지난 4월에는 '정직유부 사회공헌점(북구 침산동)'도 문을 열었다. 정직유부 대표가 풍국면 대구역점을 직접 둘러본 뒤 협력에 적극 나선 결과다.


이 관장은 노인 일자리의 역할 역시 단순한 생계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와 함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활동 범위가 좁아지는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운영 중인 사업장이 성과를 내야 또 다른 기업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 앞으로도 협력 기업을 늘려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 소득이 없지만 자녀에게만 기댈 수 없는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 많다"며 "노인 일자리는 소득을 보전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어르신들을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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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대구 서구와 북구를 맡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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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민

당신의 친절한 이웃, 동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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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원

영남일보 홍예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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