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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2005-08-09

고온다습 대구기후 여름날 국수 만들기 안성맞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전국시장 50% 이상 차지

[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대구는 '국수의 고향'이다.

1970년대 대구 국수가 타지로 팔려나갈 때 포장지에 '대구명산 국수'란 문구를 찍었다. 물론 국수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60년대 한국 섬유 생산량의 절대다수가 대구에서 생산됐듯 국수도 80년대말까지만 해도 대구가 전국 시장의 50% 이상을 독점했다. 참고로 소면은 일제 때 '왜국수'로 불렀고 한국 공장에선 '세면(細麵)'으로 불린다. 일본에선 우동, 칼국수처럼 굵은 국수는 중화면, 우리는 중면으로 불렸다.

소면의 사전적 의미는 고기붙이를 넣지 않은 국수, 이와 비슷한 일본의 소바(蕎麥)는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의미하며 메밀국수는 '소바키리'로 불린다. 소바는 16세기말∼17세기초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와 비슷한 게 중국 면 요리 울면과 기스면이 있다. 기스면(鷄絲麵)은 말 그대로 실처럼 가는 국수를 닭고기 육수에 말아낸 국수로 보면 된다.

대구는 왜 국수가 강했을까? 그것은 날씨 때문이다. 요즘은 자동화 시스템 때문에 고온의 실내 건조대에 걸려 8∼9시간 만에 절단되지만 예전엔 야외 건조대에서 이틀 정도 말려야만 했다. 당연히 고온다습한 대구 기후가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날 국수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국수는 칼국수와 달리 재빨리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소면이었다. 하지만 70년대 전만 해도 국수 전문점이 없었다.

특히 잔칫집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어 점차 잔치국수로 자릴 잡는다. 설렁탕 집은 물론 시장 국밥집 등에선 국에 국수를 넣은 육국수(국수장국, 일명 온면)가 잘 팔렸다. 기존 칼국수 문화 속에 소면을 앞세운 잔치 국수문화가 싹터나오게 된다. 잔치국수는 90년대부터 양산된 일식집 후식으로도 각광받는다.

일제 때 대구의 메이저브랜드는 원대동 구 부민극장 맞은편의 닭표였다. 일제 말 이병철이 별표 국수, 신재순이 풍국면을 선보였지만 선두권에 진입하진 못했다. 광복 직후 일본이 물러나자 지역에선 국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진다. 50년대 지역 유지였던 양조장·도정공장 주인들은 너도나도 국수공장을 세웠다.

골목마다 국수 빼는 집이 인기 업종이 된다. 48년 닭표에 대적하기 위해 권팔수(62년 작고)가 북구 침산동 1501에 소표 국수(대양제면)를 세운다. 풍국면은 그때까지만 해도 풍국산업의 주력 상품은 아니었다. 소표는 국수 전문 공장으로선 별표국수와 쌍벽을 이룬다. 70년대초 소표는 달성·원대·침산동 공장을 가진 지역 메이저급 국수공장이 된다. 이와 함께 보신탕으로 유명한 원대동 대원식당 맞은편에 왕관 국수, 내당동 풍국산업 맞은편 봉표국수가 각축전을 벌인다. 소표는 창업주 권팔수의 사망으로 장남 권호상이 물려받았지만 99년 경영악화로 동생 권호용에게 경영권이 넘어간다.

50∼70년대 대구에선 선두권 뒤를 말표, 백양표, 영양국수, 새농촌, 금성, 달성, 종표, 제비표, 학표 등 무려 30여개의 국수 공장이 다경쟁체제를 유지했다. 이들은 기존 칼국수 문화를 겨냥, 건조 칼국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상회 주력 상품으로 개발돼 50년대 반짝 영향력을 행사하던 별표 국수는 60년대로 넘어오지 못하고 퇴장하고 만다.

대신 33년 창업된 풍국면, 48년 모습을 드러낸 소표는 대구의 간판 국수 공장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수공장들은 80년대말에서 90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경주, 진주, 전주, 진천(충북)의 OEM 오뚜기 국수 공장의 위세에 눌려 거의 백기를 들고 만다. 현재 지역엔 풍국, 소표, 금성, 달성(고령), 대구종합식품, 갈산국수 등만 남았다.


▨도움말= 강판용 전 삼보건설 회장, 풍국산업 신상일 회장

소표국수 권호용 사장, 풍국면 최익진 사장

▨자료사진 제공= 풍국면, 소표국수

[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1948년 북구 침산동에서 출발한 소표국수의 60년대 달성동(달성파출소 북측) 공장 전경.
[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1938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동한 별표 국수 공장이 있었던 삼성상회 전경.
[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1933년 서구 내당동에서 출발해 73년 노원동으로 이전한 풍국면의 70년대초 전경.
[경상도 맛길기행 .29] 麵 이야기 (1) 국수공장
그 시절 제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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