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학대…짙은 어둠에 갇혀 아슬아슬 생존 분투
행복한 공존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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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두 마리가 늦은밤 대구시 수성구의 한 상가 건물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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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찾던 길고양이가 주택 대문 아래 틈으로 몰래 들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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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이 쓰레기 봉투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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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 길고양이를 위해 준비한 특별식(햄과 닭고기, 사료). 힘이 약한 고양이를 위해 먹이를 나눠서 준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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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 길고양이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 준비해둔 잠자리와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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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 준비한 특별식을 먹고 있는 길고양이들. |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거리, 인적이 뜸해지면 길고양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낮 동안 길고양이가 활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배고픔을 해결하려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밤에 움직이는 것이 최상이다. 시민들이 집 앞에 내어놓은 음식물 쓰레기와 종량제 봉투가 길고양이의 목표물이다.
다행히 먹을 만한 음식을 찾으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없으면 밤새 여기저기 헤매야 한다. 다른 지역으로 가면 그 지역에 터를 잡고 있는 길고양이와 싸움이 나기도 한다.
지난 20일 밤 11시30분, 대구시 남구 한 주택가에서 만난 한 캣맘(Cat Mom)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캣맘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4년 전부터 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캣맘은 “먹이를 주고 나면 오늘도 먹일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료를 사는 데 매달 50만원 정도가 들어가 그 비용이 만만찮지만 고양이가 주는 기쁨이 더 크다. 특히 삶의 활력이 돼 아깝지 않다”며 “길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캣맘은 매일 2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에 먹이를 주고 있다.
중구의 한 캣맘은 길고양이를 위해 사무실에 잠자리와 화장실도 마련해 놓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캣맘들은 길고양이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지만 이들을 고귀한 생명체의 하나로 보고 애정을 가져달라고 했다.
지난 21일 밤 10시50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그 길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았다. 한적한 골목길의 가게 앞에 내어놓은 종량제 봉투를 뒤지기도 하고, 시장 천막 속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한참을 헤매도 먹이를 구하지 못하던 고양이는 문득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을 눈치챘는지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번식기에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는 길고양이를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측이 있는가 하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기 때문에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사랑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자치단체는 양측의 민원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길고양이 중성화 후 방사(TNR : Trap-Neuter-Return) 사업이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해 줄 방안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TNR는 주택가에서 사는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불임수술을 하고, 잡은 곳으로 돌려보내는 사업이다.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면 이런 식으로나마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유기동물이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14조와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종이상자 등에 담겨 내버려진 유실·유기동물은 구조·보호 조치 대상이다. 하지만 도심의 주택가 등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구조·보호 조치 제외 동물로 되어 있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유기동물은 5천669마리(개 2천256마리, 고양이 3천333마리, 기타 90마리)였다. 2013년 11월25일 현재 유기동물은 4천28마리(개 2천255마리, 고양이 1천707마리, 기타 66마리)인데 이 중 주인이 찾아간 동물은 421마리, 분양한 동물은 718마리, 기증한 동물은 42마리다. 폐사(자연사)한 동물(952마리)과 안락사한 동물(1천492마리)도 있어 현재 시설에서는 403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고양이의 수가 감소한 것은 길고양이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지원사업 예산으로 11월25일 현재 317마리가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작년에는 시범사업으로 58마리가 수술을 받았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고양이가 병과 악귀를 물리치는 동물이라 하여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했다. 길고양이도 도시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문득 이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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