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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시집 ‘못갖춘 마디’ 펴낸 송진환 시인

2014-04-15

뭔가 결핍된 듯 아쉬운…삶 자체가 詩
“말 않는다고 고요한 것인가 쓸쓸하다란 말은 내 안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이다”

5번째 시집 ‘못갖춘 마디’ 펴낸 송진환 시인

봄날, 구안국도변에는 이팝나무가 환하게 만개했다. 시인은 하얀 꽃길을 따라 차를 달리며, 열린 차창 너머로 물씬 밀려드는 봄내음을 만끽한다. 아득한 심연 속에 묻어둔, 오래전 기억들이 꽃향기와 함께 하나둘 되살아난다. 얼마쯤 달렸을까. 누군가 툭 어깨를 치는 것처럼, 시인의 가슴에서 시어가 툭 터져 나온다. 이팝꽃 환한 봄날, 곳곳이 다 꿈꾸는 세상이다.

송진환 시인이 봄날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이팝꽃 환한 봄날’ 을 비롯해 61편의 신작시를 수록한 시집 ‘못갖춘 마디’(학이사)를 펴냈다. 그가 5번째 내놓은 시집이다. 시인은 197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뒤 35년여 동안 시인으로 활동해온 지역의 중견작가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가 한결같이 고수해온 서정적 색채감이 더욱 짙어졌으며, 세상을 향한 눈빛은 더욱 여유롭고 둥글어졌다.

“시뿐만 아니라 문학이라는 것이 결국은 언어를 수단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요즘 시들 중에는 운율을 전혀 느끼기 어려운, 그래서 소통하기 어려운 시편이 많습니다. 제가 굳이 서정시를 고집하는 이유라고 할까요?”

5번째 시집 ‘못갖춘 마디’ 펴낸 송진환 시인
시집 ‘못갖춘 마디’를 펴낸 송진환 시인.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제목 ‘못갖춘 마디’는 그가 시집을 내기로 마음먹은 수년 전부터 이미 정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시인은 “제목을 정하는데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것을 다 갖춘 것보다는 살면서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라게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시(詩)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문득 결정해놓고 보니 상당히 마음에 드는 제목”이라고 덧붙였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시집은 조금은 부족하고, 결핍된 우리네 삶의 단면들을 시인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때로는 예민한 촉수로, 때로는 둥글고 부드러운 눈길로 쓸어담은 그의 시편들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쓸쓸하다, 란 말은 내게/ 형용사 아니라 동사다/ …/ 말하지 않는다고 어디 고요한 것인가/ 고요한 듯 안으로 끓어오르듯이/ 쓸쓸하다, 란 말은 내 안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이다.’(‘쓸쓸하다, 란 말은’ 일부)를 비롯해 ‘겨우내/ 속속들이 파고들어 더는 뜨거워질 수 없을 때쯤/ 그때사 스르르/ 서로를 놓아 보내는 것’(‘결빙과 해빙 사이’ 일부) 등 시인의 예민한 촉수로 건져올린 명징한 언어들이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신상조씨는 해설에서 “시집 못갖춘 마디를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먼저 이 시집이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뜨겁고 혼돈스러운 몸짓으로 얼룩진 청춘을 지나, 시대의 모순과 갈등하던 80~90년대를 보내고 난 이후의 영혼이 자신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소리를 받아 적기한 것, 그 처연한 울림이 이 시집을 이루고 있는 한 양태”라고 평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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