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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바로 요기…대구의 밤 ‘빛의 파노라마’ 펼쳐진다

2014-06-13
20140613
마치 오색 ‘불빛의 강’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은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앞산 전망대가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2011년 완공됐지만 밤중에 홀로 달무리 같은 빛을 뿜어내는, 흡사 ‘밤의 개선문’ 같은 전망대 LED 기둥의 실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1시간 발품을 팔면 눈이 너무너무 즐거워질 것이다.

무채색 대구? 아니다. 이젠 유채색 대구!

일상에 매몰된 시민은 잘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겐 ‘잠’이 최고의 쉼터. 잠에서 벗어났다면 몇 년 새 우후죽순처럼 돋아난 대구의 ‘뉴 랜드마크’를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 특히 각 구청의 터줏산을 축으로 제주 올레길 같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주 1회 이런 코스를 챙겨도 피가 파릇해질 것이다. 특히 공단도시의 이미지가 짙었던 달성군이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못지 않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벽화 가득한 마비정 마을을 비롯해 비슬산 정상부에 복원된 대견사지, 국내 첫 피아노가 수입됐던 사문진나루터 옆 주막촌, 남평문씨 세거지 바로 근처에 있는 화원자연휴양림, 강정보 옆 디아크 등이 동시에 각광을 받는 탓이다. 뿐만 아니라 중구 동산동 신명여고 옆 옛 구암서원 자리는 대구의 첫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소리 소문 없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양교 옆 아양철교는 야간에 무지개 다리처럼 황홀한 자태를 자랑한다.

위클리포유 주말섹션이 최근 대구시민을 컬러풀하게 감동시켜줄 만한 숨은 명소를 찾아 길을 나섰다.

20140613
요즘 사랑의 자물쇠로 이색 프러포즈를 하는 등 꽤 널찍한 불빛 전망대 데크에서 색다른 ‘산상 이벤트’를 벌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개선문 모양의 조명탑
밤새도록 밝은 빛 발산
전망대서 바라본 도심
은하수처럼 ‘황홀경’
낮엔 서쪽끝 낙동강서
동쪽 대구스타디움까지
170도 방향으로 조망

◆앞산 LED 전망대

“어, 저 앞산 꼭대기에 있는 불빛이 뭐지. 가로등도 아닌 것 같고….”

요즘 대구시 남구 대명9동 불야성의 카페거리에 놀러온 사람들은 안지랑골 정상부에 ‘도깨비불’ 같은 불빛의 정체에 대해 무척 궁금해 한다. 그 불빛은 다름 아니라 2011년 완공된 비파산 정상부에 가설된 앞산전망대. 건축설계를 맡은 심이건축사무소가 대구의 새로운 상징성과 조망을 3차원적 원근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워진 지 3년이 넘었지만 상당수 시민은 아직 잘 모르고 있다. 하절기엔 오후 7시30분쯤이면 GPS 기능이 있는 자동조명기의 작동으로 인해 개선문처럼 생긴 LED 기둥에 불이 들어와 다음 날 오전 5시 정도까지 달무리 같은 빛을 발산한다.

물론 하절기엔 낮보다 밤의 조망이 훨씬 좋다.

앞산 전망대에 가는 방법은 큰골 입구 쪽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내린 뒤 5분가량 걷는 것과 안지랑골 방면 등산로를 이용하는 루트가 있다. 아쉽게도 요즘 케이블카는 사고로 인해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요즘 같으면 오후 7시쯤 앞산순환도로 대덕식당 맞은편 안지랑골 등산로를 타고 올라가는 게 좋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만에 도착하게 된다. 대덕식당 앞 무료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너편 안일사 방면 입구로 들어선다. 아주 가파른 시멘트길이 시작된다.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은 금세 숨이 가빠오고 하체 근육이 뻐근해질 것이다. 일부 구간은 경사도가 너무 가팔라서 길 한쪽에 따로 계단을 만들어두었다. 어르신과 동행하기는 좀 버거울 것 같다.

안일사까지는 가로등이 있는 포장도로. 하지만 안일사부터 앞산전망대까지는 깜깜한 산길. 조명이 전혀 없어서 헤드랜턴이 필요하다. 하지만 등산로 자체는 잘 정비돼 있고, 늦은 밤까지 사람들이 아주 많고 드문드문 도심 불빛 덕분에 걷는 데는 그렇게 어려움이 없다. 중간엔 돌계단, 정상부에선 147개의 방부목 계단이 놓여 있다. 정상부 전망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조명탑이다. 첫눈에 홀랑 다 보여 주지는 않겠다는 듯 살짝 꺾어진 나무데크 경사로를 올라 은은히 불을 밝힌 게이트형 조형물 아래를 지난다. 강화유리 난간 너머로 대구 시내의 전경이 은하수처럼 펼쳐진다. 낮의 대구와 전혀 다른 휘황찬란한 대구의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은하수 한 복판에 에펠탑처럼 서있는 83타워(옛 우방타워). 오색돛대처럼 불빛강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것 같다. 낮에 올라오면 서쪽 끝 낙동강에서 대구스타디움까지 대구의 동서를 170도 방향으로 조망할 수 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이 정상부에 온 것은 30여년 전. 그때는 좌우로 그렇게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구 시가지는 한눈에 잡혔다.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수성못이 손수건 한 장 크기로 누워 있다. 도심과 앞산 정상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전망대에서 부딪힌다. 멀리 북쪽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팔공산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가로등 불빛은 등대불빛처럼 너무나 고혹적이다. 대구 도심이 ‘루미나리에’를 연출하는 것 같다. 정말 여긴 ‘스카이파티’를 하기에 안성맞춤. 최고의 포토존으로 급부상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은 여기 난간에 사랑의 열쇠를 걸고간다. 부부싸움을 한 남편이 아내를 위해 와인파티를 벌여주기도 한다. 막걸리 파티를 벌이는 동창생, 돈독한 정을 느끼려는 가족, 시상을 굴리려는 예술가 등이 제각기 다른 표정으로 장쾌하고 평화로운 한 순간을 낚을 수 있다.

◆ 앞산자락길

팔공산 왕건길, 대구올레길은 유명해도 앞산자락길은 아직 덜 알려져 있다.

여긴 폭염이 따글따글한 주말의 한낮, 덜 여문 중년이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 더없이 좋을 듯하다. 앞산 자락길은 고산골에서 출발해 달서구 상인동 평안동산을 돌아 청소년 수련원으로 내려오는 길이 15㎞의 숲길. 고산골, 강당골, 큰골, 안지랑골, 매자골, 달비골 등을 휘감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건 걷는 내내 눈이 심심하지 않고 햇살까지 피할 수 있어 오뉴월 대낮 트레킹 코스로는 더없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구 봉덕동 고산골 초입에는 보금식당 등 8개의 보리밥집이 있다. 또한 선미식당에선 1천500원짜리 대구에서 가장 저렴한 콩나물국도 먹을 수 있다. 선곡이 빼어난 7080 음악을 실시간으로 들려주는 ‘장날’에서 마시는 막걸리는 다른 라이브클럽 업소보다 더욱 추억스러움이 감돈다.

자락길에는 고산골 입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숲유치원, 공룡 발자국 흔적과 함께 1㎞에 이르는 맨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큰골지역은 후삼국시대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이 피신한 은적사와 함께 낙동강 승전 기념관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큰골에서 안지랑골 방향으로 가면 남부도서관과 대덕문화전당이 있고, 자락길 곳곳에 다양한 체육시설과 함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앞산은 113과 571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천연림에 가까운 참나무 숲 33만여㎡(10만여 평)와 잣나무 단지 등이 있다. 앞산자락길에는 꿩의비름, 산매발톱꽃, 수호초, 사사, 우산나물, 벌개미취, 무늬둥글레 등 13종의 야생초 4만1천730포기가 자라고 있다.

특히 남구 대명동과 달서구 송현동 경계에 서 있는 매자골 솔숲은 앞산자락길의 백미다. 오뉴월 오수파가 가장 사랑하는 도심 속 그늘로 소문이 나있다. 하지만 일부 앞산자락길 도보객한테만 알려져 있다. 1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는 ‘사계절 힐링표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명상 전문가는 물론 한낮 더위를 피해 독서와 대화, 식사까지 겸할 수 있는 명당이다. 남구와 달서구는 지난해 이 숲을 ‘재능기부 콘서트숲’으로 지정했다. 하절기 매주 일요일 오후에는 버스커(1인 거리음악가)의 음악공연과 시낭송 등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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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맛둘레길 별자리 체험 지하통로.


◆ 앞산 맛둘레길

남구 맛둘레길은 시들어가고 있던 옛 앞산순환도로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명고가교삼거리∼현충삼거리 구간(1.5㎞)에 다양한 휴식공간과 문화시설이 조성돼 생동감이 넘친다. 밤에 형형색색 LED 조명등이 벽과 자작나무, 벚나무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인다. 중년의 인증샷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전국 최초의 주택가가 카페로 변한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카페거리부터 전국 최고의 안지랑시장 곱창거리까지 동시에 흡입할 수 있다.

최근 앞산맛자락길 중간에 생겨난 이색 육교별자리 체험학습장도 눈을 즐겁게 만드는 깜짝 명소로 알려지고 있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앞산 골안골로 진입하는 르네상스 레스토랑 맞은편 지하보행로(앞산순환로 81길)에 길이 48m, 폭 4.5m, 높이 3.6m 크기로 조성됐다. 광섬유를 이용해 교과서에 나오는 12개 별자리와 유성, 성운 등 다양한 천체를 표현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징징대는 아이가 있다면 이 통로에 세워보라. 금세 별빛 같은 웃음을 쏟아낼 것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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