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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해무’

2014-08-29

너무나 허무한 결말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해무’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 ‘해무’를 각색한 영화 ‘해무’는 2001년 있었던 제7태창호 사건(국내로 밀입국을 시도하던 조선족과 중국인 60명 가운데 25명이 질식사하자, 이들을 밀입국시키려던 선원들이 사망자들을 바다에 던져버린 사건)에 근거한 실화 극이다.

잘 나가던 안강망어선의 명성을 뒤로 하고 감척대상이 된 전진호의 선장 철주(김윤석)는 궁리 끝에 조선족 밀항사업에 뛰어든다. 그리하여 기관장 완호(문성근), 갑판장 호영(김상호), 롤러수 경구(유승목), 선원 창욱(이희준)과 동식(박유천)까지 6명의 바다사나이는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온 수많은 밀항자들과 부딪쳐 어울리게 된다.

지척을 분간키 어려운 해무를 뚫고 한 덩어리가 된 사람들이 좁고 칙칙한 어선 속에서 저마다의 방어기제를 내세우며 갈등구도를 수립·축적해가는 과정은 이 영화가 그랜드호텔 형식(공간이 고정된 영화양식)의 전형성을 띠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배를 살려야 한다는 도착적 집념을 가진 선장 철주를 필두로, 사연 많고 인정 많은 휴머니스트 완호, 명령에 복종하는 전형적 뱃사람 호영, 오직 현실적 욕망에 충실한 배금주의자 경구, 갇힌 공간의 갈증을 성(性)으로 해소하려는 창욱, 그리고 연변처녀 홍매(한예리)를 지켜주려 자신을 내던지는 순진한 초보선원 동식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 모두는 동일공간 속 인간심리의 추이와 그 대비적 검증에 효과적인 그랜드호텔 형식 영화의 캐릭터론 그저 그만이다.

다시 말하자면 밀항자 집단을 어창에 숨기고 해무 속을 항해하는 어선의 음산한 공간과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로 빚어진 인물들이 초절정의 화학작용을 일으켜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창출하리란 기대감을 은연중에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이내 드라마로서의 한계를 드러내곤 자멸한다. 믿었던 철벽마무리 임창용이 ‘블론 세이브’의 서글픔을 선사하듯, 허무한 결말에 관객들은 혀를 찬다. 이는 어창 속 밀항자들의 질식사란 실화콘텐츠를 효과적으로 각색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어창 속 생존자를 몇 명 남겨둬 이들과 선원 사이의 갈등을 주플롯으로 삼고 선원 내부의 알력과 홍매를 지키려는 동식의 순정을 배면에 깔았다면 훨씬 충격적 반전을 이끌어내며 보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일대 인문사회계열 자율전공학과 교수 sijeongjun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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