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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꽃할매들 “노인의 삶, 고민…연극으로 풀어요”

2014-09-03
20140903
실버연극동아리 ‘실버스타연극단’이 지난달 28일 달서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연극 ‘화이팅’을 공연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대구 달서구 산새마을아파트 안에 있는 한 경로당. 지난달 28일 오후, 할머니방과 할아버지방을 구분하기 위해 드리워졌던 커튼이 싹 걷혔다. 그리고 40여명의 어르신들은 모두 할아버지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할머니방쪽을 봤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이날 열리는 연극 ‘화이팅’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날 할머니방은 배우들을 위한 임시 무대로 쓰였다.

꼬부랑 할머니로 분한 어르신 배우가 등장한다. “삼식아! 아이고 삼식아!” 배우가 바닥을 치며 애타게 절규하자 자리에 앉은 몇몇 어르신들이 수군댄다. “손자를 잃어버린 모양이구먼….” 하지만 몇 초 후 어르신 배우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손자는 무슨 손자요? 내가 키우는 ‘개씨’ 말이오!” 경로당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와’하고 터져나왔다.


대구노인보호전문기관 동아리 ‘실버스타연극단’
공연 희망하는 경로당 방문 30분 미니무대 인기


대구지역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돌며 미니 연극을 선보이는 ‘경로당 연극’이 호응을 얻고 있다.

‘경로당 연극’은 대구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만든 실버 연극 동아리 ‘실버스타연극단’에서 공연을 희망하는 경로당 이곳저곳을 찾아가 30분 분량의 연극을 선보이는 것이다. 10명 남짓한 배우들의 나이는 70세 전후로 모두 여성이다. 수년 전부터 갈고닦은 연기실력이 수준급이다. 이 동아리는 초창기, 경북지역 몇몇 복지기관을 돌며 연극을 시작한 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경로당으로 무대를 넓히게 됐다.

이날 할머니 배우들이 열연한 연극 ‘화이팅’은 노인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노인문제상담사와 노인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 시대 노인들의 녹록지 않은 삶을 알리는 것은 물론 노인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스스로 고쳐야 할 점은 고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난생 처음 연극을 본 어르신들은 맛보기로 즐긴 30분짜리 문화생활에 즐거워했다. 자신과 또래의 배우들이 무능한 폭력 남편, 돈만 바라는 철부지 자식 이야기를 하며 신세한탄을 하는 장면에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어르신도 많이 보였다. 한 70대 어르신은 “우리 현실에 잘 맞게 만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어르신은 “화투놀이만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데, 이런 것도 보니까 시간이 잘 가고 재미있다”고 밝혔다.

어르신 배우들은 빠른 비트의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며 극을 마쳤다. 이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젊음의 열기마저 느껴졌다. 그후 10여분 동안 취재를 위한 사진촬영이 이어졌지만, 할아버지방에 빽빽이 앉은 어르신들은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것마저 색다른 볼거리로 재미를 주는 듯했다.

석용규 대구노인보호전문기관장은 “경로당 연극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문화생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인들의 의식 개선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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