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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두근두근 내 인생’서 ‘억척 아줌마’로 변신한 송혜교

2014-09-05

“‘우울 송혜교’는 잊어줘…나이 더 들기 전에 화끈한 액션물 꼭 하고파”

20140905


“모든 게 저의 불찰입니다. 제 개인적인 일로 주변 분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성심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영화 얘기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탈세 논란에 휩싸인 송혜교는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죄의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 일과 관련해 이미 몇 차례 공식적인 사과를 한 바 있다. 모든 의혹을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선 건 적절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송혜교는 이처럼 부담감과 불안감, 그리고 일말의 기대감이 뒤섞인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관객과 마주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송혜교가 맡은 미라는 말 많고 욕 잘하는 젊은 아줌마다. 한때 아이돌을 꿈꿨지만 열일곱 살에 덜컥 아이를 낳게 된 서른세 살의 대책 없는 엄마. 그런데 아들 아름(조성목)은 다른 사람보다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다. 소재도 무겁고 신파적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를 유쾌하고 가슴 뭉클한 휴먼드라마로 만든 건 철없는 아빠 대수 역의 강동원과 송혜교의 존재감이다.

특히 송혜교는 더없이 따뜻하고 털털하고 억척스러운 엄마로 분해 이제껏 본 적 없는 신선한 매력을 더한다. “제가 이전에는 조금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해왔는데, 마침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미라 캐릭터의 밝음이 무척 좋았어요.” 이는 “익숙한 역보다는 경험해보지 않은,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을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이재용 감독의 말처럼 그녀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송혜교의 몸을 빌린 미라는 그렇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최근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역을 맡아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 중화권을 석권한 아시아의 톱스타라는 화려한 수식보다 언제나 ‘사랑받는 배우’이고 싶은 송혜교는 한층 깊어진 눈빛과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녀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40905

말 많은 명랑쾌활 엄마役
기존 무거운 이미지 탈피
밝은 캐릭터 마음에 들어
‘친구같은 어머니’ 연기
엄마 모습 보면서 연습

‘서른살 넘은 송혜교’
데뷔 17년만에 ‘연기 재미’
상대방 연기에도 관심 생겨
中 연기활동 ‘소중한 경험’

작품 속 파트너 강동원은
연기열정이 탁월한 배우
캐릭터 몰입도 상상초월
내가 놓친 것도 조언해줘

-그간 중국에서 활동을 해왔다. 변화가 있었나.

“중국에서의 활동 기간이 좀 길었다. 햇수로 3년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오랫동안 쉬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더라. 그동안의 변화라면 일단 나이 서른을 넘겼다. 그런데 그 차이가 크더라. 좀 창피한 얘기지만 데뷔한 지 17년이 됐는데 연기의 재미를 최근 들어 알게 됐다. 20대 때는 연기에 대한 욕심에 비해 열정이 크지 않았다. 어리다 보니 촬영이 끝나면 놀러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대방의 연기에 관심이 생기고, 다음 날 촬영할 것을 의논한다. 그런 과정들이 신나더라. 과거 선배님들이 현장이 제일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던 게 이제 이해가 된다. 연기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다.”



-중국활동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럴 수도 있다. 어떤 계기로 변했다고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분명 배우로서 많은 경험을 한 건 사실이다. 특히 왕가위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일대종사’를 완전히 시골에서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은 한 번 촬영을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 많아졌고, 괴롭고 짜증도 나면서 감정의 기복도 심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고 스스로 반문도 해보면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고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로 나 자신에게 답답한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한국에 와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했다. 일단 말이 통하니 숨통이 트이면서 모든 게 다 감사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이 상황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좀 더 비중이 컸으면 하는 아쉬움은 없었나.

“많은 분들이 유명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니까 비중이 크고 분량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처음부터 알고 출연했다. 당시 일이 없어서 쉬고 있을 때였다. 마냥 놀고 있으면 뭐하나 싶었고, 게다가 왕가위 감독님이니 분량이 적더라도 그곳의 환경도 느껴보고 나름대로 좋은 경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경험이 분명 나에게는 중요한 연기 지침이 되고 있다.”



-그 점에서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두근두근 내 인생’의 선택은 약간 의외였다.

“결정적인 건 이재용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다. 오래전부터 팬이었다. 알게 된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기쁘고 감사했다. 읽어보니 소재도 재밌고 신선했다. 특히 캐릭터가 무겁지 않고 명랑 쾌활하면서 유머가 있는 부분이 좋았다. 남들이 다 아는 뻔한 신파가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최근 무겁고 우울한 캐릭터를 해왔던 터라 더 하고 싶었다.”



-모성애를 보여줘야 하는 녹록지 않은 캐릭터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슬펐다. 즐거운 장면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래서 연기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마음을 잡고 관객을 울려야 하는 신이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가 다들 웃고 장난치는 장면에서 슬픔이 묻어나야 하기 때문에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부분들이 좋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절절한 모성애를 중심으로 연기를 했다면 아마 힘든 부분이 많았을 거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옆에서 농담도 하고 매사에 함께하는 친구 같은 엄마를 표현하고자 했다. 실제로 저희 엄마가 그랬기 때문에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공부했던 것 같다. 막히는 부분에서는 감독님과 대화를 했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은 소스를 많이 주셨다.”



-특히 국밥집에서의 감정연기가 인상적이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될 정도였다.

“예전과 또 다른 점도 그런 부분이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신을 하게 되면 근육들이 잘 표현되더라. 나도 신기했다.”

-교복을 입고 나왔는데 예전 ‘순풍산부인과’를 보는 듯했다.

“좀 민망했다. 이젠 입으면 안 되겠더라. 이번이 교복을 입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웃음)



-당신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

“17세 때의 미라와는 정반대였다. 학교에선 있는 듯 없는 듯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어울리는 몇몇 친구하고만 친하게 지냈다. 중·고등학교 모두 그랬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데뷔를 하게 되면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아직 소심한 성격이 있긴 한데 그래도 그때보다는 털털해졌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16세 아들을 둔 엄마 역할이다. 그리고 미라는 또래보다 성숙하고 억척스러운 면을 보여준다.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촬영에 앞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서로가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을 테니까 이를 잡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분들이 내가 맡은 역할이 엄마라는 것 때문에 ‘과연 경험하지도 못한 부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셨을 거다. 다행인 건 이 캐릭터가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내가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게다가 극 중 미라와 현재 내 나이가 같다. 미라 자체가 밝고 명랑하고 철이 덜 든 느낌이 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소화하는 데 있어서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또 앞서 말했듯 미라 캐릭터가 엄마와 비슷하다. 엄마가 되게 장난꾸러기였고, 지금도 예전의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오히려 엄마의 어릴 적 얘기를 들으면 미라보다 더 쾌활하고 장난스러웠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아름이를 연기한 조성목군은 첫 연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맞다. 관객들은 극 중 엄마와 아빠가 아름이 덕에 성숙해졌다고 생각할 만큼 그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냈다. 게다가 아름이는 정말 착하다. 매일 다섯 시간 이상의 분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생도 제일 많이 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몇 개월 동안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동원씨와 나는 그런 성목이를 아들로 생각하기보다 베스트 프렌드로 생각하고 찍었다. 영화에서도 서로가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보였는데 그만큼 성목이가 우리를 잘 따라줬다.”



-강동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4년 전 ‘러브 포 세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지금까지 좋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편했다. 그 영화 이후로는 사적으로만 만나서 동원씨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잘 몰랐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하면서 자기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오히려 나보다 꼼꼼히 체크하고 내가 놓치는 부분까지 알려주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더라.”



-키 차이가 나서 부담스럽진 않았나.

“내가 워낙 키 큰 남자 배우들과 작업을 해와서 키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데 상대방의 얼굴이 작은 건 조금 신경 쓰인다. 아닌 게 아니라 여배우들 사이에서 동원씨는 키가 크고 얼굴이 작아서 기피대상(?)으로 꼽힌다고 들었다. 왜 그런지 알겠다.”(웃음)



-당신의 연기는 어떤 장르나 캐릭터에서도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는 느낌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일 수 있지만 연기적 변신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는 조금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여자 영화가 많이 없을뿐더러 장르도 남자 영화들처럼 다양하지가 않다. 어디서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하면 오디션을 보듯 여배우들끼리 경쟁을 해서 그 역을 따내야 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나도 전작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하는 건 재미없다. 액션, 악역, 미스터리 등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못 만나고 있다. 관계자들과 만나서 그런 고충을 얘기하면 애초부터 나를 중심에 놓고 기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점점 여배우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아쉬움을 중국에서 활동하는 동안 해소할 수는 없었나.

“물론 중국은 한국보다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시도도 해봤고 그쪽에서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는데 잘 안 됐다. 액션물은 솔직히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 몸을 쓰거나 와이어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느낌이 어떨지 되게 궁금하다.”



-만약 실제로 부모가 된다면 어떨 것 같나.

“미라처럼은 못할 것 같다. 지금껏 나는 보호만 받았지 내가 누군가를 보호해준 일이 없다. 아직 내 앞가림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책임감을 갖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건 아직 자신이 없다. 다만 엄마와 내가 지금도 친구같이 지내는 것처럼 내 자식들과도 그렇게 지낼 수는 있을 것 같다. 내가 일찍 연예활동을 시작해서 공부도 많이 못 했고 남들보다 지식도 부족하지만 사회를 일찍 경험한 만큼 인생에 대해선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다. 특히 이성상담은 자신 있다.”(웃음)



-결혼 후에도 연기생활은 계속할 생각인가.

“애기가 생기면 우선순위는 바뀌겠지. 그래도 남자나 여자나 일은 계속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나태하게 있으면 서로에게 안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은 계속 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다른 쪽은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이제 흥행의 맛을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이번엔 특히 잘 됐으면 좋겠다.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 모든 분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게 항상 마음에 걸리고 무겁다. 전혀 상관없는 분들인데 나로 인해 피해를 입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건 동원씨와 감독님이 계시고, 좋은 결과만 보여주었던 영화사 집이 제작한 영화라는 점이다. 모두가 흥행을 경험한 주인공들이라 안심이 된다. 이런데도 (흥행이) 안되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웃음) ▨사진제공=퍼스트룩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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