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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y피플] ‘홍차 컨설턴트’ 문지영씨

2014-09-06

“무궁무진한 향·맛·색 가진 홍차…한국式 문화로 우려낼 것”

20140906
20140906
‘홍차 컨설턴트’ 문지영씨가 대구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에서 홍차수업을 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증권방송 아나운서의 ‘변신’
한복과 다도 익힌 모친 영향으로
자연스레 홍차 접하고 매력에 푹∼
그 매력 대중에 널리 알리고
한국화시키고 싶어 이 길 선택
수성아트피아서 홍차 강의 시작
수십년 녹차 베테랑들도 수강
최근 대구 미인과 홍차를 묶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화 실험도

모르는 사람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어
세계 차시장 80% 차지하는 홍차
녹차와 제조방법 다른 사촌지간
같은 곳서 수확해도 날씨 등 따라
아주 미묘하게 품질이 달라져…
한국에서 홍차 꺼리는 이유는
저품질 티백·잘못된 우리기 탓

명절 음식과 찰떡궁합
홍차는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속 지방 분해하는 카페인과
배설 촉진하는 카테킨이 풍부
추석 기름진 전과 고기 먹은 후
가족과 홍차 꼭 마셔볼 것을 권해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차가 홍차다. 최근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얼그레이, 아쌈 등 유명 홍차를 일부 판매하고 있지만, 커피의 위세에 밀려 어쩌다 티백 정도로만 즐기는 게 일반적이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에서 ‘홍차 강의’를 하고 있는 문지영씨(33·현명원 차문화예절원 부원장)는 소위 ‘홍차 컨설턴트’를 자처하고 나선 이다. 일본, 러시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만의 홍차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문씨를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단아한 개량 한복 차림으로 나타났고, 인터뷰를 시작할 땐 따뜻한 밀크티(홍차의 일종)를 주문했다.

-왜 홍차를 시작했나. 최근까지 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다고 들었다.

“차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접했고 공부해왔다. 어머니가 다도를 했고 한복을 손수 지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통문화를 익혀왔다. 그러던 중 홍차에 대해 알게 됐다. 홍차는 전 세계 차시장의 80%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별로 즐기지 않는다. 몇년전부터 서울지역에선 홍차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싱가포르 홍차 브랜드의 경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여기서 마실 수 있는 홍차 종류만 380여종이다. 홍차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한국화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 이 길을 선택했다. 방송사 아나운서로 일하며 익힌 사교술과 넓은 인맥이 이 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홍차는 어떤 차인가. 녹차와 비교해 설명한다면.

“홍차와 녹차는 같은 차나무에서 나온다. 하지만 제조방법이 다른 사촌지간이다. 이 둘은 발효정도에 따라 구별하면 되는데, 쉽게 생각해 홍차는 찻잎을 완전 발효시켰고 녹차는 안 시킨 것이다. 홍차의 발효는 사과의 갈변원리와도 비슷하다. 찻잎을 따서 시들면 서로 비비는데, 이때 조직이 터지면서 나오는 효소가 산소와 만나면서 산화하는 것이다. 이런 홍차가 매력적인 것은 같은 다원에서 나왔어도 일조량과 날씨 등 당시의 환경에 따라 아주 미묘하게 품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무궁무진한 향과 맛, 색을 가진 홍차가 있는 게 이런 이유다.”

-홍차를 제대로 마시는 법을 몰라 그 맛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맞다. 우리가 홍차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주로 낮은 품질의 티백 홍차를 마시는데다 잘못된 방법으로 우리기 때문이다. 홍차는 물의 비율과 온도, 우려내는 시간 등이 아주 중요하다. 가령, 티백을 너무 오래 우려내거나 여러번 물에 넣으면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홍차는 2-4-3법칙을 따르면 된다. 홍차 2g에 물 400㎖를 부어 3분 정도 우려내면 된다. 또 찻주전자와 찻잔은 한 번 데워 사용하면 좋고, 물은 한 번 끓인 것을 써야 한다.”

-수성아트피아에서 지난 학기부터 하고 있는 홍차강의의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20명 정도의 여성이 강의를 듣는데 얼마전 종강을 했다. 이들이 수업을 더 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 수십년 녹차를 공부해온 선생님들도 이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홍차의 이론과 역사보다는 홍차 문화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러가지 홍차를 마셔보고 맛과 향, 색에 대한 느낌도 서로 전하고, 매일 다르게 준비된 티테이블의 세팅을 감상한다. 여성 수강생들은 특히 이런 미적인 데서 홍차의 매력을 찾는 것 같다.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여성스럽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한국적인 홍차 수업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홍차는 물론 다화와 의상, 테이블 세팅 등으로 좀더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강의를 할 때 영국식 에이프런을 착용하는 대신 한국의 단아한 한복을 차려입는다. 그리고 우리의 도자기 기법으로 제작된 홍차잔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홍차가 생산되고 있나.

“보통 영국, 인도 등에서만 나오는 줄 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나온다.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지역에서 소량 생산된다. 하지만 녹차를 만들고 남은 찻잎으로 만드는데다 기후조건이 떨어지는 곳에서 만드는 만큼 질을 장담할 수 없다.”

-명절때 먹는 기름진 음식과 홍차는 궁합이 잘 맞는다던데.

“이번 명절 때 기름진 전과 고기를 먹은 후 홍차를 마셔볼 것을 권한다. 잘 몰라서 그렇지 제대로 된 궁합이다. 홍차는 먼저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강하다. 지방을 분해하는 카페인과 배설을 촉진하는 카테킨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홍차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액 속 지방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 홍차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가장 먼저 피하지방부터 에너지로 소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역시 지방의 배출을 촉진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이 성분이 놀랍게도 녹차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이 들어있다.”

-간단하게 집에서 홍차를 즐기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집에서 물병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에 물을 담은 후 홍차 잎을 넣고 냉장고에 8시간 정도 넣어두면 숙성이 된다. 이 찻물은 청량감이 뛰어나고 떫은 맛이 덜해 물처럼 마시기에 좋다. 또한 이런 방법으로 홍차를 마시면 체내에 흡수되는 카페인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홍차에 들어있는 여러가지 좋은 성분을 많이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홍차를 이용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던데.

“마이스(MICE)라는 분야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대중에겐 좀 생소하겠지만, 이는 최고 수준의 의전 행사를 진행하는 일이다. 대구의 경우라면 세계에너지총회나 세계물포럼 같은 국제 행사를 치를 때 외국에서 방문하는 VIP에게 가장 전통적이고 수준 높은 우리의 문화를 선보이며 이들을 접대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급조된 행사로 진행되기 일쑤인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홍차를 이용한 티파티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번 대구에서 열린 한 행사 때는 대구 출신 미스코리아들이 귀빈에게 차를 대접하는 의전을 기획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구의 미인과 차를 하나로 묶어 문화 콘텐츠화한 것이다.”

-이같은 활동에 전력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어머니는 서양화가 출신으로 백현주한복연구소와 현명원 차문화예절원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가지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하시다. 무엇보다 이러한 여러가지 아이템을 잘 엮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고 문화사업으로 확대하는 데 능력이 출중하다. 인간적으로는 사사로운 이익에 욕심이 없고, 같이 일하는 사람을 무조건 믿어준다. 사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어머니는 저의 롤모델이다. 차 역시 엄마를 따라 배우게 됐다.”

-다음번 홍차 강의는 언제부터인가.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달라.

“오는 24일 수성아트피아 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다. 아직 홍차를 알리는 초창기인 만큼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겠다. 앞으로의 꿈은 홍차문화를 대중에게 쉽고 친근하게 알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대중적이지 않다. 자기수양을 강조하는 분위기 탓이다. 홍차를 사람들이 좀 더 자주 즐기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이를 문화 아이템으로도 엮어 우리만의 홍차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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