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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입대 화제’ 다문화청년 치료비 없어 발동동

2014-09-20

평소 외국어·연주 봉사 ‘소외계층 희망메신저’
어려운 형편에 7개월 전 사고로 발목 잃을 위기
健保 “교통사고는 미적용” 진료비 환수 통보에
택시회사로부터 피소까지…치료비 마련 막막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0대 청년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지만,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이중 국적자인 이 청년은 2012년 해병대에 자진 입대하면서 언론으로부터 다문화청년의 모범사례로 소개되며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출생 후 대구에서 줄곧 거주해온 A씨(23). 그는 지난 3월23일 밤 10시30분쯤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오른쪽 발목에 전치 16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5개월 넘게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현재 윤씨는 조직이 괴사되고, 뼈가 녹아내리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면 발목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빠듯한 가정형편인 A씨와 가족은 치료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를 지켜봐온 김현진 사회복지사는 “A씨 아버지는 회사가 부도나 현재 가족 수입이 없는 상태다. 병원비 마련을 위해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진료비를 충당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A씨는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1천만원의 진료비를 지불했다. 아직 추가부담해야 할 의료비 1천800만원이 남아있다.

설상가상으로 A씨의 아버지는 지난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교통사고는 국민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안돼 보험적용을 받았던 진료비가 환수조치된다”는 통보를 들었다. 환수조치가 되면 청구된 금액(1천800만원)의 2배 이상을 자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최근 교통사고 책임과실 문제와 관련해 택시회사로부터 피소까지 당했다. A씨 아버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홀어머니와 필리핀 처가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아버지(47)는 “회사부도 후 경력이 단절된 지 너무 오래돼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버지는 “너무 힘들어 차상위계층 신청을 했지만 10년 이상된 2600㏄ 차량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됐다”며 “아들이 인생의 전부처럼 여겼던 음악도 포기해야 한다”며 망연자실했다.

아들 A씨는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지인과 결성한 밴드 ‘퍼펫머펫’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해왔다. 중학교 때 혼혈아란 이유로 언어폭력에 시달렸던 그에게 연주활동은 늘 희망을 갖게 했다. 밴드활동은 군대에서도 이어졌다. 영어와 스페인어에도 능통해 부대 인근에서 영어교사로 봉사활동까지 했다.

문병을 온 밴드 동료들은 “A씨가 여태껏 모든 공연을 무료로 했다. 평소 고아원, 양로원 등 소외계층을 찾아가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며 안쓰러워했다.

동료의 격려에 병상에 누워있던 A씨의 표정은 그래도 밝아졌다. 그는 “발목이 나으면 소외된 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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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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