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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인연 .20] 장현미 프리밸런스 부사장과 김지미 시마 대표이사

2014-12-16

패션 ‘Passion’으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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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 김지미 대표이사(왼쪽)와 장현미 프리밸런스·메지스 부사장이 프리밸런스·메지스의 디자인실에 앉아서 원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포즈를 취했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40~50대 이상의 여성이라면 패션브랜드 ‘프리밸런스’를 들어봤을 것이다. 1991년 주경실업에서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로, 여성들의 한결같은 사랑 덕분에 대구를 대표하는 패션브랜드로 성장했다. 주경실업은 2005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세컨드브랜드로 ‘메지스’를 론칭한 것이다.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프리밸런스의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젊은 여성이 입을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로 메지스를 내놓은 것이다.

지역패션업체에서 세컨드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이것을 탄탄히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성공시킨 것이 현재의 ‘프리밸런스·메지스’이다.


대학원서 ‘인연’이 된 그녀들

장현미 부사장은
“씩씩한 남자 같았던 김 대표
맏며느리인데도 살림에 경영에
퇴근도 없이 일하는 열정 존경”

김지미 대표이사는
“늘 책을 놓지 않았던 장 부사장
저도 헷갈리는 우리 회사 원단
한눈에 알아보는 감각 멋지죠”


장현미 프리밸런스·메지스 부사장(50)은 이 업체의 수석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패션디자이너였던 장 부사장의 남다른 디자인 감각과 남편인 김광배 대표이사의 내실있는 경영이 조화를 잘 이뤄 현재의 프리밸런스·메지스로 성장시켰다.

기업을 키워가는 데 있어 김광배 대표이사의 뛰어난 역량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좋은 디자인의 의상이 없으면 이는 불가능하다. 좋은 옷에 내실있는 경영이 합쳐질 때 기업이 커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사장이기 이전에 수석디자이너로 프리밸런스·메지스의 디자인을 진두지휘하는 장 부사장의 역할을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장 부사장은 섬유업체인 <주>시마 김지미 대표이사(47)에게 좋은 롤모델 역할을 했다. 섬유업체의 오너인 그가 패션디자이너인 장 부사장을 롤모델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이들이 본격적으로 친해진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두 사람은 마흔을 넘은,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계명대 섬유패션학과 석사과정에 나란히 입학했다. 그 전에도 섬유와 패션은 연관이 있는 분야라서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입학해보니 나이가 좀 어리고 여성스럽게 생겼는데 행동하는 것은 씩씩한, 남자 같은 여성이 눈에 띄더군요. 그분이 바로 김지미 대표입니다. 생긴 것과 달리 활달하게 행동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김지미 대표이사 역시 장 부사장에게 매료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늘 책을 놓지 않고 수업시간에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강의를 듣는 모습에 저절로 눈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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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미 부사장이 프리밸런스·메지스의 의류창고에서 김지미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시마의 원단으로 만든 옷을 들고 원단의 특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느낌을 갖다보니 만남이 잦아지고 급기야 두 사람은 회사업무와 관련된 공동프로젝트까지 함께하게 됐다. 2009년 산업통상부에서 추진하는 ‘신감각의 로하스형 패브릭을 활용한 패션의류 제조기법 개발’과 관련한 과제를 두 업체가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친환경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패션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였는데, 옥수수전분을 이용해 섬유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이 섬유를 개발해 호응을 얻었고 두 사람의 친분은 더욱 깊어졌다. 그로 인해 지금도 프리밸런스·메지스에서는 시마의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친하다가도 일을 같이 하다보면 그 사이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 사업을 공동수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돈독해졌다. 서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잘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라고 두 사람은 한목소리를 냈다. 장 부사장은 패션을 전공한 패션디자이너이고, 김 대표이사는 섬유업체 대표이지만 대학에서 의류공학을 공부한 공학도다. 비슷한 분야인 듯하면서도 다른 내용의 공부가 서로가 가지지 못한 점을 보충해줬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급격히 친해진 데는 가정일을 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 동병상련의 마음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외부활동을 하면서 한 가정의 아내, 엄마로서 일하는 어려움을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가정사를 이야기하던 장 부사장은 “우리 둘 모두 아들만 둘씩 두고 있다. 일하면서 별난 아들을 둘이나 키우려니 얼마나 힘이 들었겠느냐”고 반문한 뒤, “김 대표이사는 게다가 맏며느리다. 나보다 상황이 더욱 불리하다. 그런데도 수업시간에 종종 김밥 등을 싸오며 정을 낸다. 일하면서, 그것도 오너로서 업체를 경영하면서 살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늘 웃는 얼굴이다. 그것이 더욱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의 이 이야기에 김 대표이사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만나는 사람은 주로 섬유업체, 패션업체 관계자인데 같은 또래의 여성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장 부사장님의 나이가 저보다 3살 많은데 언니 같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 같기도 합니다. 나이는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저와 비슷한 데다 어떤 상황을 판단하고 삶을 살아가는 지향점마저 유사한 점이 많으니 친해질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만나면 가정사뿐만 아니라 일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한다. “장 부사장님이나 저나 일을 갖고 있다보니 마음만 있지 쉽게 보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한번 만나면 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특히 장 부사장님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추구합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아직까지 이렇게 뜨겁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지요.”

이렇게 말하자 장 부사장은 “나는 정시에 퇴근하지만 김 대표이사는 퇴근 시간도 없는 것 같다. 가끔 저녁모임에서 만나는데 나는 모임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퇴근하는데 김 대표이사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것을 자주 본다”며 “퇴근시간도 없이 일하는 김 대표이사가 동생처럼 여겨져 가끔 안쓰럽기도 한데, 그런 힘든 상황을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때로는 오히려 일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 나이는 어리지만 그 열정이 부럽고 때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김 대표이사는 장 부사장이 부럽다는 말을 했다.

“장 부사장님은 경영을 김광배 대표이사님이 맡아서 해주다보니 회사 운영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지 않습니까. 일을 덜어준다는 점도 좋지만 누군가 옆에서 자신의 일을 이해하며 지지해준다는 점이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될 것 같아요.”

김 대표이사의 경우는 남편이 다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부부 모두 바쁘다고 한다. “눈 뜨면 헤어지고 잠잘 때만 잠시 보는 사이이지요. 장 부사장님처럼 남편이 저렇게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부럽습니다.”

김 대표이사는 패션디자이너인 장 부사장의 탁월한 디자인 감각에 대해서도 부러움을 표시했다. 프리밸런스와 메지스라는 두 패션브랜드를 대구를 넘어서 한국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운 것은 결국 패션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시선과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 바탕이 됐는데 이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천연섬유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활용한 의상을 많이 디자인하는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장 부사장도 김 대표이사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시마에서는 울, 면, 마 등 천연섬유를 활용한 원단 중심으로 생산합니다. 천연섬유와 화학섬유를 접목한 기능성원단을 주로 생산하는데, 두 섬유의 장점을 뽑아 원단을 만들기 때문에 옷을 만들기가 좋습니다. 최근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연섬유에 대한 호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이사가 예전부터 천연섬유를 주력품목으로 생산해왔다는 것은 그만큼 시대흐름을 읽을 줄 아는 혜안을 가진 기업인이라는 의미이겠지요.”

프리밸런스·메지스의 공장을 돌면서 인터뷰를 이어가던 이들이 의류창고에 잠시 멈췄다. 시마에서 생산한 원단으로 만든 옷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얇은 천의 빨간색 블라우스로, 실크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광택이 나는 옷감으로 만든 옷이었다.

“시마에서 만든 원단은 한눈에 보면 알 수 있어요. 천연섬유로 만든 원단은 많지만 시마만의 색깔이 있거든요.” 장 부사장이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자 김 대표이사가 “역시 프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저도 때로는 시마에서 만드는 원단이 어느 것인지 헷갈리는데 장 부사장님은 정확히 맞춥니다. 그만큼 원단에 대한 깊이있는 고민을 한다는 의미이지요. 원단에 대해 이렇게 연구하는데 옷의 디자인에는 얼마나 정성을 쏟겠습니까. 그러니 옷이 많은 이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들이 이 빨간 블라우스를 들고 또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자가 옆에 있는 것도 잊은 듯 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들을 보면서 이런 열정이 기업을 성장시킨 보이지 않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열정을 보니 두 기업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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