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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호빗: 다섯 군대 전투·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2014-12-19

호빗: 다섯 군대 전투
45분간의 ‘외로운 산’ 전투 스펙터클의 백미

20141219

피터 잭슨의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끝을 고한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이하 ‘다섯 군대 전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이어지는 ‘호빗’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중간계 6부작 마지막 이야기다. 16년의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만큼 시리즈를 관통하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강력하고 다양한 악의 세력과 명예를 건 운명의 총력전을 펼친다.

전편에서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는 기지를 발휘해 무시무시한 용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로부터 살아남았다. 이는 잠자고 있던 스마우그를 깨워 호수마을의 무기력한 주민들을 공격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스마우그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듯 무방비 상태의 호수마을을 초토화시킨다. 하지만 스마우그는 인간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호수마을의 인간 궁수 바르드(루크 에반스)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스마우그는 급소를 맞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다섯 군대 전투’는 스마우그를 처치한 이후, 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전투를 위해 예열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스마우그가 없어진 덕분에 나무 방패 소린(리처드 아미티지)이 이끄는 난쟁이 족은 원래 자신들의 터전이던 에레보르 왕국의 빼앗긴 보물을 되찾게 된다. 이때 바르드는 도움을 갚겠다는 소린의 약속을 기억해 마을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너른골로 향한다. 하지만 산 밑의 엄청난 보물을 원하는 건 바르드뿐만이 아니다. 군대를 이끌고 온 엘프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과 암흑의 군주 사우론 역시 오크 군대를 보내 ‘외로운 산’에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

‘다섯 군대 전투’는 모든 화력이 한 장소에 집중해 펼쳐지는 탓에 6부작 전체를 통틀어 공간 이동이 가장 적다. 전작들이 쉴 틈 없이 펼쳐지는 험난한 모험여행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다섯 군대 전투’는 오로지 전투의 스펙터클에 집중한다. 144분의 러닝 타임 중 3분의 1에 달하는 후반 45분간을 오로지 ‘외로운 산’에서의 전투신으로 몰아친다. 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호빗’ 3부작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전 어떤 시리즈들과 비교해도 크고 강력하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를 관통하는 상징적인 액션 테마인 공성전은 덕분에 어느 때보다 용맹스럽고 진득한 남자들의 이야기로 담긴다. 일단 전략적 요충지인 너른골을 장악하면 누구든 전투의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해 안개 산맥과 북쪽의 군다바드에서 오크 군대가 몰려와 노른골을 포위하기 시작한다. 바르드는 너른골의 시민들을 이끌고 이들과 대항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이때 무쇠밭 다인이 이끄는 난쟁이 군대와 엘프 군대가 악의 세력과 맞선다. 중간계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가 참여한 이 전투는 그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평화를 위해 애쓰던 호빗조차도 칼을 뽑아 들 만큼 대단한 용기와 희생이 그려진다는 점에서다.

피터 잭슨은 혼란스러운 전투의 와중에도 로맨스와 부자간의 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흥미를 더한다. 이미 소린과 미스터리하게 실종된 그의 아버지 스라인의 관계, 레골라스(올랜도 블룸)와 스란두일의 관계 등이 2편의 서사를 감칠맛 나게 만들었다면, ‘다섯 군대 전투’는 여기에 더해 엘프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을 중심으로 레골라스와 난쟁이 킬리(에이단 터너) 사이에서의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또 참나무 방패 소린이 탐욕에 서서히 눈이 멀어 우정과 명예를 저버리는 모습도 흥미롭다.

‘호빗’ 시리즈는 1권으로 완성된 원작을 3개로 늘렸다. 그만큼 피터 잭슨의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졌다는 얘기도 된다.

결과적으로 톨킨의 원작에서 드러나는 우정과 용기, 명예와 희생이 가지는 본질, 부와 권력의 부패 등은 등장인물 간의 다양한 서사가 존재하고 사적인 갈등이 얽혀 있는 피터 잭슨만의 또 다른 세계로 탄생할 수 있었다. 당대 가장 뜨겁고 위대했던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는 아쉽지만 이렇게 애틋한 작별을 고했다.(장르:판타지 등급:12세 관람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배우의 인생은?…줄리엣 비노쉬 삶이 모티브

20141219

베테랑 배우인 마리아 앤더스(줄리엣 비노쉬)는 20년 전, ‘말로야 스네이크’라는 연극을 통해 유명해졌다. 당시 마리아는 연상의 상사인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몰고 가는 젊고 자유로운 시그리드를 연기했다. 그런데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신인 감독에 의해 그 작품의 리메이크가 진행되는 중이고, 마리아에게는 시그리드가 아닌 중년 여성 헬레나 역으로 출연제의가 들어온다. 여전히 젊은 시그리드 역을 하고 싶어 주저했던 마리아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을 파트너 삼아 연기 연습을 시작한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이하 ‘실스마리아’)는 줄리엣 비노쉬의 삶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전히 최정상에 위치한 세계적인 배우이지만 젊음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불안해하고, 또 여배우로서의 삶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갈등하고 있는 모습은 극중 마리아를 통해 고스란히 투영된다. 실제로도 줄리엣 비노쉬는 연기하는 내내 자신의 모습이 반추되는 두려움을 느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보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런 마리아를 중심으로 세대가 다른 두 여성 사이의 권력관계와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정체성의 혼돈을 그려간다. 특히 ‘실스마리아’에서 주요하게 다뤄진 건 제도화된 종속관계 속 무력감이다. 발렌틴은 가질 수 없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마리아에게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하며, 보다 인간적인 헬레나의 매력을 어필해왔다. 하지만 마리아는 헬레나 역을 내켜하지 않았다. 비록 허구의 존재이지만 피하고 싶은 자신의 실체와 마주한 것 같아 불편한 것이다. 게다가 새롭게 시그리드 역을 맡게 된 할리우드의 스캔들 메이커 조앤(클로이 모레츠)마저 불안하고 이기적이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자 혼란스럽다.

실스마리아는 그 점에서 질투와 도발, 순수와 열정이 충돌하는 두 사람의 흥미로운 무대가 된다. 영화 비평가 출신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예리한 시선으로 배우의 삶과 세월의 흐름, 현대의 소셜 미디어에 관한 통찰력을 제대로 포착한다.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도전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연출 방식은 ‘실스마리아’에서 유독 빛을 발하는데, 이는 여배우들로 하여금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도록 만드는 기제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건 캐릭터 접근방식이다. 줄리엣 비노쉬의 실제 인생을 투과한 것 같은 모습도 그렇지만, 타자가 되어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여배우들의 모습도 재밌다. 공개 연애 도중 불륜이 파파라치에게 찍혀 망신을 당했다고 말하는 조앤의 모습은 국내에서도 불륜 소동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닮아 있다. 하지만 ‘실스마리아’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조앤이 아니라 발렌틴이다. 마치 자신을 조롱하듯 대사를 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보면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클로이 모레츠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슈퍼 히어로를 조롱하는 할리우드 영화 ‘킥 애스’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다시 한번 슈퍼 히어로 시리즈를 비웃는다.

이처럼 세 여배우는 연극과 실제의 모호한 경계를 허물며 극에 현실감을 더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역할과의 간극 사이에서 관습을 스스로 허무는 이 작업은 그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배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최대로 살려내는 것이 각각의 색을 지닌 연기 예술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말처럼 ‘실스마리아’는 세 여배우의 눈부신 연기와 함께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도전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매혹적인 영화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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