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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학교 밖 청소년 이끌 ‘희망 등대’ 불 밝히다

2015-01-12

대구서 전국 첫 ‘24시간 운영’ Wee 센터 오픈… 카페 형태로 휴식 공간·간식거리 제공
청소년간 정보 교류와 전문가 상담 통해 진로·진학 고민 해결 돕고 가정·학교 복귀 지원
Wee Cafe 친구랑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20150112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현장형 Wee센터인 ‘친구랑’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오픈을 앞두고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이곳은 책과 컴퓨터, 세탁·샤워시설이 마련돼 있어 위기에 처한 학생을 일시 보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지난 6일 오후 대구시 중구 북성로 인근에 위치한 건물 3층 내부(297㎡). 실내는 수십 개의 조명이 내뿜는 불빛으로 환했다. 노란 불빛에다 따스한 공기를 내뿜는 난방기까지 힘을 보태 훈훈함을 더했다.

실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음악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빠른 리듬의 최신가요다. 실내에는 앳된 얼굴의 10대 청소년 예닐곱 명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는 커피머신이 ‘취이’하며 일을 하고 있었고, 여러 대의 PC도 ‘위잉’ 소리를 내며 가동 중이었다. 카페와 PC방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벽면 한쪽에는 ‘24시간 청소년카페(Wee Cafe 친구랑)’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같은 날 늦은 오후 대구시 중구 중앙로 지하상가. 몸을 한껏 움츠린 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의자와 탁자 등이 설치됐다. 활동가들은 설문지 등을 들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며 이들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후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활동가와 한 학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학생은 2~3분 정도 앉아서 설문지를 작성하고 활동가의 말을 곰곰이 듣고는 자리를 떠났다. 활동가는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이 많은 것 같다. 이들에게 청소년 카페를 알리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학교를 떠나 방황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카페

대구 도심에 가출 청소년 등 학업 중단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현장형 Wee센터인 ‘친구랑’이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12월30일 빗장을 푼 이곳은 이달 12일 개소식을 시작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친구랑’은 교복을 내팽개치고 펜을 놓아 버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거나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해 진로나 진학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물론 당장 쉴 곳이 필요한 10대 청소년이나 진로가 고민인 학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위치도 그래서 ‘시내’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10대들의 주 활동 무대인 이곳에 자리 잡은 것. 최일선에서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빠진 청소년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곳에서의 상담과 휴식을 통해 학업에 복귀하도록 따스한 손길을 내밀겠다는 복안이다.

‘친구랑’은 카페 형태로 꾸며졌다. 바리스타 자격을 갖춘 활동가가 24시간 맛있는 커피를 내린다. 이외 먹거리와 음료수 등 기본적인 간식거리도 제공한다. 책과 컴퓨터, TV도 갖춰져 있다. 집을 떠난 가출 청소년을 위해 세탁과 샤워 공간, 여분의 옷가지 등도 준비돼 위기에 처한 학생을 일시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센터가 24시간 운영된다는 것. 하루 종일 불이 꺼지지 않는 위기 청소년 관리센터가 꾸려지는 건 전국에서 대구가 최초인 셈이다.

현장형 Wee센터라는 개념은 서울에서 먼저 시작됐다. 교육부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지난해 공모를 거쳐 서울과 강원, 그리고 대구를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심야 시간대에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이 찾을 거라고 판단, 교육부에 “24시간 위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권원희 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대안건강교육 담당은 “당초 교육부에서 난색을 표했지만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우리(대구시교육청)의 뜻대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숙박시설을 마련하려던 계획은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해 취소했다”며 “하지만 올 5월쯤에는 위탁 운영을 맡기로 한 대구 YMCA가 쉼터를 이 건물 내로 옮길 방침이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 밖 청소년’을 찾아 현장으로

‘친구랑’은 대구 YMCA가 위탁 운영한다. 이곳에는 전문 상담사와 복지 전담인력이 자리하게 된다. 이들을 통해 지속적인 상담과 복지지원이 이뤄진다. 각종 심리검사와 진로적성검사, 진로상담 등이 진행된며, 심리콘서트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심리치료도 지원된다. 또한 청소년 지원기관이나 대안교육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자립을 돕는다. 이를테면 방송통신중 청소년반이나 검정고시 정책을 알려주는 식이다.

두 개의 큰 축은 진로와 학업이다. 학업 중단 학생들이 공부의 끈을 붙잡도록 하거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게 하지 않겠다는 것.

전지열 센터장은 “한번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게 현실”이라며 “대신 다시 펜을 잡을 수 있게 대안학교나 검정고시 등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자격증을 따도록 유도하는 등 진로를 찾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전 센터장은 가만히 앉아 위기 학생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거리구호 활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현장형 Wee센터’라는 게 생소한 개념이니만큼 초기에는 홍보 활동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다.

대구 YMCA는 심야 시간대 2명을 배치해 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용자 수가 많거나 예상치 못한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소홀할 수 있다. 권원희 담당은 “인근 지구대에 협조를 요청해 둬 경찰에 의한 순찰이 이뤄진다. 단 아이들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순찰은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친구랑’ 활동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대안교육기관 등과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학교’와 ‘가정’이기 때문이다.

권 담당은 “학업중단 학생을 보호하고 학업에 복귀하도록 유도하겠다. 또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학교를 떠나 방황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이 이곳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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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친구랑’에서는 바리스타 자격을 갖춘 활동가가 맛있는 커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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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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