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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허삼관·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01-16

허삼관
허삼관 부부와 세 아들의 진한 가족 이야기

20150116

1953년 충남 공주의 한 마을. “더위 먹는 것보다 힘든 게 낫다”며 열심히 일하는 한 청년이 있다. 가진 건 없지만 배짱과 뚝심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허삼관(하정우)이다. 그가 모든 총각의 로망인 허옥란(하지원)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옥란은 마을 최고의 갑부 하소용(민무제)과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이. 옥란을 얻고 싶었던 삼관은 자신의 피를 팔고 받은 돈으로 옥란의 환심을 사고, 데릴사위가 되겠다며 그녀 아버지의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한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삼관은 일락, 이락, 삼락이라는 이름의 아들 셋을 낳고 옥란과 함께 단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첫째 아들 일락이가 허삼관이 아니라 하소용을 닮았다는 것.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일락의 혈액형 검사 결과를 확인한 삼관은 이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자 충격에 빠진다.


소설 ‘허삼관매혈기’ 영화화
배우 하정우의 두번째 연출작


중국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를 각색해 영화화한 ‘허삼관’은 허삼관 부부와 세 아들의 진한 가족 이야기다. 문화대혁명(1966~76) 시기를 조명한 원작의 배경은 가난하지만 정감 넘치는 1960년대 대한민국의 한 마을로 옮겨왔고, 모든 사건과 이야기는 허삼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생명력을 얻는다. 11년간 누구보다 예뻐하던 맏아들 일락이 남의 자식이라는 기막힌 사실을 알고 난 삼관은 마음이 편치 않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그를 ‘종달새’로 놀리기 시작하자, 배짱 두둑했던 삼관도 평정심을 잃고 밴댕이보다 좁은 속을 일락과 옥란에게 드러낸다. 일락에게는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게 하고, 옥란의 모든 혼수용품은 일락이 저지른 선배 아들 치료비로 넘겨 버린다. 이는 중반부까지 이 영화의 정서로 작용하는데, 순수하고 솔직한 마을 사람들의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과 어우러지며 당시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해학적으로 펼쳐간다.

‘허삼관’은 ‘롤러코스터’로 독창적인 코미디를 보여준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그는 원작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의 기조는 유지하면서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를 더했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흐름은 깔끔하다. 뒤끝까지 속좁은 삼관과 옥란, 그리고 졸지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버린 일락과의 불편한 관계에 주목했던 전반부와, 뇌염에 걸린 일락을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삼관의 진한 부성애에 초점이 맞춰진 후반부는 재미와 감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안정적인 이야기 구도를 갖췄다.

허삼관 가족과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이르러 한층 감정을 고조시키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옥란과 일락을 보낸 삼관은 이제부터 수술비 3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한 번 헌혈하고 받는 돈은 천원. 그것도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당장 돈이 급한 삼관에게 마을 의사 최가(장광)는 헌혈을 확인할 수 없는 다른 지역의 병원들을 찾아가면 헌혈이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이후 영화는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우리네 아버지의 가슴 찡한 감동의 드라마로 전개된다.

이는 기대 이상의 연출력을 뽐낸 감독 하정우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하다. 위화 작가 역시 한국에서 최초 영화화를 결정한 기저에는 하정우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한몫했다. 그는 “하정우의 출연 작품들을 모두 빼놓지 않고 봐왔기 때문에 무척 만족스럽고 적역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삼관’은 하정우의 탄탄한 인맥을 보여주듯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들의 짧지만 선 굵은 연기를 보는 맛도 제법 쏠쏠하다. 또한 개성과 천진함을 갖춘 아역들의 연기도 무난하다. 물론 그 중심엔 연출과 주연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하정우와 대체불가의 여배우 하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정우의 차기 연출작이 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 아메리칸 스나이퍼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의 실화

20150116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스나이퍼로 불렸던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다룬다. 미군 네이비실 최고의 저격수였던 크리스 카일은 아군의 목숨을 노리는 수많은 적군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했고, 공식적으로 160명의 적군을 저격 사살했다. 미군 사상 전무후무한 최다 저격 기록이다. 이에 주목한 영화는 크리스의 영웅적인 활약상과 함께 그 이면의 삶을 조명한다.

텍사스 출신의 크리스(브래들리 쿠퍼)는 최고의 사냥꾼이 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어려서부터 사격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왔다. 성년이 된 후에도 심약한 동생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을 만큼 그는 가족, 조국, 신을 지키겠다는 의협심이 누구보다 강했다. 그런 그가 충격적인 9·11 테러를 접하게 된다. 나이 서른에 네이비실에 지원해 엄격한 선발 과정을 이겨낸 그는 저격수로 이라크에 파병된다.

크리스에게 미국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위대한 나라이다. 이는 유년기부터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왔다. 인간을 세 부류로 분류한 아버지의 말에 따라 크리스는 호시탐탐 양을 노리는 늑대에 대항해 그들을 보호하는 양치기 개(수호자)가 되길 바랐다. 이제 군인이 된 그는 그 보호대상을 가족에서 조국, 그리고 삶과 죽음의 전쟁터 한가운데 놓인 전우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으로 외연을 넓혀간다.


연출·제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황폐해져 가는 한 남자의 내면
이와 결부된 가족의 상태에 주목


그는 총 4번의 이라크 파병을 나갔다. 영화는 1차 파병이었던 팔루자에서 위험을 감지한 타깃에 총을 겨눈 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모자(母子)로 보이는 이 타깃은 결국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로 밝혀지지만 크리스는 그 잠시 동안 수많은 갈등과 고민에 휩싸여야 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이후의 파병을 통해 많은 미군을 구해내고 그들 사이에서 ‘레전드’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감싸고 있는 기류는 여타 전쟁영화의 그것처럼 화려한 액션이 아닌, 서로 적으로 마주한 그들 사이에 형성된 팽팽한 긴장감과 심리전이다. 연출과 제작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여기에 더해 스스로도 서서히 황폐해져 간 한 남자의 내면과 이와 결부된 가족의 상태에 주목했다.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크리스와 아내와의 관계를 좀 더 밀착시킴으로써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불안감과 두려움 이상으로 그들 가족의 삶 역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는 아내 타야(시에나 밀러)와 두 아이가 있다. 타야는 그가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지만 집에 있는 순간에도 많은 전우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크리스의 마음은 늘 전쟁터를 향해 있다. 그가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전우를 구했기에 신 앞에서도 떳떳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더 많은 전우를 구하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싸움에 대한 정당성을 확신하고 그의 명성이 쌓여갈수록 전우들의 죽음 또한 가속화된다. 일단 크리스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겐 반드시 제거돼야 할 대상이다. 이에 대항해 그들도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무스타파를 저격수로 배치한다. 두 사람은 한번도 마주친 적은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며 날선 대결을 긴장감있게 펼친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그 점에서 영웅성과 가정을 상실해가는 한 남자의 행적을 포착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는 “영광이 목적이 되어버렸다”는 한 유족의 말처럼 이민족과의 크고 작은 전쟁을 벌여왔던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국민은 물론 세계의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들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를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섬세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폭력과 정의, 윤리가 어지럽게 혼재된 인간의 본성을 또 한번 예리하게 담아냈다. 거장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최고의 역작이라 할 만하다.(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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