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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아득한 강 블루길·배스뿐…어도 막혀 바다서 물고기도 못 올라온다”

2015-01-30
20150130
세 전씨가 운영하고 있는 고깃배가 발산나루터 선착장에 접안돼 있다. 전씨는 물고기가 안 잡혀 심각하게 전업을 고려 중이다.

20150130
고령군 다산면 어부 전상기·전광기·전기석씨(사진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20년 이상 어부생활 했는데
지난해 같은 경우는 처음

날씨가 따뜻해지면 강은
부영양화로
또다시 몸살을 앓을 것


유람선에 수상스포츠까지
물고기 더 안잡혀 죽을 맛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낙동강 유람선 달성호 선상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트로트풍의 가요가 겨울강의 적막을 깨트린다. 폭이 좁았던 낙동강은 이제 겨울 갈수기에도 헛배 부른 복어마냥 잔뜩 강물을 품고 있다. 하지만 물은 많아도 강 위를 날아다니던 겨울철새의 군무는 물론 그 흔한 청둥오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예전부터 흑두루미 등 겨울철새의 도래지였다. 금호강과 대명천·진천천이 합류해 넓은 들판을 형성함으로써 십리가 넘는 모래톱이 형성됐다. 하지만 그 유명했던 모래톱은 이젠 볼 수가 없다. 다만 강 둔치에는 축구장이 생겼고 강변을 따라 을씨년스러운 자전거길이 새로 났을 뿐이다.

지난 23일, 기자는 낙동강 어부를 취재하러 사문진교를 넘었다. 고령군 다산면~성산면 낙동강변 도로를 따라가다 다산중학교에서 유턴, 다산문화공원과 좌학리은행나무숲 사이를 지나 낙동강 발산나루터에 다다랐다. 발산나루터 또는 발리산나루터는 옛날 바램이나루터나 월성나루터로 불렸는데, 지금은 다산면 어민의 선착장이자 달성보 부유물임시적치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무 데크로 된 접안시설에는 3척의 고기잡이배가 정박해 있다. 어민 3명이 기자를 반겼다.

“고령군에는 내수면어업허가증이 있는 어부가 7명입니다. 다산면에 셋, 성산면에 둘, 개진면과 우곡면에 각각 한명이 있습니다.”

전상기씨(64)는 낙동강 어부경력 21년차다. 그는 IMF 외환위기 당시 합판가공업을 하다 사업을 접고 지금까지 고기잡이로 생계를 잇고 있다.

“1998년 다산면으로부터 어업면허가 났어요. 91년 페놀사건 이후 이곳에선 물고기를 잡아 파는 게 금지됐습니다. 일부사람이 불법으로 조업을 하긴 했지만 강물이 다소 깨끗해진 뒤에야 어업허가가 났지요. 그때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습니다. 잉어와 붕어, 민물장어, 메기는 물론 숭어와 웅어, 심지어 은어도 많았습니다. 봄에는 고기가 바다에서 떼를 지어 강을 거슬러 올라왔지요. 2003년 태풍 ‘매미’ 때에는 1m가 넘는 메기를 잡은 적도 있습니다. 이젠 바다에서 산란을 하기 위해 올라오는 고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상기씨를 비롯해 전광기(54), 전기석씨(56)는 다산면 일대 낙동강이 어로구역이다. 셋 다 다산면 호촌리와 송곡리 출신으로 담양전씨 일가다. 이 중 상기씨가 가장 먼저 어부가 됐다. 이들은 각각 송곡호, 다산호, 제석호 등 엔진이 장착된 FRP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령군 소속 어민(7명)은 한달에 한번 모이다가 지난해부터 고기가 잡히지 않아 두 달에 한 번꼴로 모인다.

“물고기를 잡으면 고기차가 와서 바로 현장에서 수매한 다음 식당으로 유통됩니다. 주로 뱀장어, 빠가사리(동자개), 쏘가리, 메기 등이 돈이 되지요. 옛날엔 전라도에서도 낙동강의 물고기를 구입해갔습니다. 거창에서 만나 고기를 건넸지요. 당시엔 물고기가 많이 잡혀 선금도 받고 그물까지 맞춰줬습니다. 허허허.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거꾸로 됐습니다.”

이들이 쓰는 장비는 통발과 자망, 강망(민물 정치망), 주낙 등이다.

“4대강사업 이후 이전보다 물고기 어획량이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뱀장어 같은 경우 1㎏에 17만원까지 하는데 이젠 볼 수가 없어요. 2000년대 초엔 한 해 6천만~7천만원까지 수입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젠 기름 값도 안 나와요. 야간작업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배터리꾼들이 강의 지류나 상류에서 야간에 몰래 배터리로 물고기를 잡는 바람에 씨가 말랐습니다. 배터리는 치어고 성어고 가리는 게 없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한창 알을 낳는 사이에 그 짓을 합니다. 그러면 알도 부화가 안돼요. 3명이 한 조가 돼 상류의 물고기를 싹쓸이하는데 단속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기자는 통발을 걷으러가는 고깃배에 올라탔다. 강 가장자리에 일정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놓은 게 눈에 띄었다. 새가 앉아 쉴 수 있도록 했다는데 새는 보이지 않으니 헛수고를 한 것이 틀림없다. 강물은 고요했다. 아니 흐름이 멈춰져 있었다. 강물은 탁하다 못해 석탄처럼 시커멓다. 멀리서 보면 강이 낭만과 풍광으로 보이겠지만 가까이서 본 강은 생태적으로 이미 죽은 강이었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폭이 두 배 이상 넓어지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바람에 수심도 훨씬 깊어졌습니다. 강 가장자리에 있던 왕버들은 물이 차면서 다 죽었습니다. 큰빗이끼벌레가 전에 없이 창궐해 왕버들 뿌리와 강바닥에 착 달라붙었어요. 보통 왕버들은 물가에 사는데 갑작스레 물이 차면서 죽은 것 같습니다.”

상기씨가 힘겹게 통발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통발에 꽉 차 있어야 할 물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100여마리의 물고기 가운데 빠가사리 1마리, 모래무지 1마리, 누치 1마리를 제외하곤 모두 블루길과 배스다.

“보십시오. 일주일 만에 걷어 올렸는데 대부분 블루길과 배스뿐입니다. 예년엔 하루에 두 번이나 통발을 거뒀지요. 보통 통발 하나에 2㎏가량 물고기가 들어있었습니다. 20년 이상 물고기를 잡았는데 지난해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봄부터 이번 겨울까지 최악입니다.”

전씨가 헛웃음을 지었다. 통발은 물흐름이 있어야 고기가 잘 들어가는데 흐름이 없다보니 통발에 청태와 물이끼가 끼어 누렇다 못해 시커멓다.

“강바닥의 퇴적물을 퍼낸 다음 물흐름이 없다보니 다시 퇴적물이 그대로 쌓여 부영양화가 생기는 겁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강은 또다시 몸살을 앓을 겁니다. 지금까지 지난해 여름만큼 낙동강에 녹조가 많이 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땐 통발 안에 들어가 있던 물고기도 산소가 부족해 죽어있더라고요. 물고기가 있으려면 습지와 수초 같이 물고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걸 다 없앴으니 어디서 산란을 합니까. 이제 잡히는 건 블루길과 배스 같은 외래어종밖에 없어요.”

광기씨가 한숨을 지었다. 통발을 다시 강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왔다. 상기씨가 물고기를 죄다 숲에 버렸다.

“블루길과 배스는 상품성이 없어 고기차가 안 사갑니다. 하룻밤만 지나면 새나 너구리들이 와서 다 먹어치웁니다. 부산·경남에선 외래종퇴치 차원으로 지난해 블루길과 베스를 수매했다는데 고령군에서도 수매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세 전씨는 이제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호수이지, 어디 강입니까. 올핸 달성군에서 유람선을 하나 더 띄워 달성보까지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큰 배가 지나가면 파동이 일고 소음이 나서 고기가 안 잡히는데 배가 한척 더 늘어나면 어쩝니까. 더욱이 여름엔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수상스키어까지 몰려와 죽을 맛입니다. 홍수 때 떠내려 온 통발이나 그물이 스크루에 걸리면 안전사고도 예상되는데 걱정입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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