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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뼈빠지게 일하는 老年…해외여행 다니려던 꿈은 그냥 ‘꿈’이었다

2015-02-25

은퇴 이후가 더 서글픈 베이비부머

20150225
이동운 전 대구 성서경찰서 외사계장이 24일, 정년퇴직 후 재취업한 대구시 달서구의 한 납품업체에서 배달할 물건을 트럭에 싣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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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20대보다 취업률 앞서지만 하루 12시간 일해도 생계 빠듯
◆ ‘고용 역전 시대’의 현실

2013년에는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래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고용 역전(逆轉) 현상이 발생했다. 퇴직 후에도 다시 일하는 사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대구지역 50대 취업률은 75.9%로 20대 취업률 60.6%를 앞서는 고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참여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처해 있는 근로여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공직생활을 마감한 이동운 전 대구성서경찰서 외사계장(60·대구시 북구 태전동)은 지난달부터 장갑, 방진마스크 등을 공장에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매달 200여만원의 연금을 수령하지만 둘째 아들 학자금 대출을 매달 40만원씩 갚고 있다. 대출금은 아직 1천여만원 더 남아있다. 아파트 관리비 매달 40만원, 식비 등의 생활비, 각종 경조사비, 활동비를 제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해외여행을 다니며 휴식을 취하려던 노후의 계획은 말 그대로 꿈이었다. 매달 수령하는 연금과 함께 납품업체 일을 통해 13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지만 각종 대출금을 갚고 나면 생활이 빠듯하기만 하다.

삼성에스원 공채 1기인 박주화씨(53·대구시 동구 신천동)는 2009년 대구에서 경동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다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한국전력의 제도가 바뀌면서 심야전기 보일러 사업을 더 이상 못하게 된 것. 새벽마다 인력시장을 기웃거려 얻은 일자리가 건설일용직이었다. 새벽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 박씨의 손에는 매일 8만원이 쥐여졌다. 3인 가족이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적은 금액이었다.

박씨는 얼마 전 특수용접 자격증을 취득해 동신ENG에서 용접기능공으로 일하고 있다. 일용직 일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지만 생활은 여전히 빠듯하다. 생활비에 아들 학비와 노모의 지병 치료비까지 일을 해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베이비붐 세대는 본인이 희생된, 가족 중심의 과잉 책임으로 인해 퇴직 후에도 다시 산업 현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가장(家長) 주도의 가족 동반자살도 ‘가족 모두 내가 짊어져야만 한다’는 베이비부머의 과잉된 책임감이 불러온 참극”이라며 “자녀 양육과 노부모 봉양이라는 과한 책임 의식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족 부양에 떠밀려…작년 2만명 이상 ‘임시 일용직’ 구직나서
◆ 20대와 ‘알바 자리’ 경쟁

회사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는 생계 해결과 가족 부양에 떠밀려 구직이 쉬운 임시 일용직 곳곳에 뛰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취업 베이비부머의 45.6%가 임시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다보니 아들 세대와 아버지 세대가 임시일용직을 놓고 다투는 경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5060 베이비부머 임시일용직 구직자는 2010년 3천232명에서 지난해 2만1천757명으로 6.7배 급증했다. 반면 20대 청년층 임시일용직 구직자 수는 21만2천250명으로 전년도 54만7천995명과 비교해 2.5배 증가했다.

20대 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커피전문점, 독서실, 고시원,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 50~60대 베이비부머 구직자가 몰리고 있다. 베이비부머 임시일용직 구직자의 이력서 지원 실태를 분석해보면 2011년과 비교해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 분야에서 6.8배, 커피전문점 분야에서 7.4배, 베이커리 분야에서 5.9배의 지원 증가추세를 나타냈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임시일용직을 둘러싼 부자(父子) 세대 간 경쟁 현상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불안한 고용 상황이 반영된 현상”이라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는 생계수단 단절이라는 개인의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이들이 보유한 사회경제적 자산의 계승이라는 사회 공동체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경·노인호기자
신인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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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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