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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영화 ‘스물’ 동우 역 2PM 멤버 이준호

2015-03-27

“극중 동우와 나의 공통 분모? 처지는 달라도‘피곤함’은 확실히 이해된다”

20150327



패기와 열정, 희망으로 넘쳐나야 할 스무 살의 동우는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에서 주춤거린다.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인해 아픈 엄마와 철없는 늦둥이 쌍둥이, 그리고 학비 걱정에 대학을 포기하려는 남동생을 건사해야 하는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장남이라는 이유로 온전히 떠안았다. 무엇보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키워왔던 만화가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더 화가 나고 서글프다.

영화 ‘감시자들’의 다람쥐 역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2PM 멤버 이준호의 동우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던 건 그 때문이다. 가진 게 없어 고달픈 생활밀착형 연기를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이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신선했다. 분명 또래의 연기자에게도 녹록지 않았을 역할이지만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으로 촌철살인의 대사를 탄생시킨 이병헌 감독은 2PM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이준호를 자신의 데뷔작에 과감히 캐스팅했다. 이 감독은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얼굴을 가진 친구”라며 “실제로 촬영장에서도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내뿜었을 만큼 단연 돋보였고, 여러모로 동우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그의 캐스팅에 만족해했다.

개성 강한 스무 살 동갑내기 세 친구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스물’은 특히 평범한 20대를 보내지 못한 이준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데뷔 8년 차가 되고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소 나의 스무 살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그는 “대리만족하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걱정 많고 할 일 많은 애늙은이부터 친구들에게 쉽게 휘말리고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안정적 연기로 소화해낸 이준호. ‘스물’은 우리가 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가족이 피해보는 것 절대 못봐
내가 동우라도 꿈 포기했을 것
일하지 않을 때는 그냥 집에…
스트레스 풀고 싶으면
게임을 하거나 과식하면서 보내
2PM 멤버들과 이성 얘기 안해


▲첫 주연작이다. 느낌이 어떤가.

“우선 내 연기가 제대로 대중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감시자들’ 때는 많은 선배님들에게 업혀가는 게 있었다. 하지만 ‘스물’에서는 주연의 위치에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떨린다. 물론 한편으로는 설레고 기대도 된다.”

▲치호, 경재와 달리 동우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다.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나.

“치호와 경재는 도드라지고 멋있고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분명한 캐릭터다. 반면 나는 감독님의 말씀처럼 페이소스가 담긴 얼굴로 동정심과 모성애를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각각 캐릭터의 장점이 분명히 있고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감시자들’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협녀’에서도 힘을 굉장히 많이 줘야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래서 차기작은 힘을 제대로 빼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보다 동우가 현실적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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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우를 연기하기 위해선 그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할 것 같은데, 어땠나.

“많은 분들이 그 점을 가장 많이 궁금해할 것 같다. ‘아이돌 스타와는 많은 괴리감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일 텐데. 분명 공통분모가 있다. 일차원적으로는 피곤함이다. 장르는 다를지라도 피곤함은 확실히 이해된다.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동우처럼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물론 동우처럼 현실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렵다거나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과 생각을 해야 했다.”

▲기획사 연습생 시절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2PM으로 데뷔하기전까지는 사실 돈이 없었다. 밥값은 회사에서 지원을 해줬는데 연습실이 부족해서 밥을 빨리 먹고 연습을 해야 했다. 진짜 전쟁터 같았다. 그 과정에서 위염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다. 일주일 동안 잠을 못잘 정도로 속이 쓰리고 아팠는데 체한 줄 알고 콜라만 먹었다. 결국은 참을 수가 없어 친한 작곡가 형에게 부탁해 함께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콜라를 왜 먹었느냐’고 하시더라. 정말 심각했다고 하면서. 집 생각이 났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워낙 심했던 터라 얘기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동우의 아픔과 고생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거다.”

▲지금도 부모님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나.

“이젠 자랑스럽다고 하신다. 열여섯 살 때 엄마에게 춤 학원 한 번만 보내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엄마 앞에서 춤을 출 테니 한 달 후에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면 나를 믿어달라고 했는데 헛소리하지 말라며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지금은 그러신다. ‘그때 좀 보내줄 걸. 말이라도 한번 들어줄 걸’이라며 미안해 하시더라. 지금은 많이 응원해 주신다.”

▲2PM 데뷔는 언제했나.

“딱 스무살 때 했다. 당시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고 패기가 넘쳤다. 우울한 현실과 마주한 동우의 스무 살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그 점에서 평범하지 못한 스무살을 보낸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채워주었다. 2PM의 월드투어와 겹쳐서 되게 피곤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촬영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이유다.”

▲‘감시자들’로 주목을 받았다. 신인이 데뷔작으로 주목을 받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연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많았을 것 같다.

“연기를 굉장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PM으로 데뷔하고 5년이 지나서야 ‘감시자들’ 오디션 볼 기회를 얻었다. 운 좋게 캐릭터가 정말 좋았고,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셔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 얼떨떨했다. 지금도 설경구 선배님이 나에게 해주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에 큰 용기를 얻고 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그냥 집에 있는다. 예나 지금이나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집에서 영화와 책을 보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는 게임하고 과식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것들이 나름 나에게 큰 공부가 된 것 같다.”

▲친구나 멤버들과 만나면 주로 어떤 얘기를 하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자나 여자나 화두는 비슷할 것 같다. 여자들도 만나면 남자들 얘기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지나가는 남자가 ‘괜찮다’ ‘별로다’라는 식의 얘기 말이다. 영화에서처럼 적나라하게 섹스 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표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2PM 멤버들끼리는 이성에 관한 얘기는 거의 안한 것 같다. 항상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할 여유가 없었던 거지. 거의 1년 내내 콘서트 계획 짜고 회의 하면서 보낸다. 여자 얘기가 나온다면 이동하거나 리허설 중에 새로운 여자 아이돌이 나왔다는 정도다. ‘스물’을 찍으면서도 우린 주로 일 얘기만 했던 것 같다. 동갑이기 때문에 많이 통한 건 있지만, 나나 우빈이나 하늘이에게 ‘스물’은 중요한 시기의 영화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같이 했다.”(웃음)

▲영화처럼 화끈한 세 사람의 만남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서로가 스케줄이 바쁘다 보니 촬영하면서 개인적 시간을 가진 건 한 번밖에 없었다. 하지만 셋의 취미와 공감대가 비슷했다. 오프라인에선 못 만나도 모바일 대화방을 개설해놓고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게 더 재밌더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면서 웃기도 많이 웃고, 공감도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채팅하다가 졸리면 나 먼저 간다며 들어가고, 아프다고 하면 약 먹으라고 하면서 서로 챙겨주고, 사랑한다는 문자도 자주 날렸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장면이 제일 재밌었나.

“한번은 다른 친구들이 찍은 장면이 궁금해서 감독님에게 보여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러자 감독님이 재밌는 장면이라며 보여주셨는데, 하나는 하늘이가 자기 뺨을 때리는 장면이었다. ‘미친 놈아’하고 소리지르면서 자기 뺨을 때리는데 정말 대단해 보였다. 내가 지쳐있을 때인데 보면서 많이 웃었다. 또 하나는 우빈이와 박혁권 선배가 상황적 웃음을 유도한 장면인데 감독님도 웃음을 참지 못했을 만큼 재밌었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반반씩 섞여있다. 분위기를 타는 편인데, 되게 말이 많아서 웃길 때도 있지만 기본 베이스는 동우쪽에 가깝다.”

▲극중 동우는 만화가의 꿈을 버리고 공장에 취직을 함으로써 현실과 타협한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했을 것 같나.

“나도 동우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나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보는 건 절대 못볼 것 같다. 우등생인 동생은 학비가 없어서 육군사관학교를 가겠다고 한다. 큰 아버지의 말씀처럼 조금만 지원하면 분명 훌륭한 판검사가 될 재목인데 말이다. 게다가 아픈 엄마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동생까지 놔두고 내 꿈만을 좇기 위해 가족을 고생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당신은 평범한 스무살을 포기한 건데.

“맞지만 나같은 경우는 포기라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선택이었으니까. 만약 포기라고 말한다면 대중은 나에게 욕을 할 거다. 얻을 것 다 얻어놓고 이제 와서 그것을 포기라고 말하냐고. 가끔 부럽긴 하다. 내가 누리지 못한 평범했던 생활들을 말이다. 대신 돈이 많고 유명세를 얻은 걸 다른 사람들은 부러워할 수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얼마 전 우빈이 하늘이와 함께 ‘연예가중계’에 출연해 캠퍼스를 찾아가는 코너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다. 그들의 젊고 예쁜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구동성으로 ‘예쁘다’고 말하면서 서로 공감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되게 웃겼다.”

▲배우로 한건하고 싶다고 했는데 롤모델이 있나.

“롤 모델은 정말 많다.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맷 데이먼이다. ‘본’ 시리즈의 화려한 액션 전사가 아닌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와 ‘굿 윌 헌팅’에서 보여준 그의 편안함에 끌렸다. 물론 그보다 더 엄청나고 대단한 분이 많지만 그런 그가 그냥 좋았다.”

▲스무 살을 맞았거나 맞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스무 살이라는 나이는 도전을 많이 해볼 수 있는 나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생각을 못 하지만, 막상 스무 살이 되고 사회에 나오면 자기를 보호해 주는 곳이 없어지게 된다. 그런 것들을 미리 생각해서 어느 정도 자신을 더 단련시키고 강하게 하고자 하는 도전 의식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어려움도 문제없이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만의 확고한 꿈을 갖는 건 필수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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