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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살인의뢰

2015-03-27

수감 살인범에 대한 기상천외 복수작전

20150327

흑백TV 시절, 온 국민을 수상기 앞에 앉게 했던 TV극 ‘수사반장’은 실화를 소재로 미궁에 빠진 강력사건의 진실을 스릴 넘치게 파헤친 인기 드라마였다. 경쟁사에서 맞불을 놓기 위해 수입한 외화 ‘형사 콜롬보’는 막판에 가서야 범인이 밝혀지는(그리하여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하는) 수사반장과는 달리 오프닝에서 범인의 정체를 밝히고 있어 극명히 대비된다. 그러나 범인을 이미 밝혀버려 플롯의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형사 콜롬보는 범인과 수사관의 치밀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춰 수사극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동생을 살해한 사이코 연쇄살인범에 복수하려는 현직 형사의 절규를 담은 손용호 감독의 ‘살인의뢰’는 초반에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고 검거됨으로써 형사 콜롬보를 연상시킨다.

촉이 좋은 강력계 형사 태수(김상경)는 서울 동남부 연쇄실종사건의 범인이자 부녀자 10명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마 조강천(박성웅)을 검거해 의기양양하다. 그러나 강천의 마지막 희생양이 태수의 동생 수경(윤승아)으로 밝혀지면서 그 충격과 분노에 태수의 삶은 뒤틀린다. 그런데 태수 못지않게 복수의 집념으로 삶이 망가진 이가 있으니 태수의 매제, 즉 수경의 남편 승현(김성균)이다.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강천은 요원한 집행 일정 탓에 3년이 지나도록 감옥에서 건재하다. 영화는 강천이 수감된 지 3년 후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에 포커스를 맞춘다.

부모 없이 자란 누이동생의 죽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형사 오빠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내를 잃어버린 슬픔에 제정신이 아닌 은행원 남편의 ‘절치부심 복수혈전’은 영화의 제목(살인의뢰)이 시사하는 것처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펼쳐진다.

교도소에서 공권력의 보호를 받는 원수에게 사적 복수를 하기 위해 승현은 같은 감방에 수감된 조폭 두목과 스와핑(swapping·교환)식 거래를 시도하고 이를 막기 위해 태수는 온몸을 내던진다. 색다른 복수방식과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공황이 눈길을 끌지만, 나약한 은행원에서 인간병기로 변신하는 승현의 뒤태가 안쓰럽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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