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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샘의 밑줄 쫙] 무너진 자격루

2015-04-17
20150417

대통령과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자격루 모양의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의 사고를 두고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벤트 일을 오래 해본 저로서는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같은 국가적인 규모의 큰 행사들은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만 대부분의 행사들은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시간이나 장소의 여건상 그럴 수 없습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행사 현장에서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서울 올림픽 때는 그런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음향 장비를 두 세트나 설치했다고 합니다. 음향 장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비용을 들여서 필요한 장비보다 더 많은 장비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물론 예비장비를 쓰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서 괜한 돈을 쓴 결과가 됐지만 말입니다.

한 지인이 서울의 잘나가는 이벤트 기획사의 높은 직책으로 있다가 독립해서 국가적인 행사를 수주했다고 합니다. 그 행사에서 리허설 때 잘 나오던 음향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행사도 엉망이 되고 결국 창업한 지 얼마 안돼 회사문을 닫고 말았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일 겁니다. 왜 사전에 점검을 안 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없는 그런 돌발 상황이 생기는 걸 하나부터 열까지 대비하기란 정말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다가 갑자기 마이크가 안 나온다고 주인에게 따지면 주인은 “좀 전까지 잘 나왔는데 이상하네요”라며 마이크를 바꿔줍니다. 준비된 여분의 마이크가 있어서 쉽게 바꿔줄 수 있지만 수많은 장비들이 필요한 이벤트 현장에서 그 많은 것을 모두 대체할 여분의 장비를 준비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번 사고는 국가적인 행사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로 인해 이벤트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이번 행사는 대구에서 개최됐지만 정작 행사의 대부분을 서울 업체가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런 큰 규모의 행사는 서울 업체라야 믿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그런데 만약 이번 행사를 지역업체가 담당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얼마나 많은 비난을 받았을까요. ‘역시 지역업체는 한계가 있어’라며 평가절하를 했겠죠.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거듭할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말만 하지 말고 지역 업체에도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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