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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스틸 앨리스·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5-05-01

스틸 앨리스
조발성 알츠하이머 여교수의 소중한 기억 붙들기

20150501

앨리스(줄리안 무어)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경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언어학 교수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던 그녀가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전조 증상은 있었다. 어느 날부터 건망증이 심해진다 싶더니 강의 도중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매일 같이 조깅하던 길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완벽했던 그녀였기에 가족의 충격은 크다. 하지만 앨리스 본인에 비할 바는 못된다. “모든 것을 잃는다는 건 지옥같은 고통”이라는 말로 괴로운 심경을 대변한 그녀는 이후 조금씩 사라져 가는 소중한 기억들을 붙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줄리안 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독 리처드 글랫저는
지난 3월 루게릭병으로 세상 떠나


리사 제노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틸 앨리스’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더 잃게 될지조차 알 수 없어 두렵기만 한 앨리스의 모습에 주목한다. 극적인 상황보다는 앨리스와 그의 가족이 맞닥뜨릴 수 있는 작은 변화다. 앨리스는 가족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자신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는 순간을 최대한 기억하려 애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짧다.

앨리스가 진단 받은 조발성 알츠하이머는 지적 능력이 높을수록 치매의 진행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가족에게도 100% 유전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자신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은 그렇다 쳐도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큰 딸 애나(케이트 보스워스)까지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영화는 온전히 앨리스의 관점으로 진행된다. 그녀의 시선에서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고, 모두가 그녀의 세상에 편입되도록 연출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세밀한 묘사 역시 눈에 들어온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앨리스의 외양은 물론이고 작은 행동의 변화부터 대사의 뉘앙스까지 신경을 쓴 느낌이 역력하다. 안타깝게도 이를 진두 지휘한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지난 3월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과 묘하게 맞물린 주인공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독을 차분한 호흡으로 담아냈다.

감정과잉을 배제하고 냉정한 태도를 유지한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앨리스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의지만으로 이를 늦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편(알렉 볼드윈)은 그런 앨리스의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대학 진학으로 항상 의견충돌을 일으켰던 막내딸 리디아(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엄마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병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환자 가족의 고통에 집중했던 기존 알츠하이머 소재 영화들의 접근 방식과도 차별된다.

알츠하이머는 본인의 모습은 물론,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으로 불린다. 앨리스가 “차라리 암이면 부끄럽지 않아 좋겠다”고 말한 건 그래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정서는 시종 포근하고 따뜻하다.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모습이 아닌 가족에게 사랑받는 한 여인의 영화로 읽혀지는 이유다. 캐릭터의 폭넓은 감정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로 표현해낸 줄리안 무어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당연한 결과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추리극 펼쳐가듯 베일에 싸인 여성 사진작가 쫓아

20150501

‘그녀의 사진을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온기가 느껴진다. 유머가 있고 비극을 볼 줄도 안다.’ 베일에 싸여있던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작품에 대한 유명 비평가 앨런 세쿨라의 평이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다이앤 아버스 등과 비견될 정도라는 찬사까지 보탠다.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하지만 누구도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이름도, 국적도, 직업도 숨긴 채 정체불명의 필름 15만장을 남겼을 뿐이다. 과연 그녀는 누구이며, 왜 자신이 기록한 이 수많은 사진을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을까.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한 흥미로운 여정을 따라간다.

비비안 마이어를 세상에 처음 소개한 건 역사학자 존 말루프다. 2007년 역사책에 쓰일 과거 거리 사진을 찾기 위해 집 앞 경매장을 찾은 존 말루프는 그곳에서 인화되지 않은 필름 수십만 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380달러에 구입한다.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분신과의 첫 만남이다.


정체불명 필름 15만장을 남긴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과 비견돼
그녀의 직업은 놀랍게도 유모였다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보아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일단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진다. 곧이어 전세계 전시 열풍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매스컴은 그녀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한다. 이에 고무된 존 말루프는 이젠 그녀가 누구였는지, 베일에 싸여있던 그녀의 정체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모순적이다” “대담하다” “신비롭다” 비비안 마이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기억들을 떠올리지만 대체적으로 그녀가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비브, 미스 스미스, 비비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으며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의 직업이 스파이라고도 했다. 흥미로운 건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그녀가 자신의 ‘셀카’는 지속적으로 촬영했다는 점이다.

그녀의 직업은 놀랍게도 유모다. 이 일을 하면서 늘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로 틈틈이 사진을 찍었고, 카메라만 달랑 들고 세계여행을 떠날 만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인상깊게 다가온 건 이처럼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다. 인종, 정치, 특권 등 사회 밑바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기 주장을 분명히 했던 그녀는 이를 편견 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감독은 그녀의 여정을 마치 추리극을 펼쳐가듯 쫓는다. 비비안 마이어의 소지품을 하나씩 정리해 그녀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고 그녀를 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볼링 포 콜럼바인’의 현장 프로듀서를 맡았던 찰리 시스켈 감독이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었다. 이 여정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담겨질 수 있었던 이유다. 주어진 것을 취하기보다 자신만의 삶을 온전히 살아간 여자, 비비안 마이어. 그런 그녀의 삶이 오롯이 담긴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제 고인이 된 그녀에게도 우리에게도 벅차고 소중한 감동의 순간일 듯하다.(장르:다큐멘터리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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