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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날이 갈수록 자리 쟁탈전 치열…거리의 악사라지만 기본 경비도 만만찮아”

2015-06-19

거리의 뮤지션…‘나는 버스커다’

20150619
반주기 없이 자자곡 위주로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통기타 트리오 ‘엘 마리아치 다락’ 멤버인 구본석·김강주·김종락씨
20150619
색소폰, 오카리나, 플루트 연주에 이어 그 시절 건전가요 등을 들려주는 혼성 듀엣 엄창화·송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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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포크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예순 초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스킹에 나선 김해후씨와 상인동 라이브클럽 오비스 캐빈 사장 겸 통기타 가수인 정해구씨도 세시봉 버전의 듀엣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20150619
수성못 버스킹 포인트


수성못(둘레 2.2㎞)에는 현재 모두 9개의 버스킹 포인트가 있다. 1번과 8번 포인트는 수성구청 문화체육과에 신고해야 사용할 수 있다.

1번 포인트에는 야간 영상음악분수쇼를 관람할 수 있는 대형수변무대가 조성돼 있는데 수성구청과 대구문화재단 주관 행사만 올린다.

농구장 옆 2번 포인트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18년째 수성못의 대표적 비보이로 알려진 이근호씨의 단골 춤터. 왕버드나무 맞은편에 있는 4번 포인트는 혼성듀엣 엄창화·송인씨, 5번 포인트는 가끔 버스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은 곳이다. 수성못의 대표적 버스커로 사랑받고 있는 손영찬씨가 애용한다. 수성못 표석이 서 있는 6번 호반광장 무대와 7번 간이쉼터 무대는 기타 트리오 다락(김강주·구본석·김종락), 어쿠스틱 기타 듀엣 김해후·정해구씨와 래퍼 듀오 피에스타즈(Fiestaz) 등이 사용한다. 8번 오리배 선착장 무대는 색소폰 위주의 공연이 집중된다. 현재 30여개 팀이 공연 신청을 해놓은 상태. 9번 잔디광장은 지역의 각종 연예봉사단 등이 자주 사용한다.


원맨 버스커 손영찬씨
무명가수 누구도 알아주지않지만
관객 외면 못해 자정 넘어 공연도

기타 트리오 엘마리아치 다락
수성못 버스킹음악제 만들고싶어
내년 생애 첫 정규앨범 출시 예정

포크싱어 60대 김해후씨
버스킹은 음악인생 제2의 도약대

혼성 듀엣 엄창화·송인씨
악기 다양…건전가요풍으로 사랑

◆ 원맨 버스커

맨 처음 만난 사람은 수성못에서 가장 먼저 버스킹에 불을 댕긴 손영찬씨(55). 야성미가 물씬 풍겨나는 그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챙 없는 털모자를 쓰고 있다. 쓸쓸하고 호젓한 카리스마다. 오후 6시쯤 일찌감치 동쪽 중앙 데크에 장비를 푼다. 조금 늦으면 다른 버스커 차지가 된다. 비켜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 바닥에선 먼저 전을 까는 사람이 그 공간의 주인. 이 바닥 불문율이다. 물론 어느 공간이 누구의 몫이라는 건 대충 알고 존중한다. 하지만 새로운 버스커가 불청객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자리 쟁탈전이 점점 치열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밥 먹을 시간이 없다. 근처 편의점, 분식집 등에서 라면, 칼국수, 빵 등으로 끼니를 대충 해결해야 된다. 운 좋은 날에는 지인이 음료수, 간단한 다과류를 사들고 온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생수도 3통 이상 필요하다. 전기도 없다. 목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차 소리 등으로 인해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으면 장시간 공연할 수 없다. 처음에는 앰프 없이 가보려고 했지만 도심의 골목과 달리 이렇게 사방이 툭 트인 공간에선 통기타 하나만으로 공연한다는 건 버스커에겐 ‘고역’이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딱 감고 100여만원짜리 발전기를 구입했다. 4천원어치 등유를 사오면 두 번 정도 공연할 수 있다.

“거리의 악사라고 하지만 기본 경비가 소소하게 들어간다. 사정을 아는 이는 팁박스에 군자금을 넣어준다. 보통 1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다. 넣어본 사람만이 팁 주는 맛을 안다. 경험 없는 사람은 부끄러워 내고 싶어도 못 낸다. 그런 맘을 나도 처음에는 몰랐다. ”

주말에는 필을 받으면 자정을 훨씬 넘긴다. 녹다운 상태. 하지만 거리음악에 중독된 관객의 눈동자를 쉬 외면 못하고 계속 노래한다.

계명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시절 일찌감치 라이브 통기타 가수로 나선다. 제대 직후 시내 라이브 클럽 ‘마음과 마음’에서 노래를 불렀다. 2005년 동구 동촌유원지 라이브 클럽 ‘강촌 라이브’를 끝으로 20년간의 다운타운 언더그라운드 통기타 가수로서의 삶을 정리했다.

무명가수의 삶,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매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동촌유원지 구름다리 근처 쉼터 문화가 너무 척박했다. 음주문화만 무성했다. 이곳에 버스킹이란 씨앗을 심고 싶었다. 몇몇 버스커가 격려공연도 해주었다. 2012년부터 2년간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버스킹 횟수가 늘어나면서 팬도 생겨났다. 동촌 구름다리의 대표적 버스커로 뿌리를 내린다. 항상 음향이 문제였다. 그 소리에 민감한 사람이 자꾸 민원을 제기했다. 더 자유로운 곳을 찾아 떠났다. 거기가 수성못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진을 쳤다.

야외공연이 어려운 동절기 등에는 재능기부로 폐쇄 정신병동, 경대병원, 무료급식소 등을 찾아 재능기부 공연도 해준다.

◆ 반주기 버린 버스커

어쿠스틱 기타 트리오 ‘엘 마리아치 다락’.이 팀이 나타나면서 수성못 버스킹의 수준도 한 단계 성숙한다.

‘어쿠스틱 정신’으로 똘똘 뭉친 구본석·김강주·김종락씨. 종락씨는 둘보다 다섯 살 아래. 셋은 버스킹계의 유비·관우·장비 같다. 통기타로 ‘수성못 버스킹 삼국지’를 그리는 중이다. 모두 서울 가서 유명 가수가 되겠다는 야망을 일찌감치 접었다. ‘그냥 버스킹하다가 거리무대에서 임종한다’는 각오다.

이날 셋은 오후 3시부터 두시간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야외음악당에서 버스킹을 했다. 저녁도 굶고 오후 8시부터 수성못 북측 중앙 메인 수변무대에 섰다. 20~30대 관객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의 음악은 시끄럽지가 않고 정결하다. 반주기 없이 오직 통기타 사운드만으로 자신의 열정을 표출한 탓이다. 기본 코드만으로 기타를 치는 게 아니고 정확한 전주와 간주, 피날레 애드리브까지 날린다. 음악을 좀 안다는 이는 다들 ‘수준급 연주를 공짜로 듣는 게 너무 미안하다’는 표정이다. 이들은 검정 팁박스를 내놓긴 하지만 절대 팁을 유도하지 않는다. 팁 강요는 ‘버스커의 수치’라는 믿음 때문이다. 셋은 거기서 4시간 이상 달렸다. 하루의 4분의 1을 공연에 올인. 심야의 허기를 라면으로 달래고 오전 2시쯤 귀가했다.

2011년 가세한 종락씨는 통기타에 천재적 감각을 갖고 있다. 한때 에릭 크랩튼의 블루스, 곧이어 핑거스타일 기타 주법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미 엠마뉴엘에 빠진다. 토미가 주도한 핑거스타일 기타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토미의 제자가 되어 미국 유학도 다녀온다. 토미 버전의 속주 핑거스타일 기타연주는 이미 기타리스트 사이에도 소문이 난 상태. 사이먼 앤 가펑클, 에릭 클랩튼, 토미 엠마뉴엘, 김광석 히트곡까지 모두 암보했다.

셋은 대구방문의 해 주제가인 ‘대구의 추억’으로 활동했다. 2012년 경북대, 동촌강변, 대구 동성로,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7호광장 유흥가, 월드컵 경기장 등을 버스킹으로 습격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싱글 앨범 ‘서이 프로젝트’를 냈다. 강주씨는 현재 20여곡을 작곡했다. 대표곡인 ‘대구의 추억’과 ‘친구야’는 제법 아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내년 생애 첫 정규 앨범이 출시된다. 이들은 7월초 여수 버스킹 축제에도 초대를 받았다.

이들이 모여 ‘수성못 버스킹 음악제’를 만들고 싶단다. 조만간 자기 레퍼토리를 가진 ‘진성버스커’가 곧 탄생할 것 같다.

◆ 세시봉 포스의 버스커

예순을 넘긴 포크싱어인 김해후씨.

그는 ‘세시봉 세대’로 20대 때부터 서울 명동에서 잘 나갔던 통기타 가수였다. 그런 그가 후배 통기타 가수인 상인동 라이브 카페 ‘오비스 캐빈’ 정해구 사장과 의기투합, 수성못 중년 버스커로 등장했다. 내공이 쌓인 연주실력에 7080세대 팬들은 그의 연락처를 묻고 팁도 주고 앙코르를 연발한다.

‘포크싱어여 영원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조만간 버스킹 차량을 몰고 전국순회 버스킹 장정에 오를 계획인 김씨. 그가 버스킹 소회를 밝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무대가 있었다. 나름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도 있고 그래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조용필, 이미자 같은 국민가수가 아니면 어느 시기가 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된다. 노후를 음악없이 허무하게 늙어가는 선후배를 너무 많이 봤다.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싶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수성못은 중후한 내 음악을 새롭게 다져줄 수 있는 ‘제2도약대’처럼 보였다. 주저하지 않고 후배와 함께 버스킹을 결행하게 됐다.”

하지만 후발주자라 공연 장소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 이미 길을 닦아놓은 후배의 버스킹 포인트에 들어가기도 뭣해 나름 맘고생이 심하다.

◆ 혼성 듀엣 버스커

지난 해 수성못 이상화 시비가 있는 야외잔디광장에서 줄기차게 모습을 드러낸 혼성 듀엣 엄창화·송인씨. 거기서 주말 오후 6시부터 5시간 논스톱 공연을 하다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동북쪽 데크에서 포문을 열었다. 송인씨는 다양한 악기를 다룬다. 통기타는 물론 오카리나, 플루트, 색소폰 등을 연주한다. 엄씨는 퇴직 후 교육사업을 하고 송씨는 약국에 근무하고 있다. 다락방, 이사가던날, 나는 못난이, 사랑하는 마음 등 건전가요풍의 7080음악 300여곡이 주 레퍼토리다. W3면에 계속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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