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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극비수사

2015-07-03

유괴사건 해결하기 위해 뭉친 형사와 도사
엔딩크레디트 직전 실존인물 어깨동무 훈훈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극비수사

어린 소녀가 두 번씩이나 유괴돼 전 국민을 충격적 비탄에 빠뜨렸던 1978~79년 ‘정효주양 납치사건’이 은막으로 옮겨졌다. 효주양이 박정희 대통령 담화에 힘입어 두 번째 납치에서 풀려나던 날, 두려움에 떨며 경주 인근 국도를 헤매던 소녀를 구출한 사람은 대구에 살던 어느 가전용품 배달기사였다. 그 기사와 같은 동네 산다는 친구의 ‘대리 무용담’을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7년이 흘러 역사가 되고 영화의 소재가 됐다.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이 자신의 고향에서 벌어진 강력사건을 가족드라마로 변용시킨 ‘극비수사’는 당시 사건이면에 감춰진 인간적 페이소스를 실화라는 긴박감에 버무려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미궁에 빠진 초유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사와 형사가 뭉친다는 설정은 낭만적 동화에서나 가능할 법한데, 엔딩크레디트 직전 어깨동무를 하고 등장하는 두 실존인물(도사 김중산과 형사 공길용)을 대할 때면 훈훈한 인정의 체취에 절로 숙연해진다.

세속에 찌든 베테랑 형사 공길용(김윤석)이 관내 사건도 아닌 유괴사건을 맡게 되면서 관할서 수사팀과 겪게 되는 경찰 내부의 내홍과 갈등은 영화의 잔재미를 더하게 하고, 70년대 시대상과 풍물을 재연한 갖가지 미장센들은 관객을 아련한 추억의 피안으로 이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오직 유괴범 잡기에만 혈안이 돼 국민적 관심사의 주연이 되려 다투는 서울과 부산 수사진의 이전투구 틈바구니에서 오로지 어린 생명을 구하려 혼신의 정열을 불사르는 형사 공길용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의 콤비 플레이다.

그리하여 사건이 마무리된 뒤 결정적 공헌을 했음에도 다시 별 볼 일 없는 ‘형사와 도사’로 되돌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다독이며 교우하는 장면은 교조적 작위성이 짙지만 그만큼 애잔하고 뭉클하다. 자신을 상업적 역술인으로 취급하는 세상에 ‘간절히 기도하면 감응이 온다’며 잔잔한 톤으로 신념어린 소회를 내뱉던 김중산의 무표정한 눈매가 아직 어른거린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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