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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한밤의 아이들

2015-07-0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해체·재조립…사실상 ‘터미네이터’ 리부트 작품

20150703

2029년, ‘심판의 날’ 이후 인류는 기계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 이에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제이슨 클락)는 남은 사람들을 이끌고 로봇 군단 스카이넷에 맞선다. 위기감을 느낀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탄생을 막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1984년으로 보내고, 그를 막기 위해 부하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가 과거로 떠난다. 그러나 모든 게 바뀌었다. 어린 시절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을 만난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는 평범한 소녀가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깨닫고 스스로를 단련시킬 만큼 강인한 여전사가 됐다. 그녀는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카일 리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도착하자 제니시스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 2017년으로 떠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1984)로부터 무려 31년 만에 부활한 프랜차이즈 신작이다. 단순한 후속편이나 프리퀄 혹은 리메이크가 아닌 시리즈를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리부트(Reboot)’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복잡한 타임라인이 눈길을 끈다. 시간의 균열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동시 전쟁이 이뤄지고, 시간 개념의 변주로 인한 이야기와 공간은 더욱 확장됐다.


T-800, 최강 T-3000과 힘겨운 싸움
돌아온 슈왈제네거 존재감 여전
이병헌 T-1000으로 강한 인상


흥미로운 건 존 코너와 사라 코너, T-800, 카일 리스 등 1·2편의 주요 캐릭터들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선 같은 공간과 시간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기존의 시간 설정이 뒤섞여 있는 만큼 원작에 없는 새로운 타임라인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즉 사라 코너를 구하라며 카일 리스가 보내진 시점은 1984년이지만, 그곳에서 카일이 만난 사라 코너는 1991년 ‘터미네이터2’에서의 강인한 여전사다. T-1000의 등장도 이 영화의 시간이 완전히 뒤섞여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그야말로 ‘터미네이터’의 세계를 완벽히 해체하고 새롭게 재조립했다.

최첨단 특수효과에 힘입은 화려한 볼거리는 기대 이상이다.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터미네이터들이 총출동하고 스펙타클한 액션은 가공할 스케일로 담겨져 지루할 틈 없이 러닝타임을 채워간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다시 한번 T-800으로 등장해 노익장을 과시한 그는 최강의 적 T-3000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다. T-3000은 화염 속에서도 녹지 않아 사실상 제거가 불가능한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이다. 여기엔 반전이 숨겨져 있는데 제임스 카메론이 “기대 이상의 스토리”라고 극찬했을 정도.

아무래도 국내 팬들의 관심은 T-1000을 연기한 이병헌에게 모아질 듯하다. “특별하면서도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배우가 필요했다”는 제작진의 주문에 최적화된 그는 짧은 분량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 이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부활이다.(장르:액션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한밤의 아이들
태어나면서 간호사에 의해 바꿔치기된 두 남자의 인생

20150703

‘한밤의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뒤바뀐 삶을 살아가게 된 살림(사탸 바바)과 시바(시다하스)의 기구한 인생여정을 따라간다.

살림과 시바는 인도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던 1947년 8월15일 자정 무렵에 태어났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전혀 다르다. ‘조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신문에 장식될 만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살림과 달리, 가난한 떠돌이 악사의 아들로 태어난 시바는 매끼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 간호사 메리가 어떤 의도를 갖고 두 아이를 바꿔치기함으로써 그들의 운명도 뒤바뀌게 된다.

살만 루시디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한밤의 아이들’은 그중 살림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 이를 인도의 방대한 역사와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살림의 출생은 파키스탄의 독립과 연관되어 있는데, 영화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살림이 태어나기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의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인생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인도의 독립이라는 위대한 순간부터 내전이 발발하여 위기감이 고조되는 암흑 같던 시절이 그의 인생여정에 오롯이 담긴다.


살만 루시디의 소설이 원작
인도의 방대한 역사에
초능력이라는 소재 접목 절묘


살림은 자신의 삶이 불가사의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한다. 다사다난했던 역사 속에서 상처받고, 또 한편으로 치유받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강한 능력을 타고났다. 이는 ‘한밤의 아이들’이라는 제목과 결부되는 흥미로운 점인데, 자정에 태어난 1천1명의 아이들은 모두 다양한 초능력을 갖고 태어났다는 설정으로 현실과 판타지의 기묘한 접점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거울을 통과하고, 몸집을 조절할 수 있고, 날 수 있는 능력 등을 하나씩 지녔다는 것.

실재했던 역사에 초능력이라는 비일상적 소재를 접목시킨 건 정말 기발하다. 장르의 전복으로 읽힐 정도지만 감독은 서사의 균형을 잃지 않고 이를 절묘하게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사실 영화가 주목한 건 혼돈의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이는 현실의 비극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비치는데, 주인공 살림의 기구한 인생여정을 100년에 걸친 인도의 파란만장했던 역사와 뒤섞음으로써 이야기는 보다 흥미롭게 완성됐다.

인도 출신의 디파 메타 감독이 이 이야기를 146분의 러닝타임에 성공적으로 담아낸 건 그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장장 533페이지에 달하는 원작 소설의 영화화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열정과 원작자인 살만 루시디의 적극적인 협조가 더해져 이를 가능케 했다. 덕분에 ‘고된 인생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우리 인생은 사랑의 연속이었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 독특한 소재,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이를 능숙하게 아우른 디파 메타 감독의 연출력이 삼박자를 이룬 인상적인 영화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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