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50727.010080735190001

영남일보TV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벚나무 2천그루

2015-07-27

경산 지식산업지구 시행자측, 나뭇값 1천만원 공탁후 벌목
뒤늦게 사실 안 땅주인측 소송 “이설비용도 너무 낮게 책정”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벚나무 2천그루
23일 경산시 하양읍 대학리의 한 농지에서 김모씨가 자신이 키우던 벚나무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경산 지식산업지구의 사업시행사측이 토지개발과정에서 땅 주인도 모르게 나무를 무더기로 벌목해 논란이 일고있다.

김모씨(56·대구시 북구)는 2007년 3월 경산시 하양읍 대학리에 위치한 형수 오모씨(여·79·대구시 동구) 소유의 농지에 벚나무 2천그루를 심었다.

형수가 사용하지 않고 묵혀둔 농지에 당시 유행 조경수인 벚나무를 투자개념으로 식재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2012년 이 지역이 지식산업지구로 개발된다는 결정이 났고, 벚나무가 있던 오씨 소유의 농지도 개발구역에 함께 포함됐다.

다음해인 2013년, 김씨와 오씨는 사업시행사인 경산지식산업개발<주>측으로부터 땅값과 벚나무 이설비용이 책정된 보상금 내역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시행사가 벚나무 이설비용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했다는 게 김씨측의 주장이다.

김씨는 “당시 나무 한 그루당 이설비용이 3만원정도였는데, 시행사의 책정가격은 5천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토지개발시기는 점점 다가왔지만, 벚나무 이설 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김씨와 오씨는 시행사측과의 협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후 2년 뒤인 2015년 김씨는 벚나무를 매수할 사람을 찾았고, 지난달 28일 매수자와 함께 벚나무가 있는 형수 오씨의 농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땅은 중장비로 깨끗이 밀려버려 벚나무는 온데간데없었다.

김씨는 그길로 시행사측을 찾아 항의했지만, 시행사측은 ‘땅값과 별도로 벚나무 값 1천만원을 법원에 공탁해놨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김씨는 “땅주인과 나무 주인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나무를 처분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시행사측에서는 정부책정기준으로 벚나무 값을 매겼다고 하는데, 조달청 기준으로 확인한 결과 벚나무 값이 60분의 1 가격으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벚나무 2천그루의 값이 6억원(1그루당 30만원) 수준이라는 게 김씨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행사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산지식산업개발측 관계자는 지난 24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오히려 2년 동안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우리는 정부로부터 김씨의 땅값과 나뭇값을 책정받아 그 금액을 법원에 공탁했다”며 “또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재결서를 받아 벚나무를 파쇄 처리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결정은 법원의 1심 선고 수준의 법적효력을 갖고 있어 문제없다”고 말했다.

김씨와 형수 오씨는 현재 경산지식산업개발<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