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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쏙쏙 인성쑥쑥]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을 해드리다 (賣炭買肉 無闕母饌)

2015-07-27
[고전쏙쏙 인성쑥쑥]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을 해드리다 (賣炭買肉 無闕母饌)

청록의 칠월에 모처럼 고향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상리파출소 방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오르막길이 되면서 도로의 양편 가로수는 모두 능금나무였습니다. 능금이 햇볕을 받아 제법 빨간색을 도드라지게 나타내었습니다. 면소재지 가까운 곳은 가로수 능금 열매에 봉지를 씌워 이채로웠습니다.

눈을 올려다보니 간판엔 ‘도효자로(927번 지방도)’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니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다리 이름이 ‘높은다리’입니다. 마음에 정감을 주고 매우 토속적이며 한국적입니다. 외나무다리, 긴다리, 빨간다리, 여우다리, 낮은다리, 도깨비다리, 섶다리 등의 이름은 왠지 그리움의 고향 모습입니다.

다리를 지나니 ‘도시복 생가’의 안내 표지판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명심보감 효행속편엔 효자 도시복 이야기가 나옵니다. 도시복은 집이 무척 가난하였지만 효도는 지극하였습니다. 숯을 만들어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을 끼니마다 빠짐없이 챙겼습니다. 하루는 읍내 시장에 가서 늦게 돌아오는데 솔개가 고기를 낚아채 갔습니다. 도시복은 슬피 울면서 그냥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솔개가 벌써 고기를 물어다가 집안 뜰에 던져 놓았습니다. 솔개가 도와 준 것입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병이 나서 홍시를 먹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5월이라 홍시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도시복은 감나무 숲에 가서 헤매다가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때 도시복의 앞에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길을 가로막고 꼬리를 흔들면서 등에 타라는 듯이 땅에 엎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시복은 엉겁결에 호랑이의 등에 탔습니다. 호랑이는 백여 리나 되는 산동네에 이르러 어느 집 앞에 내려 주었습니다. 그 집 주인은 얼마 안 되어서 제삿밥을 차려왔는데 홍시가 있었습니다. 도시복은 기뻐하며 홍시의 내력을 묻고, 자기의 뜻을 말하였습니다.

주인이 대답하기를 ‘돌아가신 아버지가 감을 즐기시므로 해마다 가을에 감 이백 개를 가려서 굴 안에 갈무리합니다. 그러나 오월에 이르면 상하지 않은 것이 불과 일고여덟에 지나지 않습니다. 금년엔 상하지 아니한 것을 쉰 개 얻었습니다. 마음속에 이상스럽게 여겼더니 이것은 곧 하늘이 그대의 효성에 감동한 때문일 겁니다’ 하면서 스무 개를 기꺼이 싸서 내어 주었습니다.

도시복은 감사한 뜻을 말하고 문밖으로 나왔습니다. 호랑이는 그때까지도 사립문 앞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닭이 울면서 날이 밝았습니다. 어머니는 감을 맛있게 먹고 병이 나았습니다.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 ‘도시복 생가’ 마을엔 효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곳엔 효와 관계되는 솔개, 호랑이, 수박, 잉어가 이야기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매탄매육(賣炭買肉)하고 무궐모찬(無闕母饌)한 도시복! 숯을 팔아 고기를 사서 어머니의 반찬을 빠짐없이 챙겨드린 효자 이야기가 펼쳐져 있습니다.

간간이 앞산 백두대간 가재봉에서 딱따구리, 뻐꾸기 등 온갖 새들이 우는 곳, 온후하고 순박하며 청순한 사람들이 지혜롭게 사는 곳, 이번 휴가엔 이런 고향을 찾아 엷어지는 ‘효’정신을 직접 가다듬는 기회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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