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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2부] (3)공동체가 살려낸 서울 염리동 소금길

2015-09-01

비상벨 달린 지킴이집·골목길 산책코스 “범죄의 그림자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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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발생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금지킴이 집’과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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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의 산책로로 재탄생한 소금길. 전주에는 운동코스 안내문과 찾기 쉽도록 순서대로 붙여놓은 번호를 표기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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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주민공동체 거점공간인 ‘소금나루’는 1980년대 고지대 급수난 해소를 위해 설치됐지만 방치돼 범죄 공포를 유발했던 폐가압장을 리모델링했다.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鹽里洞)의 옛 이름은 ‘소금마을’이다. 염리동이 옛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서울에 소금을 공급하던 배가 드나들어 소금창고와 소금장수가 많은 지역이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세월이 흘러 소금 장수들은 떠났고, 값싼 숙소를 찾는 대학생과 돈벌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네를 차지했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시간이 멈춘 마을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주민도 길을 잃을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은 좁고 어두웠으며, 수시로 ‘바바리맨’이 나타나는 등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다. 몇 십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조차 해가 떨어지면 대문 밖을 나서지 않았다.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그런 염리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2008년 시작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이어 2012년 10월 서울시가 이곳을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지역으로 선정해 환경개선에 나선 것이다.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염리동 일대는 경찰청이 지정한 161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혔다.


바바리맨 나타나고 툭하면 사건
범죄예방 디자인 후 마을 대변신
전주에는 번호 매겨 출동 손쉽게
방치된 공간엔 주민 위한 사랑방
절도 등 급감하고 유대력은 강화


서울시의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디자인’의 첫 사업이다. 다양한 사회문제와 디자인을 접목한 정책을 통해 도시 시설물 등에 집중했던 기존 공공디자인 정책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것.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 설계 이론인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디자인을 접목시킨 것이다.

시범사업지에 최종 선정된 이후 염리동에서는 ‘소금’을 테마로 한 다양한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그램이 실행됐다.

◆ 운동+커뮤니티 공간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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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7㎞의 미로처럼 연결된 좁은 골목길은 산책코스로 만들어졌다. ‘소금길’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소금길 곳곳엔 신체 부위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구와 안내판을 설치했다. 더 많은 사람이 다니도록 유도해 범죄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아이디어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소금길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고, ‘공공의 눈’을 통한 감시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소금길은 A·B 2개 코스로 이뤄지며, 도보로 총 40분이 소요된다. 운동코스는 전문트레이너가 일일이 골목길을 걸으며 맞춤형으로 개발했다. 소금길 위 전주엔 노란 옷을 입혀 순서대로 숫자를 달았다. 총 69개의 전주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전주 번호가 있는 위치로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범죄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금 지킴이집’ 6곳도 만들었다. 노란색 대문을 한 ‘지킴이집’엔 사인 조명과 비상벨 등을 달았고 항상 문을 열어두도록 했다. 누군가 범죄의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골목길 파출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어려움이 생겨도 이웃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았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밤에도 조명으로 입구를 밝히고, 처마 밑에는 IP카메라를 설치해 현장상황이 녹화되도록 했다.

◆ 초소·사랑방 기능하는 ‘소금마루’

소금길 초입에서 만나는 ‘소금나루’는 주민공동체 거점공간이다. 소금나루는 1980년대 고지대 급수난 해소를 위해 설치됐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돼 범죄 공포를 유발했던 폐가압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소금나루는 재개발 달동네 지역의 특성상 주민들이 모일 공간이 없었던 염리동의 초소 기능과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 마을문고, 택배수령서비스, 비상약 등 편의물품 판매 기능과 초소기능을 함께한다. 안전교육 등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인근 대학교 학생들과 지역 청소년에게 1:1로 학습을 지원하는 마을미래학교, 옥상을 이용한 도시농업, 시민들이 그린 그림을 마을 벽에 전시하는 골목 아틀리에 운영, 주민 안전교육 등 주민 교류를 위한 개방과 어울림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 범죄 사라지고 지역사회 부활

범죄 예방 디자인 사업을 통해 염리동은 크게 변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소금길 조성 후 5대 범죄 발생률은 연평균 2.91%, 절도 발생률은 7.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다. 지역사회의 유대와 응집력이 커졌다. 동네 주민들이 직접 벽화를 그리고 마을을 꾸미면서 공동체 의식이 싹튼 것. 실제 소금길 조성 이후 주민들의 동네에 대한 애착은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사후조치 위주였던 범죄대책에서 탈피해 디자인을 통해 환경적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예방책으로 전환함으로써 취약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각종 범죄에 대한 발생률을 낮추고 이로 인한 연간 20조원의 사회적비용을 대폭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 참여로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이웃 간 무관심 역시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사진=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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