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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꼿꼿이 서 있는 나무 전봇대, 세월의 흔적 안고 여전히 동네 밝혀

2015-09-23

대구시 동구 신암동서 발견

아직도 꼿꼿이 서 있는 나무 전봇대, 세월의 흔적 안고 여전히 동네 밝혀
지난 22일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서 촬영한 나무전봇대의 모습.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아직도 이런 게 있나?”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사는 주부 박옥수씨(73)는 얼마 전 동네 골목을 걷다가 오래된 전봇대를 발견했다. 20년 전 신암동으로 이사왔지만 전봇대를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최근엔 대부분 콘트리트 재질의 전봇대가 들어섰다. 또 일부는 지중화 설비로 도시 경관을 보존하고 있다. 이런 풍경 속 나무전봇대는 왠지 낯설었다. 아날로그적 골동품으로 취급될 만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런 전봇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전력이 처음 동네에 전기를 공급하던 1950년대 후반 나무전봇대가 없었으면 동네는 암흑천지가 될 뻔했다. 또 당시 가전제품은 오늘날처럼 많지 않았지만 분명 나무전봇대 없는 삶이란 요즘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내 초창기 도입된 전봇대는 대부분 나무 재질이었다. 썩은 나무는 태풍이나 큰비에 넘어지기 쉬웠고, 자칫하면 대형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다. 수리를 위해 전봇대에 올라간 기사가 전봇대와 함께 넘어져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한전으로서도 대책이 필요했다. 정부에선 콘크리트 전봇대 대안으로 생각했다. 나무전봇대를 모두 콘크리트로 바꾸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한꺼번에 바꾸는 건 부담이 컸다. 틈날 때마다 콘크리트로 바꿨다. 현재 대도시에선 나무전봇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전봇대 기능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 약속의 장소로, 아이들의 놀이장소가 되기도 했다. 또 취객들의 배설구(?)로도 유용했다. 저녁 회식 후 집 근처까지 왔는데 소변을 참을 수 없다면 전봇대는 영락없는 소변 배출구가 되는 것이다. 또한 허가 받지 않는 전단이나 플래카드 역시 전봇대에 기생해 광고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전봇대는 과거나 지금이나 ‘골목의 역사박물관’이다. 오늘날 골목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나무전봇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바쁜 일상에 앞만 보고 걷다보면 고개 들어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간혹 나무전봇대를 발견한다면 스스로를 되돌아 볼일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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