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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직업의 세계] 환경미화원

2015-10-02

40㎏ 넘는 쓰레기도 많아…캄캄한 새벽 헬스트레이너 출신도 몸풀기운동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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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쓰레기 수거는 보통 트럭 1대와 오토바이 1대가 한팀으로 움직인다. 대형 쓰레기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은 이렇게 작은 오토바이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 오전 3시, 최상기 환경미화원이 첫 번째 골목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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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4년 차 김성대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로 가득 찬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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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이 좁은 골목에서 수거해온 종량제봉투를 5t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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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들이 5t 트럭에 가득 찬 쓰레기를 매립장에 비우고 있다.

30㎏ 모래포대 오래 들기, 모래포대 들고 400m 달리기, 모래포대 10개를 100초 안에 트럭으로 옮기기…. 극한 체력을 시험하는 듯한 이 항목들은 다른 게 아니라, 환경미화원의 체력검정 과제다. 1차 서류전형에 이어 2차 체력검정, 3차 면접까지 평균 10대 1의 경쟁률(참고로 올 3월 전주시의 환경미화원 채용 경쟁률은 무려 57대 1이었다고 한다)을 뚫고 합격하면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거리 청소! 취재 전 자료조사를 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환경미화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라를 지키는 것도 아닌데, 왜 철인을 뽑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던 이 질문은 그들을 만난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깊은 끄덕거림으로 바뀌었다.

"늦었다, 늦었다”가 입버릇
청소차가 거점에 도착하면
골목골목서 소형오토바이로
집앞 쓰레기 수거해 기다려
종량제 봉투 70∼80%에는
아직도 음식물 쓰레기 들어
100ℓ짜리도 한손으로 ‘휙’
던지고 던지다 보면 날밝아

◆오전 3시, 준비운동으로 시작되는 하루

“자, 가볍게 뛰기 5회 시작! 헛, 둘, 셋, 넷, 다섯~ 이번에는 깍지 끼고 기지개 펴기….”

사위가 캄캄한 새벽. 수성구 범물동의 환경미화원 차고지에는 번쩍이는 형광색 안전조끼를 입은 6~7명의 환경미화원이 몸풀기에 한창이다. 영문도 모른 채 대열에 끼어 엉거주춤 따라하고 있자니, 전직 헬스트레이너였다는 이정삼 환경미화원이 넌지시 귀띔을 해준다.

“이렇게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이거든요. 가보면 알겠지만, 40㎏ 넘는 쓰레기도 많아요. 운동을 직업으로 하던 저도 첫날 일하고는 어깨가 결려서 혼이 났습니다. 아이고, 늦었네. 얼른 갑시다.”

시민들이 출근하기 전에 쓰레기 수거를 끝내려면 오전 1시30분에도 나오고, 2시에도 나온다고 했다. 오늘 동행할 팀은 수성구 범어1동 생활쓰레기 전담 수거팀. 전직 헬스트레이너였다는 이정삼 환경미화원이 5t 쓰레기 압축차량의 운전대를 잡고, 보조석에는 전직 회사원이었다는 김성대씨가 앉았다. 둘 다 이직한 지 4년, 서른 중반의 혈기왕성한 사람들이다.

“먹고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직장을 다니면서도 늘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불안했거든요. 가정도 생기고 정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환경미화원을 하게 된 건데…. 쉽지 않더라고요. 헬스트레이너가 응시한 것을 보면 아시잖습니까? 하하. 체력이 관건이다 보니까 몇 번씩 재도전하는 분들도 많고….”

그렇게 1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힘들게 환경미화원이 됐으니, 무사히 한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다.

“쓰레기 수거라는 게 알고 보니 시간 싸움이에요. 쓰레기를 실으려면 차를 도로에 세우고 한 4~5분 정도 작업을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바쁜 출근시간에 쓰레기차가 도로를 막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주민들 민원 들어오고 난리가 납니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움직여야 하는 거죠. 오늘도 늦었어요. 늦었어.”

말끝마다 ‘늦었다’는 소리가 입버릇처럼 따라 나오는 두 사람.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는데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하다는 걸까. 다들 성격 참 급하시네….’ 속 모르고 혼잣말을 할 때가 딱 좋았다. 높다란 쓰레기 트럭을 타고 조금 색다른 시야로 고요한 새벽 풍경을 바라보며, 첫 번째 수거 거점에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 그 뒤로는 시간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아침이 어떻게 밝아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쁜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골목 오토바이 문전 수거

“저기 벌써 오셨네!”

거점에 도착하자, 쓰레기 더미를 잔뜩 실은 소형 오토바이 한 대가 기다리고 있다.

“생활 쓰레기는 내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놓는 ‘문전 수거’가 원칙이거든요. 큰 트럭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들은 저렇게 오토바이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쓰레기를 실어 나옵니다. 그럼,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요?”

트럭에서 내리고 보니, 오토바이를 몰고 온 최상기 환경미화원은 벌써 싣고 온 종량제 봉투를 트럭으로 던져 넣고 있다. 경력 29년 차, 은퇴를 2년 남겨두고 있다는 이 팀의 최고참답게, 더없이 재빠른 동작이다.

던지고, 던지고, 던지고, 던지고, 휴! 종량제 봉투를 던지는 동작이 4회 정도 반복되고 잠시 그가 호흡을 고를 때면, 김성대 환경미화원이 트럭 옆쪽에 붙어있는 압축기의 버튼을 눌러 쓰레기를 트럭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사이 운전대를 잡았던 이정삼 환경미화원은 대로변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쓰레기 더미를 옮겨오는데, 거점에 정차하는 시간은 단 5분 내외. 그사이, 오토바이 뒤 칸에 실린 쓰레기 더미와 대로변에 내놓은 쓰레기 수거까지 싹 끝내야 한다.

“어어, 그거는 혼자 못 듭니다. 놔두세요. 허리 다칩니다.”

뭐라도 거들어야겠다 싶은 마음에 마지막 남은 쓰레기봉투를 잡은 순간이었다. 다들 100ℓ짜리 봉투도 한손으로 휙휙 던지는 마당에 50ℓ짜리를 혼자 못 들까 싶었는데 웬걸, 이건 쓰레기봉투가 아니라 완전 돌덩어리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생활 쓰레기라는 게 휴지 같은 가볍고 간단한 쓰레기를 말하는 건데, 종량제 봉투를 풀어보면 70~80%가 음식물 쓰레기예요. 거기다 유리병 같은 게 들어있기도 하고….”

그 말과 동시에 압축기 아래에서 ‘펑, 쨍그랑’ 뭔가 터지고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 최상기 환경미화원은 29년쯤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봉투를 딱 드는 순간, 쓰레기 무게만 봐도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알게 된다고 했다.

“심한 경우에는 산업폐기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나마 오늘은 괜찮은 편입니다. 연탄재가 많이 나오는 겨울은 특히 힘들어요. 한 마대자루에 연탄이 16~17장 정도 들어가는데, 그 정도가 한 번에 들기 딱 좋거든요. 그런데 많이 넣으려고 연탄을 다져서 넣는 분도 있고…. 봉투 비용을 아끼려고 불법 압축기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고. 무심코 그런 걸 들다 보면 어깨, 허리가 다 나가는 거죠.”

이 때문에 최근 환경부는 종량제 시행지침을 개정하면서 100ℓ 봉투의 무게 기준을 25㎏ 이하로 제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40~50㎏에 육박하는 쓰레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안 오잖아요. 젖은 쓰레기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십니까? 우리는 비 좀 맞아도 괜찮지만, 쓰레기만큼은 비 안 맞았으면 좋겠어요. 하하.”

사람 좋은 웃음을 남기고 최상기 환경미화원이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골목으로 사라진다.

높다란 트럭을 수십 번씩 타고 내리며 쓰레기를 던지고, 던지고, 던지는 사이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어느새 오전 7시. 시민들 출근 전에 세 군데는 더 가야 한다면서 이제는 서두르다 못해 숫제 뛰어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주책없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런데…. 혹시 아침은 안 드세요? 그 새벽에 나오면 아침은 어떡합니까?”

던지고, 던지고, 던지고…. 쉴 새 없이 쓰레기를 던지는 일이 한 세트 끝나고 차량의 압축기를 돌리는 그 짧은 휴지부를 틈타 간절한 질문을 던졌다.

“일이 늦어지면 거를 때가 많죠. 사실, 식당에 가면 거기 계신 손님들이 얼굴 찌푸릴 때가 많아서…. 아무래도 저희 옷에서 냄새가 좀 나잖아요. 눈치도 보이고 해서, 이래저래 거를 때가 좀 많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힘들고 궂은일을 하면서도 행여 출근에 방해될까, 식사에 방해될까 시민들 눈치를 봐야 하는 직업이라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 모양이다. 이정삼 환경미화원이 그새 눈치를 채고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지난번에 대구국제마라톤대회 할 때 보셨어요? 그런 경기 하면 상공에서 도로 전체를 잡잖아요. 그때 경기 중계하던 사회자가 대구 거리가 너무 깨끗하다고 칭찬을 했는데, 남들에게는 지나가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저희는 경기보다 그 말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알아봐 주니까 너무 기쁜 거예요. 그날 아침에도 저희가 그 거리를 청소했거든요.”

그러면서 그가 멋쩍게 웃었다. 참, 더없이 깨끗한 웃음이다.

글=이은임 방송작가 sophia92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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