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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훈민정음 상주본 1000억 요구…배씨 “1할 정도 남겨 달란 말” 법조계 “배씨는 소유권자 아니다”

2015-10-12
20151012
배익기씨가 2008년 처음으로 공개했던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상주시 제공>
20151012

실질적 소유자 배익기씨

소유권 판단 필요하다면 재판으로 가려야
헌납 약속하고 절도 무죄됐다는 게 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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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익기씨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하 상주본)의 실질적인 소유자 배익기씨(52·상주시 낙동면 구잠리)가 자신이 해례본 대가로 제시한 1천억원이 무리한 금액이 아니라고 밝히고, 상주본의 일부가 소실되거나 도난당했음을 시사했다. 또 법원에서 자신이 무죄를 조건으로 상주본의 국가 헌납을 약속했다는 설은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지어낸 말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최근 자신이 문화재청에 해례본을 국가에 헌납하기 위한 조건으로 1천억원을 제시한 것이 지나친 요구라는 반응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11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판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나름대로 감정을 한 결과 해례본의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내가 문화재청에 요구한 1천억원은 사실상 최소 금액”이라며 “1천억원 이하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문화재청이 해례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문화재청에서는 소유권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소유권은 당연히 내게 있다. 만약 소유권 판단이 필요하다면 재판을 통해서 법적으로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은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과 동일한 판본으로 2008년 7월 말 배씨가 세상에 처음 내놓았다. 상주본은 세상에 알려졌을 때부터 줄곧 배씨가 보관해 왔다. 하지만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던 조모씨(2012년 사망)가 “내 가게에서 훔쳐 간 것”이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유권을 확정받았다.

배씨는 2011년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10년 징역형을 내렸으나, 2014년 대법원은 훔쳤다는 확실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법원이 소유권자로 인정한 조씨는 사망했고, 배씨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절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배씨는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상주본의 존재만 확인해줄 뿐 행방에 대해서는 함구했었다.

지난 3월에는 배씨의 집에 화재가 일어나 상주본이 훼손됐다는 설이 퍼졌다.

이에 대해 배씨는 “소실 아니면 도난당했다. 쉽게 말해서 절도 방화면 도난일 것이고 단순 화재면 소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일부가 없어졌다는 말로 풀이된다.

법정에서 절도가 아닌 것이 밝혀지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내게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빼앗으려고 하는 쪽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와 합의를 보고 무죄로 나왔다는 이야기인데 판사가 무슨 흥정을 하고 선고하겠나? 선고 끝나고 난 뒤에 판사가 개인적 소견으로 그것을 국가에 빨리 헌납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나도 최대한 협조를 한다고 했다. 지금도 사실상 헌납하기로 하지 않았냐”며 “그런데 다만 워낙 가치가 큰 물건이니까 1할 정도는 남겨 달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상주=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문화계 반응

전문가 집단의 원본 검증이 우선적인 절차
1兆는 책 자체가 아니라 여러요소 산정한 것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씨가 1천억원을 주면 국가에 헌납할 뜻을 밝힌데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나타냈다.

◆ 훈민정음 해례본 연구자 A씨 (교수)

훈민정음 상주본은 전체 중에서 절반 정도가 공개됐을 뿐 나머지 부분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누구도 전체를 본 사람이 없다. 보존상태가 양호한지,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완본이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불확실한 상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간송본과 비교해 상주본이 더 우수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절대 아니다. 상주본의 가치와 보상 절차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현재 배익기씨가 가지고 있다는 상주본 원본을 내놓고 전문가 집단에 검증받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금전적 보상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훈민정음 상주본은 개인의 소장품을 떠나 한국인의 정신적 본류이고 인류의 자산이다. 무가지보(無價之寶), 즉 이런 귀중한 자료를 돈으로 환산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참에 국가에서 문화재 관련 법안을 개정하여 초국가적 문화재에 대해서는 개인의 것으로 소장하게 해서는 안된다.

일본에서 훈민정음 상주본을 사가려고 한다는 얘기를 비공식 채널을 통해 들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국가적 창피다. 신속히 그러나 정도에 맞춰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주본 전체를 전문가에게 공개하고 그 가치를 검증받는 것이다.

◆ 남근희 경북대 도서관학과 교수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가 기증받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오래전 상주본의 가치를 1조원으로 책정한 자리에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상주본의 가치가 1조원으로 책정된 것은 책 자체의 가치가 아니고 ‘직지’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당시 경제학자들이 직지의 가치를 8천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직지와 관련한 축제나 상품, 특허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것이었다. 이를 보면서 직지보다는 상주본의 상징적인 가치가 더 크니 1조원이라고 책정한 것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의 금전적 가치는 향후 관계 전문가들이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것이다.

현재 배씨의 경우 형사상으로는 절도가 아니라고 판정났지만, 민사상으로는 대법원이 조모씨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배씨가 기증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문제가 제기된다.

◆ 신종원 범어도서관장

국가가 개인의 사적 재산을 기증받기 위해서는 적당한 대가를 치러주는 것이 합당하다. 개인이 수집을 위해 쏟았던 열정이나 어려움을 고려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애국심을 부추겨 막무가내로 기증하라고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와 소장가, 전문가 그룹이 나서서 상주본의 가치를 제대로 검증하고 인수하게 되면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본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법조계 반응

국가 반환에 따른 대가를 요구할 권리 없어
오히려 조씨 유족이 배씨에 손배訴 제기 가능

법조계에선 배씨의 소유권 주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대형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배씨는 법적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자가 아니다. 따라서 국가 반환의 대가를 요구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대법원이 2011년 6월 조씨가 배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상고심에서 상주본을 조씨 소유로 판결했고, 이어 조씨가 수 년 전 국가에 상주본 기증식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국가는 소유자 조씨(2012년 사망)로부터 이미 증여받았으므로 그 물건의 반환을 배씨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 배씨는 단지 타인의 물건을 보관 중에 훼손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꽁꽁 숨겨진 상주본을 수색해 압수할 책임이 있고, 배씨에게는 훼손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대구의 또 다른 변호사는 “현재 정황을 봤을 때 조씨의 유족은 상주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돌려주지 않는 배씨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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