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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식의 산] 지리산국립공원 세걸산(1천216m, 전북 남원시 산내면·운봉읍)

2015-10-16

장대한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 장관이다

20151016
20151016
세걸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이 장관이다.
20151016
작은 오르내림의 능선에 막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했다.
20151016
소나무를 타고 오른 담쟁이. 붉게 물들고 있다.


내륙에서는 최고 높은 산이자 덩치로도 최고로 큰 지리산은 사계절 볼거리와 먹거리를 내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다. 중생대 주라기에 형성되어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산의 생김은 부드럽고 유순하다. 그 품에서 자라는 동식물의 종도 다양해 생태계의 보고라고 부른다. 방사한 반달가슴곰은 개체 수가 40마리 정도로 늘었을 만큼 최적의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 넓은 품에 안기려고 길을 나선다.

대구를 출발, 차창 밖으로 가을볕이 따갑더니 거창을 지나자 층층이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다. 지리산이 가까워지자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찌푸리고 있다. 정령치휴게소(1천172m)에 내리니 뚝 떨어진 기온에 바람까지 불어대니 체감 온도는 영하에 가깝다. 하루 전에 설악산에서는 첫눈이 관측되었다고 하니 은근히 하늘에 신경이 쓰인다.

정령치는 서산대사 휴정(休靜)의 황령암기(黃嶺庵記)에 의하면 마한의 황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정씨 성을 가진 장군에게 성을 쌓고 지키게 했다는 유래가 있다. 안내도를 뒤로하고 ‘고리봉 0.8㎞’ 이정표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철쭉과 참나무가 자라는 키 낮은 숲이 이어진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전날에 내린 비에 젖은 바닥이 미끄럽다. 숲 속으로 숨어들면 바람을 막아줄 것 같아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출발했는데 얼마가지 못하고 겉옷과 장갑까지 챙겨 낀다. 단풍 산행을 하려다가 눈 산행이 된 경험이 있어 이맘 때면 겨울 장비를 챙겨 다니는데 이번에는 챙기질 않아 기온이 더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30분 남짓 올라서니 고리봉 이정표 앞에 선다. 맞은편 지리산 주능선에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이 펼쳐져 있다.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반야봉 쪽을 비추다가 주봉인 천왕봉쪽을 비추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에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온다.

반달곰 출현지역 경고문에
탐방로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세걸산 바로 앞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가을 산에서 비는 자칫 위험
우의를 잘 챙겨 가서 입어야


백두대간 길은 여기서 북쪽으로 틀어 고기삼거리를 지나 수정봉으로 이어져 북진한다. 진행할 방향은 올랐던 정면이다. 세걸산과 멀리 바래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깝게 보인다. 잠시 내리막길인데 바윗길이다. 젖은 길인데다 낙엽이 덮고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안부(鞍部)로 내려서자 쉬어가도 좋을 만한 조금 넓은 공간이 나온다. 쉬어갈 만한 공간에서는 간식을 나눠먹거나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반달곰 출현 지역’이란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어 탐방로에서 한 발짝도 내디디지를 못하겠다. ‘샛길 산행 금지’보다 더 확실한 경고문이다. 안부에서 잠시 올라서면 조망하기 좋은 작은 바위봉우리에 올라선다. 만복대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던 노고단 봉우리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 때문에 사진만 한 컷 남기고 길을 잇는다. 세걸산까지는 작은 오르내림을 두어 번 더 이어지더니 세걸산 바로 앞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짧은 로프 구간도 만나고 희미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등 눈여겨 살피지 않으면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바윗길을 내려서야 하는 까다로운 길이다. 주능선에 비해 서북능선인 이 길은 찾는 이가 많이 없어 탐방로도 자연스럽게 난 길 그대로다. 가파르게 내려왔으니 그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 바위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는 구간인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세걸산 정상을 다 오를 무렵 찌푸렸던 하늘에서 가는 빗줄기가 시작된다. 가을 산에서의 비는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이들은 군성산악회 회원들인데 경북대 사대부중·고 동문 산악회로 매월 정기산행을 가져 370회에 이른다. 산행 경험이 많아서인지 비옷를 챙겨 입는 일행들의 움직임이 일사불란하다.

세걸산 정상에는 지리산 주능선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봉우리 이름을 설명한 안내도가 큼직하게 세워져 있고 반달곰을 만났을 때 취하는 대처요령 등을 적은 안내도도 함께 서있다. 구름 때문에 지리산 전체를 보지 못하고 대신 안내도의 그림으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진행은 직진 방향인데 완만한 내리막이다가 좌우로 산죽 군락을 지나고 평지 같은 길이 이어진다. 가끔은 잣나무도 보이고 일본잎갈나무가 자라는 걸 보면 조림을 한 지역이다. 5분 정도 평평한 길이 이어지다가 세동치로 내려가는 구간구간은 침목으로 계단을 놓아두었다. 정령치에서 지금까지 까다로운 길에는 없던 계단이 나타나자 산내쪽 구간과 운봉읍쪽 구간이 비교된다며 다들 한마디씩 입을 댄다. 잠시 내려서니 ‘세동치’ 갈림길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정면은 바래봉쪽 능선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날머리인 전북 학생교육원이다.

서북쪽 능선에는 치(峙)라고 붙은 명칭이 몇 있다. 우뚝 솟을 치로 언덕을 말한다. 령(嶺)은 산맥을 가로지르는 고개를 일컫는데 안부, 재, 치, 령은 모두 고개로 보면 된다. 서북쪽 능선에 묘봉치, 정령치, 세동치, 부운치 등이 있다.

세동치에서 내려서면 잠시 계단이 이어지다가 완만한 너덜길로 바뀐다. 아름드리 잣나무가 나타나자 양탄자를 깐 길을 걷듯이 사뿐하다. 비에 젖은 잣잎의 향기도 상큼하다.

길이 넓어지는가 싶더니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를 지난다. 임도를 건너니 날머리인 전북 학생교육원까지는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졌다. 전망대에 올라섰다가 내려서면 교육원 시설물과 건물을 지나고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주차장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 길잡이 - 정령치휴게소-(35분)-고리봉-(100분)-세걸산-(25분)-세동치-(60분)-전북 학생교육원

지리산국립공원 서북능선에 포함된 세걸산은 남원시 운봉읍과 산내면의 경계를 이루며 노고단을 지나 성삼재에서 만복대, 정령치,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내륙에서는 가장 높고 넓은 품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산줄기의 축을 이루는 백두대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정령치를 지나 고리봉까지 백두대간 길을 걷게 되고, 대간은 고리봉에서 왼쪽으로 틀어 북진하고,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바래봉으로 향하다 오뚝한 세걸산이 있다. 산행 거리는 약 6.7㎞로 4시간30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내려 직진으로 인월네거리까지 간 다음 24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으로 북천삼거리까지 간다. 60번 지방도로로 고기삼거리에서 737번 지방도로를 따라 정령치휴게소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정령치휴게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정령치로 1523 ▶전북 학생교육원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공안길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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