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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크림슨 피크·괴물의 아이

2015-11-27

크림슨 피크
기괴한 대저택 크림슨 피크에 사는 세 남녀의 욕망·사랑·광기

20151127

소설가 지망생인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유령의 존재를 믿는다. 그녀가 10세 때 콜레라로 죽은 엄마의 유령을 보게 되면서다. 이후 이디스는 사교계와는 담을 쌓은 채 유령을 소재로 한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영국 귀족 토마스(톰 히들스턴)에게 마음을 뺏긴 그녀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함께 영국으로 떠난다. 이디스는 이제부터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과 함께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저택 알러데일 홀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저택은 어릴 적 이디스에게 나타난 유령이 조심하라며 경고했던 크림슨 피크다.


9년에 걸친 시나리오와 디자인 연구
화려한 영상과 빼어난 미장센 압권
이디스를 향한 음모는 너무 평면적


길예르모 델 토로가 돌아왔다. 과감한 상상력과 빼어난 미장센이 돋보였던 그의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에 에로틱함과 공포를 가미한 고딕 스릴러 ‘크림슨 피크’를 들고서다. 역시나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세트를 뛰어넘어 하나의 생명력 있는 건축물로 탄생한 크림슨 피크다. CG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던 그가 9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다듬고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시킨 결과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딕 양식과 빅토리아 시대의 미술이 인상적으로 구현된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미장센을 창조함과 동시에 이야기의 한 축을 책임지는 주요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팀 버튼의 독특한 미학과 비견될 정도다.

영화는 대저택 크림슨 피크를 무대로 사랑에 빠진 토마스와 이디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루실의 관계에 주목한다.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판타지의 세계에 천착해왔던 길예르모 델 토로의 전작들과 달리 ‘크림슨 피크’의 주된 정서는 공포적 긴장감과 시대적 아름다움이다. 이는 세 주인공들의 욕망과 사랑, 순수와 어둠, 광기와 집착이라는 인간 내면의 이상 심리로 표출된다.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10세 때부터 시작된 악몽 같은 환영에서 자유롭고 싶은 이디스가 그렇고, 토마스와 루실 역시 떠올리기 싫은 비밀을 지켜야만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강박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공포 장르의 외피를 두른 이 영화가 섬뜩함보다 각각의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감정적인 부분에 주목한 이유이다.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형성하며 흥미롭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 방향성을 잃는다. 이디스를 향한 음모는 너무 평면적이고 남매의 근친상간 설정은 뜬금없다.

물론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인장을 확인할 수 있는 화려한 영상과 빼어난 미장센은 역시나 압권이다. 캐릭터 각각의 성격과 부합된 색채로 제작된 고풍스러운 의상과 저택 내부의 화려한 인테리어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특히 순수와 어둠, 선과 악의 경계선에 각각 위치한 이디스와 루실 역의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제시카 차스테인은 특유의 묘한 분위기로 이 영화의 매혹적인 미장센에 힘을 보탠다.(장르:판타지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 괴물의 아이
힘만 센 철부지 동물 쿠마테츠와 인간 소년 큐타의 기묘한 동거

20151127

도쿄 시부야 거리 좁은 골목길을 통하면 인간들은 모르는 세계가 펼쳐진다. 동물들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 쥬텐가이다. 가슴속에 어둠을 품고 있는 나약한 인간들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동물들은 오래전부터 인간들과 경계를 두고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이 되길 원하는 쥬텐가이의 수장이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그의 뒤를 이을 새 수장 후보로 평소 경쟁관계에 있던 곰 쿠마테츠와 멧돼지 이오젠이 경합을 벌이게 된다.

성품이 온화해 수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오젠과 달리 난폭하고 오만불손한 성격을 지닌 쿠마테츠. 당연히 그를 따르는 제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수장 후보가 되려면 힘과 성품은 물론 제자의 유무도 중요하다. 한편,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외톨이가 된 9세 소년 렌은 거리를 배회하다 인간세계로 나온 쿠마테츠를 만나 쥬텐가이에 발을 들인다. 쿠마테츠는 아쉬운 대로 렌에게 큐타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제자로 삼는다. 하지만 부모도 스승도 없이 혼자서 강해져버린 제멋대로의 쿠마테츠와 반항기 가득한 큐타는 늘 티격태격이다.


호소다 마모루 3년 만의 신작 애니
격렬하고 역동적인 액션 세계 눈길
현실과 판타지의 접점도 절묘


‘괴물의 아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에 이은 호소다 마모루의 3년 만의 신작 애니메이션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를 이질감 없이 포개놓았던 그의 장기는 ‘괴물의 아이’를 통해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특히 이번에는 원안과 각본을 홀로 담당하면서 확고한 그의 의지까지 엿볼 수 있다. 힘만 센 철부지 동물 쿠마테츠와 인간 소년 큐타의 기묘한 동거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늑대인간과 인간의 사랑을 완성했던 ‘늑대아이’의 서사를 연상시키는 한편으로, ‘썸머워즈’를 뛰어넘는 격렬하고 역동적인 액션연출로 또 한번 호소다 마모루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이야기의 무대는 전작의 한적한 교외에서 혼잡한 도시로 바뀌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호소다 마모루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한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자식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큐타와 쿠마테츠는 각각의 세계에서 외톨이로 살아왔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서로를 자신의 거울이자 분신으로 생각하며 함께 성장해가지만, 사실 더 많이 성장하고 정제된 쪽은 쿠마테츠다.

‘괴물의 아이’는 감독의 전작들과 가장 결이 다르면서 가장 호소다 마모루다운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청년으로 성장한 큐타의 성장통을 다룬 중반 이후가 그렇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고생 카에데를 통해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친부를 찾게 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적 서사의 흐름은 이오젠의 의붓아들인 이치로 히코가 어둠에 빠져들면서 전형적인 영웅적 서사 구조로 선회한다. 현실과 판타지의 절묘한 접점으로 비로소 하나가 되는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세계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영상 역시 한층 더 섬세하고 생동감 넘친다. 일본 개봉 당시 4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이유를 알겠다. (장르:애니메이션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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