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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스토리텔링 2015] 김천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29> 감문국 이전의 김천 ②

2015-12-09

고인돌群·비파형동검·마제돌검…송죽리유적, 청동기 읍락국가 출현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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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선사 유물이 출토된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고목마을) 일원은 현재 골프장으로 바뀌어 있다. 골프장 뒤쪽의 나지막한 산을 제외하고는 옛 흔적을 찾기 힘들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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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죽리 선사 유적 발굴 당시의 모습. <영남일보 DB>

 

 

◇ 스토리 브리핑

1980년대 말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에서는 대규모 선사유적이 발견됐다. 이후 집터와 가마터 등이 발굴됐는데 이는 한반도 남부권에서도 큰 규모에 속하는 신석기 유적이었다.

발굴에 나선 학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송죽리가 서울 강동구 암사동처럼 대표적 선사유적지가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예상은 빗나갔다. 당시 우리나라의 정책은 역사·문화 유산의 보호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했다. 송죽리 유적은 산업단지로 조성되는 운명을 맞았다. 2015년 현재 송죽리의 너른 들판에서 옛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유적을 굽이쳐 흐르던 강물은 말라버렸고 원래 주민이 살던 마을조차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 29편은 ‘감문국 이전의 김천’에 관한 이야기다. 소중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송죽리의 사례가 향후 진행될 김천의 읍락국가 감문국(甘文國) 유적발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영원히 잊힐 뻔한 유적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출토 선사유물은 신석기인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신석기시대를 중심으로 청동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흔적이 발견된 덕분이지만 하마터면 그 존재는 영원히 묻힐 뻔했다. 김천 구성지방산업단지 건설로 해당 유적이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질 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1989년 계명대박물관 발굴팀의 김천지역 문화재 지표조사 과정에서 송죽리 유적이 발견돼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송죽리를 방문한 발굴팀이 우연히 마을의 논에서 신석기 토기를 발견한 것이다.


“감천유역 고인돌 축조 집단이
세력 확장해 나라를 세운 곳”
이형우 영남대 명예교수 논문
청동기-건국 연관성에 힘실려

“감천상류 집단 농사 짓기 위해
개령면 옮겨 개국” 일부 견해도


이후 계명대박물관의 요청에 따라 송죽리의 신석기 유적 발굴이 이뤄졌고 산업단지 건설은 잠시 미뤄졌다. 1991년에는 시험조사발굴이 진행됐으며, 1992~93년에는 계명대박물관에 의해 발굴이 본격 진행됐다.

발굴 이후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송죽리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U’자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면 감천(甘川) 물길은 구성지방산업단지 부지 동편에 낸 산 절개지로 흐름을 바꾸었다. 한반도 남부권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선사유적지는 골퍼들의 즐거움을 위한 장소로 변모했다.

송죽리 출토 유물도 흩어졌다. 유물 상당수는 대구 계명대 행소박물관을 비롯한 지역 대학의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20여년 전 송죽리 유적을 직접 발굴한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만약 송죽리 유적이 제대로 보존만 됐더라면 국내 최고의 역사·문화 유산 중 한 곳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성장시대의 이면을 보다

현재의 김천은 경북에서도 그 발전 속도가 남다른 고장이다. 2013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김천혁신도시 내 공공기관·기업은 제자리를 잡고 ‘지방화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혁신도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자립을 위해 주요 공공기관을 지방에 배치하는 국책사업이다.

이러한 김천의 발전과 대비되는 사례가 바로 송죽리 유적의 산업단지 개발이다. 의도되지 않은 실패는 성장시대의 그늘로 남았다. 더 안타까운 점은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송죽리 유적이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이다.

계획대로만 됐다면 김천시 구성면 송죽·금평리 일원의 구성지방산업단지는 구미나 대구 성서산단처럼 대규모 산업단지가 됐을지도 모른다. 입지도 나쁘지 않았다. 구성지방산업단지는 경부고속도로 김천IC에서 14㎞ 거리에 위치해 있었으며, 경부선철도와 가까워 물류에 유리했다.

구성면 지역은 1960년대에도 공업단지가 들어설 최적의 입지로 주목을 받았다. 50여년 전부터 산을 절개해 감천 물길을 돌리고 공단부지를 조성하려 했지만 자금부족으로 실패했다. 이후에도 절산 공사가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 6월17일 감천을 돌리는 직강공사를 완료했다. 1996년 12월, 80만4천㎡ 너비의 산업단지 조성이 마무리된 것이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구성지방산업단지는 분양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입주업체를 찾지 못했다. 분양 당시 3.3㎡당 22만원이었던 분양가를 1996년 17만원으로 인하했지만 입주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유적을 개발했지만 제조업 침체와 인근 구미산단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구성지방산업단지의 생명은 끝났다. 구성지방산업단지는 결국 2003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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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김천향토사연구회 소장유물 전시회에서 전시된 돌검. 최근까지도 김천 일원에서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영남일보 DB>
 

# 송죽리와 감문국 

 

송죽리 유적은 선사시대 김천에서도 인간의 활동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이후 청동기를 거친 김천지역에는 감문국이 들어섰다. 이에 향토사학계에서는 신석기 이후 송죽리에서 감천하류로 내려온 특정 세력이 감문국을 건국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감천 상류의 집단이 농사를 짓기 좋은 개령면으로 이동해 나라를 세웠다는 짐작이다.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기록도 없고 시간차는 있지만 송죽리와 감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신석기 연구자들은 김천지역 신석기 유적을 감문국과 같은 삼한시대의 읍락국가와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감문국과 송죽리 유적 간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농사를 짓기 좋은 곳마다 큰 나라가 들어서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동기시대의 경우 감문국 건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형우 영남대 명예교수는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감문국’이라는 논문에서 “감천 유역과 부항천, 직지천, 아천, 외현천 등지의 고인돌 축조집단이 차츰 세력을 확장하면서 낙동강 유역의 여러 소국과 비슷한 형태의 초기국가인 감문국으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주장대로 김천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고인돌이 산재한다. 송죽리 유적에서도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무덤양식인 고인돌 19기가 발견됐다. 비파형동검 등 금속류까지 출토돼 지배세력이 등장했음을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돌을 갈아 만든 마제돌검과 돌촉이 발견돼 사회조직 확대에 따른 전쟁도 있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김천시 구성·지례면 지역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에서 청동기시대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10월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김천향토사연구회 소장유물 전시회에서도 청동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돌검과 돌화살촉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도움말=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

▨ 참고문헌= ‘유적으로 고찰한 감문국’ ‘(진·변한사 연구) 진·변한의 성립과 전개’ ‘계명사학 제23집’ ‘국역 김천역사지리서’ ‘디지털김천문화대전’ ‘대구·경북 신석기 문화 그 시작과 끝’ ‘신라문화 제38집 별쇄본.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4~5세기 신라인의 활약상’ ‘김천시사’ ‘감문국 유적정비를 위한 정밀지표조사’ ‘대구·경북 문화재 약탈 스토리(영남일보)’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甘文國’ ‘영남 문화의 첫 관문 김천’

▨ 자문단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이석호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장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공동 기획: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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