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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이야기를 찾아 스토리 기자단이 간다 .4] 의성 사촌마을

2016-01-20

만취당 우물물 마시면 훌륭한 자식 생산
서애 류성룡의 어머니도 마시고 시집 가

20160120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의 만취당 전경. 보물 제1825호 만취당은 퇴계 이황의 제자인 김사원이 후학양성을 위해 지었다.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사촌마을은 조선이 건국되던 해인 1392년, 안동 출신의 안동김씨 후손 김자첨이 이주해 입향조가 된 마을이다. 김자첨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부름을 받았으나 거부한 인물로, 고려말 조선초의 혼탁한 세상을 떠나 마을을 형성했다. 이후 사촌마을은 안동김씨는 물론 안동권씨, 풍산류씨 등이 함께 모여 사는 집성촌의 형태를 갖추었다. 마을 이름은 중국 사진촌을 본따 지었다고 한다. 사촌마을의 안동김씨 종택은 유구한 세월에도 불구하고 본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훼손되고, 개·보수를 거쳤지만 종가로서 처음 잡은 터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 모습이 처음과는 다소 달라졌지만, 고고한 선비의 정신만큼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 한겨울에도 푸른 만취당

사촌마을의 안동김씨 종택 입구 왼편에서는 사촌마을의 대표 건축물인 보물 제1825호 만취당(晩翠堂)을 볼 수 있다. 1584년 완성된 만취당은 퇴계의 제자인 김사원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그의 호를 따 이름을 지었다. 만취당이란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르다’는 뜻으로, 선비의 절개를 나타낸다.


안동김씨·풍산류씨 집성촌 이뤄
퇴계제자 김사원 후학 양성 위해
만취당 건립하고 학문에만 정진
벼슬 연연하지 않고 忠·孝 중시
마을 내력 덕 의병 나선 이 많아

서쪽 채워야 인재 배출 풍수설에
종택 나오는 길 600년 가로숲 조성


옛 선비들에게 과거 급제는 일생일대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김사원은 과거 시험을 단 한 차례도 치르지 않았다. 오직 학문연구와 후학양성에만 집중했다. 김사원이 출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스승인 퇴계 이황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였다. 퇴계는 김사원을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한 수의 한시를 써주었다. ‘무이관선재시(武夷觀善齋時)’라는 한시인데, 여기에는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에만 힘쓰고자 하는 퇴계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후 김사원은 퇴계의 뜻에 따라 학문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았다. 학문 정진을 위해 지어진 만취당의 특별함은 현판에도 있다. 현판의 글씨는 한석봉이 썼다고 전해진다.

#2. 후손에게 남기는 경계의 표식, 향나무

만취당 뒷문을 열면 ‘만년송’이라 이름 붙은 향나무가 보인다. 얼핏 봐도 둘레가 한 아름 넘을 만큼 매우 크다. 500여 년 전 심은 이 향나무는 경북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향나무는 마을의 선비 송은(松隱) 김광수(金光粹)가 심고 이름 붙였다. 송은이라는 호는 ‘소나무에 숨어 은거한다’는 뜻이다. 김광수는 진사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서 대과를 준비했지만 연산군의 폭정을 보고서는 벼슬할 생각을 버렸다. 이후 낙향해 은거 생활을 한다. 고향에 돌아온 김광수는 후손에게 전하는 ‘경심잠(警心箴)’이라는 경계의 글을 남겼다. 10개의 항목으로 쓰여진 경심잠에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나라에 대한 충성’에서부터 죄 짓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까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가 담겨있다.

이러한 마을의 내력 덕분인지 사촌마을에는 유독 의병에 나선 사람이 많다.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에 집중했지만, 나라에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분연히 일어섰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 김사원 삼형제 등이 의병활동에 참여했다. 명성황후 시해 후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도 의병을 배출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촌마을에는 ‘병신창의기적비(丙申倡義紀績碑)’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3. 훌륭한 자식을 낳게 해주는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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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당 앞 우물 전경. 만취당 우물물을 마시면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위). 천연기념물 제405호인 의성 사촌리 가로숲.

만취당 우물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우물물을 마시면 훌륭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촌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배의 형상이다.

배에 구멍을 뚫으면 가라앉듯이 마을에서도 우환이 닥칠까 우물을 파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물이 없으면 물을 먹을 수 없었기에 마을에 단 하나의 우물만을 팠다. 마을의 유일한 우물인 만취당 우물의 물빛은 황톳빛이었는데, 마을 처녀들 또한 이 우물물을 먹고 시집을 갔다. 조선의 명재상인 서애 류성룡의 어머니도 그중 한 사람이다.

서애 류성룡의 어머니는 출가 후에도 자주 친정 나들이를 오곤 했다. 만취당의 천장부에는 특이하게도 가마의 받침 나무가 올려져 있는데, 서애 류성룡의 어머니가 친정 나들이를 올 때 탔던 가마의 받침 나무다. 가마는 썩어 없어졌지만 그 받침 나무만이라도 보관하고 있다.

종택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마을의 서쪽에는 천연기념물 제405호 의성 사촌리 가로숲이 있다. 가로숲에는 거목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는데, 김자첨이 사촌마을에 터를 잡으며 함께 만든 숲이다. 무려 6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것이다. 가로숲은 여름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등 주민들의 휴식처로 손색이 없다.

가로숲은 풍수지리적 목적으로 조성됐다. 마을의 서쪽이 비어 있으면 훌륭한 인재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가로숲은 마을의 방풍림 역할도 톡톡히 한다. 겨울철 차가운 북서풍을 가로숲이 막아줘 사촌마을 사람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글·사진=이희진<경북 스토리 기자단> leeheejin@naver.com
공동기획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경상북도·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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