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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굿바이 대구”…눈물이 맺혔다

2016-02-13

[르포] ‘역사적인 이별’ 경북도청 첫 이삿짐 나르던 날

20160213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도청 직원들이 12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청사에서 안동시 풍산읍 신청사로 떠나는 첫 이사 행렬을 환송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희망 안고 ‘새 도읍’으로…
북적거리던 사무실 하나둘 ‘텅∼’
金 도지사·직원 나와 선발대 환송
“이사 날 비오면 잘 산다고 하더라”

생활터전 옮기는 직원들…
정든 산격동 떠나려니 만감 교차
“부모님 두고 가는 게 가장 아쉬워”
“새 역사의 순간 함께해 가슴 벅차”


“잘 가세요. 안동에서 만납시다.”

12일, 석별(惜別)의 날이 밝았다.

이날은 경북도청이 대구 청사를 떠나는 이사 첫날이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청사엔 아침부터 비가 흩뿌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것을 알리는 비였다.

이사 첫날엔 도민안전실과 여성정책가족관실, 문화관광체육국 등 6개 실·국 직원 216명이 대구를 떠나 새 청사로 갔다. 도청 입구에 줄 서있는 5t 트럭들이 이사를 실감케 했다.

도청 직원들은 전날 퇴근시각 이후에도 늦게까지 짐을 싸느라 바빴다. 이사 당일에도 나머지 짐을 꾸리느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정을 담은 책자와 사무용품 등이 차곡차곡 이사 바구니에 실렸다. 늘 직원들로 북적대던 산격동 청사에 하나둘씩 빈 사무실이 생겨났다.

직원들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새 청사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정든 대구를 떠나야 하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마지막 짐 정리를 하고 있던 문화예술과 한 여직원은 “다행히 아이들까지 전 가족이 신도청 아파트로 이사를 해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생활터전이 이곳(대구)이었기 때문에 서글픈 생각도 든다. 또 아직 어린 애들의 보육 문제도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새 청사가 넓고 쾌적해 기대가 된다. 아이들을 대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도 나름 좋은 점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대구에 남기고 가는 것 중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부모님”이라고 답했다.

동료를 며칠 먼저 보내는 직원들도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주에 이사를 간다는 복지건강국 한 간부 직원은 “고향이 경북 북부지역인 데도 막상 이사를 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도청에 근무한 세월 동안 대구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아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도청 이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벅찬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사하는 날 비가 오면 잘 산다고 하더라”며 희망 섞인 말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오전 10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도청 직원들이 나와 이사 선발대를 환송했다. 김 도지사는 이사 트럭이 산격동 청사 입구를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함께 손을 흔들던 직원 몇몇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사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다음주에도 실·국별로 순차적으로 이사를 한 뒤 19일엔 도지사실이 새 청사로 간다. 경북도의회는 15일부터 5일간, 도교육청은 15일부터 13일간 모든 부서가 신청사로 옮겨갈 계획이다. 18일과 19일엔 대구 산격동 청사와 안동·예천 신청사에서 각각 환송·환영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첫 이사행렬을 보낸 김 도지사는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김 도지사는 “경북도청이 120년 만에 대구 품을 떠난다. 공약사업이던 도청 이전에 대해 한때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경북도의 균형발전을 위한 결단이었고 실행으로 옮겨 자랑스럽다”며 “신청사는 한반도 허리 부분에 위치해 경제적으로 신개발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서울, 충청권과도 연계를 강화해 발전동력으로 삼고, 내부적으로는 도청 신도시 형성과 정주여건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 대한 애정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북도청이 대구 생활을 하는 동안 대구시민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도청 이전 후에도 대구·경북이 에너지를 모아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상생 발전을 약속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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