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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핏빛 슬픔의 변주’…연분홍 동백, 흰 동백도 활짝

2016-03-11

◆제주 동백을 찾아서
6천여그루 동백숲 ‘카멜리아힐’
80여나라 500여種 13만㎡ 빼곡

20160311

‘동백꽃 성지’라고 하면 최소한 제주도는 아닌 줄 알았다.

‘허걱!’ 아니었다. 여수 오동도, 거제 지심도,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여수 향일암 등 남녘의 동백꽃 명소를 긴장시킬 정도로 제주도 동백꽃 인프라는 푸짐했다.

대정향교를 출발해 마늘밭과 유채밭을 가로질러 산방산 전망대에서 제주도의 깊고 푸른 바다를 감상한 뒤 안덕계곡을 향한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를 비롯해 상록수들이 사철 푸른 안덕계곡은 천연기념물 제377호. 거기서 워밍업을 하고 ‘동백행(冬柏行)’에 오른다.

제주도의 봄을 더욱 몽환적으로 만들어준 억척스러운 사업가가 몇 명 있다. 한림공원을 만든 송봉규, 일출랜드를 일군 강재업씨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한 사람이 더 있다. 2008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터를 잡은 ‘카멜리아 힐’을 동백토피아로 피워낸 양언보씨다. ‘대동여지도 정신’을 가진 그는 13만㎡에 80여개국에서 수입한 동백 500여종 6천여 그루를 심었다. 이만큼 많은 동백을 원스톱으로 보여주는 식물원은 동남아시아에선 여기가 유일한 것 같다.

샤넬의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은 아침 메뉴가 뭐냐는 질문에 “카멜리아(동백)”라고 대답했다. 카멜리아는 동양에서 건너간 동백꽃을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가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삼총사’를 지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을 주제로 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 비올레타도 동백에 살고 동백에 죽었다. 추사는 육지의 아내가 보낸 상한 음식을 땅에 떨어진 동백꽃에 파묻어주었다고 한다. 그 뒤 추사가 하늘을 보고 한 독백이 절창이다.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아내의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겠지.’

이런 사실을 알려준 그는 국내 유일한 국제동백학회 회원이다. 한겨울 목숨 걸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동백에 반해 삶의 마지막을 동백에 헌신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동백 백과사전’이라할 정도로 동백 지식이 탁월하다.

동백도 ‘춘동백·하동백·추동백·동동백’ 등 네 종류가 있단다. 동백은 1~2월에 피는 종인데 국내 동백은 모두 겨울동백 밖에 없다고 했다. 카멜리아힐은 지난해 11월15일 동백꽃 축제를 했다. 그때 오면 동백꽃 터널 바닥에 떨어진 꽃으로 핑크 빛 세상으로 변한다. 가지에 달린 동백보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의 아름다움이 한 수 위라는 걸 알게 된다. 여기는 사철 동백꽃이 피기 때문에 웨딩촬영 등 연인의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짱’. 입구에 선 돌하르방 목에 걸린 동백 화환과 선글라스가 나그네를 웃긴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는 8코스 ‘새소리 바람소리길’에서 이니스프리 화장품 CF 촬영을 하기도 했다. 지금가면 무궁화·홍백매화·장미를 닮은 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서귀포시 상예동, 남원읍 위미리·신흥리 등에서도 멋진 제주 동백숲을 만날 수 있다. 이중섭 갤러리 동산에 피는 동백꽃은 순백색이다.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동백꽃은 ‘홑동백’(일명 자포니카 종), 가지에서 말라죽으면 ‘겹동백’이다.

글·사진=제주에서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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