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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인공지능의 역설

2016-03-22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인공지능의 역설
박형주 <연구원>

2014년 3월 LA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 속보기사 작성 전용 소프트웨어(퀘이크봇·Quakebot)가 LA타임스에 가장 먼저 이를 특종 보도했다. 이제 언론사들은 속보경쟁을 할 때 다른 기자들 외에 기사 작성용 소프트웨어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회계, 행정관련 업무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사무직종뿐만 아니라 복잡한 글쓰기의 영역마저 컴퓨터가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침범해 오는데, 언제쯤이면 그들이 우리를 모두 대체할 날이 올 것인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1970년대에 제기됐고 아직도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모라벡의 역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사람에게 어려운 문제는 컴퓨터에는 쉽고, 사람에게 쉬운 문제는 컴퓨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수학적인 계산과 논리적 분석을 통한 문제 해결은 인간보다 잘하지만 그 외의 영역들, 즉 원활한 사회적 소통이나 새로운 생각 등을 창조하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수행할 수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등의 단일감각은 관련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이제 영장류의 수준으로 흉내낼 수 있지만, 어린아이들에도 가능한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사고 능력은 아직 구현되고 있지 않는 단계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스스로의 작동방식을 모르는 설계자가 자신을 재창조하려는 역설적인 상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내가 어떻게 사물을 인식하고 언어를 익히고 복잡한 사고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이러한 능력들을 기계에 부여하여 설계할 수 있겠는가.

인간 스스로의 작동방식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으로도 부족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무인자동차의 인공지능이 그 자체로 완벽하게 교통법규를 지킬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유사한 가치들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판단 및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왼쪽으로 커다란 화물차와 충돌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자전거와 충돌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무엇이 적합한 결정인지 설계자들은 알 수 있을까. 옳은 결정을 입력하는 것이 설계자인가, 아님 운전자인가.

사실 어느 결정이 가장 적합한지 설계자들도 쉽게 합의할 수 없는 문제인데, 이러한 예상 가능한 문제점이 산적한 상태에서 어떻게 인공지능 자동차에 옳은 결정을 기반하면서도 안전한 운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완성도가 인공지능의 정교함보다는 설계자들이 스스로 인공지능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역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인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마지막 열쇠인 ‘뇌’부터 이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공지능의 산업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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