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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해어화

2016-04-29

기생과 근대가요 역사적 맥락 짚으려는 시도 신선…개연성·임팩트 약한 후일담은 아쉬워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해어화

기생은 사신 접대와 변방군사 위문을 위해 고려시대 말부터 시행된 일종의 예능 복무직이었다.

조선시대 들어 장악원이란 감독청 아래 보다 체계화되었던 이 제도는 일제강점기, 권번이란 일종의 기능성 동업조합이 대두되면서 대중적 주목의 대상이 된다.

한효주 주연의 ‘해어화’는 이 시기, 절정의 기예를 뽐내던 권번 기생이 당대에 불어닥친 대중 가요의 파고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굴절시킬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사연을 설파하고 있는 시대극이다.

1943년 경성의 대성권번 부설 기생학교에서 만나 절친이 된 기생의 딸 정소율(한효주)과 인력거꾼의 딸 서연희(천우희)는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소리꾼이다. 여기서 영화는 멜로의 정석을 갖추기 위해 애정의 삼각구도를 펼쳐 보이는데 소율의 정인 김윤우(유연석)의 등장이 그것이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윤우는 최치림이란 예명으로, ‘목포의 눈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난영(차지연)의 레코드 취입곡을 작곡하는 재능있는 작곡가다. 윤우는 전통가곡 정가의 달인인 소율을 위해 ‘조선의 마음’을 작곡해 주기로 약속하나 뒤늦게 심금을 울리는 대중가요 창법의 연희에 끌려 이 곡을 연희에게 취입시켜 주고 정인의 자리마저 바꿔 탄다.

노래와 사랑을 동시에 뺏겨버린 소율은 총독부 경무국장(박성웅)에게 몸을 바치고 그 힘을 빌려 보복에 나서지만 예기치 않은 비극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된다.

전통국악과 대중가요의 서로 다른 장기를 갖춘 두 여인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재능과 사랑의 경쟁자가 되어야 했던 비련의 스토리는 시대 환경과 버전을 달리했을 뿐 익히 들어온 것이라 새로울 게 없다.

소율이 연희를 가장해 무대에 나선 40여년 후의 후일담도 흥미롭긴 하나 개연성과 임팩트가 약하다. 당대의 대중가요 연회장을 지나치게 역동적으로 묘사한 것도 거슬리나 기생과 근대가요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내려는 시도는 퍽이나 의미롭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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