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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한우 112마리 불법도축·유통 ‘이력제 무용지물’

2016-05-18

[문경] 법정 전염병이 아닌 폐렴이나 결핵 등에 걸려 폐사직전에 놓인 소가 불법 도축돼 시중에 유통되는 등 한우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문경경찰서는 17일 폐렴 등 질병에 걸리거나 의심되는 한우를 싼값에 사들여 불법 도축한 뒤, 식당 등에 유통시킨 혐의로 축산 농장주와 식당업자 등 2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식당업주 등 2명 구속·5명 입건
전염병 폐사 아닌 경우 자체매립
확인 규정 없어 신고만하면 그만
9년 동안 한번도 적발되지 않아

◆병든 소가 식탁에

경찰에 따르면 한우농장주인 A씨(59)는 2007년 1월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문경시 영순면 자신의 축산농장에서 인근지역 농가로부터 싼값에 사들인 병든 소 등 112마리를 직접 도축하거나 식당·식육점을 운영하는 업자들과 함께 불법 도축하고 이를 식육점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씨(60) 등 3명은 문경지역에서 식당과 식육점을 운영하면서 A씨로부터 사들인 위생상태가 불량한 소고기를 정상적인 고기인 것처럼 속여 손님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병이 들거나 폐사 직전의 한우는 도축장에 출하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농가로부터 정상 소값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0만~50만원의 헐값에 사들인 뒤 이를 불법 도축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농장 등에서 가축을 불법으로 도축하고 시중에 유통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력제 허점 드러나

이번 사건으로 소고기 이력제의 허점이 드러나 제도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축산 당국은 사육단계부터 도축·포장처리와 판매단계까지의 이력을 관리하고 효율적인 방역과 유통경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축산물 이력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의 경우 출생에서부터 고유번호를 부착해 최종 소비자가 농가·도축장·포장처리업체·판매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구제역이나 브루셀라병 등 법정 전염병이 아닌 폐렴·결핵에 걸리거나 송아지를 낳다가 폐사한 경우 축산농가에서 당국에 신고한 뒤 자체 매립 등의 방법으로 처분하기 때문에 불법도축이 우려됐다. 매립을 증명할 서류·사진 없이도 서면이나 전화로 폐사 사실을 신고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력제 고유번호 인식표를 함께 매립했다며 반납하지 않아도 당국은 확인조차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관리 허점 때문에 100마리가 넘는 소가 불법 도축·유통되는 동안 당국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도축장이나 유통·판매업체를 대상으로 불시에 샘플을 채취, DNA검사를 하며 이력제 준수 여부를 검사하고 있지만 이들 불법 유통업체는 9년 동안 단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

문경시와 이력제 위탁기관인 문경축협 관계자들은 “폐사한 소의 매립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인력도 절대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문경지역에는 현재 2만8천여 마리의 한우가 이력제 대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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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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