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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건강한데…이대로 죽어야 하나요”

2016-05-23

■ 대구 유기동물보호소 개‘누렁이’ 이야기

“나는 아직 건강한데…이대로 죽어야 하나요”
대구 중구 동인동물병원에 머무르고 있는 유기견. 병원을 찾은 낯선 이들을 보면 두려움에 구석으로 숨곤 한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다섯살로 사람으로 치면 마흔
입양도 어려워 안락사될 처지
사람에 원망·두려움 섞인 눈빛

난 누렁이, 다섯 살쯤 된다. 사람 나이로 치면 마흔 살이다. 난 대구시 중구 동인동물병원 3층 유기동물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내가 병에 걸려 주인이 버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버렸는지, 잃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동물보호소엔 나를 포함해 세 마리의 개가 있다. 열 살이 넘은 할아버지 개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지내고 있고, 또 다른 개는 동물보호소에 온 지 3개월 정도 됐단다. 보통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지 열흘이 되면 이곳을 떠나는데, 이 두 마리는 특별한 경우인 것 같다. 할아버지 개는 아직도 사람을 무서워한다. 낯선 사람을 보면 구석에 숨어 벌벌 떤다. 이곳에선 누구도 위협할 리 없는데.

난 이곳에 오는 동물들 가운데 그나마 ‘멀쩡한 편’이다. 길거리에 떠도는 개들 대부분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다. 심장사상충은 폐동맥에 기생하며 심장을 공격하는 기다란 기생충이다. 감염 직후에는 증상이 없다가 3~4개월 뒤 서서히 몸을 망가뜨린다. 배에 복수가 차고 몸이 붓는다. 숨 쉬기가 버겁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동물 앞에 놓인 운명은 크게 두 갈래다. 법적 공고 기간인 10일이 지나기 전 원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입양처를 찾게 되면 사는 것이고, 아니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당한다. 사는 확률은 죽는 확률보다 낮다.

이는 2011~2015년 대구시의 유기동물실적보고 자료에서 확인된다. 2011년에는 유기견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 4천759마리 가운데 32.7%(1천555마리)가 자연사했고, 31.8%(1천515마리)는 안락사됐다. 입양된 동물은 7%(335마리), 주인에게 돌아간 동물은 4.9%(233마리)에 불과했다. 4년 뒤에는 입양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유기동물 3천441마리 중 32%(1천102마리)가 입양됐다. 주인을 찾은 동물은 14.4%(496마리)나 된다. 자연사는 30.9%(1천64마리), 안락사는 21.2%(730마리)로 줄었다. 하지만 5년간 개인에게 분양되거나 원주인에게 반환돼 보호소에서 살아서 나간 동물은 자연사나 안락사를 당한 동물에 비해 여전히 적었다.

나는 두 개의 길 중 ‘죽음의 길’에 더 근접해 있다. 덩치가 크고 나이도 많기 때문이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작고 애교 있는 강아지를 원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더욱 원망스럽다. 왜 사람은 우리를 집에 데려다 놓고 기르다가 단지 귀찮아졌다고 길에 내다버릴까.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이 글은 대구 동인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동물의 입장에서 재구성했습니다.

■ 대구지역 유기동물 처리 실적보고
연도 합계 반환 입양 기증 자연사 안락사 방사 보호
2011 4759 233 335 645 1555 1515 39 437
2012 5669 396 367 176 1190 3328 47 165
2013 4335 475 887 61 1098 1720 0 94
2014 3786 518 944 0 984 1315 0 25
2015 3441 496 1102 5 1064 730 0 44
 <대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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