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0624.010370808560001

영남일보TV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전남 고흥 우미산 용바위

2016-06-24

용바위, 海龍이 바위에 새긴 ‘하늘 향한 꿈’

20160624
해돋이 명소인 남열 해수욕장을 걷는 트레커와 우주발사전망대.
20160624
승천하는 해룡이 용바위에 남겼다는 발자국과 발톱의 흔적.
20160624
웅장한 용바위 아래 반석을 걸어가는 트레커들.
20160624
용바위 반석에서 바라 본 우주발사전망대와 해무 낀 바다.

낮별처럼 반짝이는 섬들 보며 오른 산
정상서 곤내재 지나자 우주발사전망대
해무 낀 바다 모습이 흡사 12폭 수채화

남열해수욕장·해송 숲길 거쳐 용암마을
승천하던 용의 발자국 선명한 용바위
억겁의 풍상이 만든 반석 모습에 신기

고흥에는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가락이 상모처럼 돌아가는 네 가지 희나리가 있다.

고흥군 도화면 발포는 이순신 장군이 36세 때 수군만호로 18개월 동안 지낸 곳이다. 어느 날 그의 직속상관인 전라 좌수사 성박이 사사로이 편지를 보내 “내가 거문고를 만들려고 하니 뜰안의 오동나무를 베어 보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이순신의 회답은 이러했다. “이 나무는 나라의 것입니다. 또 여러해 길러온 것을 하루 아침에 베어버릴 수도 없고, 더구나 사사로운 일에 쓰기 위해 나라의 나무를 벨 수는 없습니다.” 얼핏 보면 대수롭잖은 일같으나 왕권 시대에 직속 상관의 가벼운 청을 거절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해전의 신이라는 이순신은 단지 전쟁만을 아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청렴 강직하여 역사의 귀감이 된 분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민족의 북소리다. 타악기 중 북소리가 인간 마음을 가장 잘 치유한다고 한다. 원주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저 밀림의 북소리처럼.

다음은 고흥의 소록도다. 한센병자를 집단 수용한 소록도의 애환은 인간의 가장 불행한 일면을 원색으로 보여준다. 한센병은 흔히 하늘의 형벌, 천형(天刑)이라고 하며 인간 세상에서 격리되어 몸이 하나하나씩 망가져 죽는 가장 잔혹한 병이다. 예수의 구원 중 불가사의 한 기적으로 꼽는 것이 한센병자의 치유와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 것이다. 영화 ‘쿼바디스’의 마지막 장면은 한센병 여자를 치유해 예수의 영적기적을 현실화한 것으로 막을 내린다. 소록도의 한센병자는 세 번 죽는다. 병에 걸려 인간구실 못해 한 번 죽고, 죽고 난 후 해부를 당하여 두 번 죽고, 해부 후 화장을 하여 세 번 죽는다. 소록도는 작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장구다. 그 장구 소리는 우리의 영혼을 거룩하고 신성하게 담금질한다.

고흥군 금산면 평지마을은 고흥의 큰바위 얼굴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고향이다. 1960~70년대 세계 레슬링계를 평정한 김일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설이다. 최빈국에서 겨우 경제부흥의 눈을 뜨기 시작하며 국제적으로 변변히 내세울 것 없던 시절, 그의 박치기는 우리의 희망이고 자존감이었다. 드라큘라를 닮은 근육질의 외국 프로레슬러를 한쪽 발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꽂으면서 박치기로 가격하면 상대 선수는 거의 KO되며 김일은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 국민이 기립박수를 치며 통쾌해 하고, 심지어 눈물까지 글썽였다. 세계타이틀 보유 20차례, 선수생활 30년, 1천 회 이상 시합으로 국민의 애환을 달래준 그는 스포츠 영웅이었다. 김일은 박치기를 많이 하여 두통으로 병원에 다녔다. 평소에도 늘 머리가 아파 신음해야 했다. 시합에 나가더라도 박치기를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김일은 링에 서면 국민의 환호와 열망에 보답하는 박치기를 하곤 했다. 그의 머리에서 늘 징소리가 났다. 김일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징소리를 들으며 일생을 마쳤다. 그의 징소리가 우리 가슴과 공명하여 아프게 한다.

다음은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다. 한반도 남쪽 끝자락 약 505만㎡(153만평), 드넓은 땅에 우주강국의 꿈이 자라고 있다. 고흥 우주항공클러스터 구축작업이 완성되고, 한국형 발사체 엔진이 만들어지고, 한국인 우주인이 우주를 유영하고, 저 멀리 별들을 정복하여 태극기를 꽂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하늘로 품어 올라가는 소리가 꽹과리 소리다. 우주선이 우주에 가는 것은 꽹과리의 힘이다.

이제 고흥사물 놀이의 앙상블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순신, 소록도, 김일, 외나로도 우주센터의 사물놀이는 울림이 컸다. 오로지 영적 우주로 날아간 그분들의 리듬은 느리게 시작하지만 차차 빨라지다가 어느 순간 휘몰아친다. 그분들의 영적 진화는 우리 영혼을 죄었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하면서 치유와 부활의 통로, 즉 법열(法悅) 무아경 엑스터시에 도달하게 한다. 이렇게, 고흥은 황홀경으로 치닫는 영적 사물놀이의 희나리가 있다.

◆영적 변화를 위한 자신의 우주선을

고흥 우암마을 부근 우미산 트레킹 들머리는 옥빛 바다에 푸른 탄성으로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눈을 가득 채운다. 저 한려수도의 다도해와는 판이 다르다. 남빛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은 저 바다는 무엇이며, 푸른 화관을 쓰고 낮별처럼 반짝이는 저 섬은 무엇인가. 남빛 바다를 닮아 가는 숲길은 경이롭다.

차츰 산 위로 올라갈수록 별들의 유배지 섬들이 언어를 만들며 그리움으로 우리를 반긴다. 전남의 가고 싶은 섬 6곳 중 한 곳인 낭도, 오른쪽의 작은 섬 사도, 낭도 뒤로 상화도·하화도·백야도·개도가 보인다. 제1·2·3전망대를 지나고 기 받는 능선길로 접어든다. 이제 정상까지는 1.3㎞다. 애잔한 슬픔 같기도 하고, 가슴을 사무치게 하는 서러움 같기도 한, 저 바다를 내 내면에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또 한 번 나를 바로 보는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지 모른다. 기를 받는다는 선입견에 홀려서인지, 능선을 걸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드디어 우미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 환장할 것 같은 남빛 바다를 망토처럼 두른 우주발사전망대가 보인다. 전국 해돋이 해변으로 유명한 남열 해수욕장, 내나로도·외나로도(우주센터가 있음)·소옥태도·대터태도·비사도·첨도와 이름모를 섬들이 보인다. 산길에 떨어져 있는, 하얀 별을 닮은 떼죽나무 꽃을 얼마나 밟으며 걸어 왔던가. 방방곡곡 길을 걸어왔지만 이렇게 징그럽게 아름다운 비경을 보며 걸은 기억이 없다.

나는 우미산 정상에서 보는 이 환상적인 경치를 나의 오감에 주워담기에 여념이 없다. 신이 빚은 저 자연의 기적을 내 안에서 곰삭혀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나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돌아가는 여행의 출발지는 여기 우미산 정상이 될지 모른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의 영적 변화를 향한 자신의 우주선을 가져야 한다.

◆영혼이 우주까지 날아가는 엑스터시 트레킹

앞으로 외나로도에서 우주선이 발사되면 고스란히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와 우미산 정상, 그리고 우주발사전망대는 엄청난 관광 부가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우주로 가는 길,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길이다.

이제 하산해야 한다. 내리막길은 경사였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그 기막힌 조망권이 점차 좁아지고 곤내재에 와서 한숨을 돌린다. 곤내재 지나 지척에 있는 우주발사전망대를 탐방한다. 7층 회전 카페에서 보는 고흥바다는 우미산 정상에서 보는 바다와 다른 얼굴이다. 해무 낀 남빛 공간은 바다의 안색을 살필 수 있는 판타지아를 연출한다. 용바위와 사자바위 그리고 나로도 방향까지 부채꼴로 잡히는 근경과 원경은 차라리 열두 폭짜리 수채화다. 시간은 타이태닉처럼 침몰해 가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판타지아는 떠나야 할지, 남아야 할지, 현실을 뒤죽박죽 헷갈리게 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신 뒤 결국 나는 일어서고, 데크 계단을 걸어 남열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영남면의 해안도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달려와 맞는 수평선 위 일출의 장관은 숫제 트레커를 불태워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감성이 더 리얼해지는 오후의 백사장, 그 소금기 묻어나는 대기에 알 수 없는 감동만을 느낀다. 백사장이 끝나고 유턴하면서 해송 숲길을 걷는다. 인근마을 해녀들이 바다에서 건진 해삼, 멍게를 머리에 꽂은 채로 걸어간 그 해송 숲길을, 아드리아해의 작은 무인도 팔마지나의 환상과 닮은, 나 자신의 남빛 영혼을 보며 걷는다.

여기서 차를 타고 용암마을로 이동해 마지막 일정, 영남 용바위를 트레킹한다. 용바위는 단순한 바위이기보다 리아스식 해안의 반석 위에 있는 거대한 바위다. 승천의 꿈을 품은 해룡의 전설과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발자국이 기이하여 몇 번이나 손으로 만져본다. 억겁의 풍상이 남긴 반석은 기묘한 광경으로 신비하다.

고흥 우미산, 우주발사전망대, 남열해수욕장, 용바위 트레킹은 영적 사물놀이의 신명과 신비, 영혼이 우주까지 날아가는 황홀하고, 치유적인 무아경의 엑스터시 트레킹이었다.

글=김찬일<시인 대구문협 이사>
사진=김석<대우모두투어 이사>
kc12taegu@hanmail.net

☞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고흥군 영남면 우암마을∼제1·2·3전망대∼중앙삼거리∼우미산정상∼곤내재∼우주발사전망대∼남열해수욕장∼이동 용암마을 용바위

▶문의: 우주발사전망대 (061)830-5870, 고흥군관광안내 (061)830-5347, 5637,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고흥의 여덟가지 특산품: 1품 유자, 2품석류, 3품 해미 수미, 4품 마늘, 5품 참다래, 6품 꼬막, 7품 미역, 8품 고흥한우

▶주위 볼거리: 능가사, 고흥항공축제(매년 4월), 해창만 오토캠핑장, 팔영산 오토 캠핑장, 중산일몰, 우주과학관, 나로우주센터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