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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쏙쏙 인성쏙쏙]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존경한다(敬人者 人恒敬之)

2016-07-11
20160711

영주의 소수서원은 주세붕이 안향을 배향한 백운동서원을 기원으로 합니다. 풍기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이 임금님께 사액을 바라는 글을 올려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받았습니다. 소수서원의 취지도 학문이 이미 기울었으니 다시 닦아서 일으킬 필요에서 명종은 대제학에게 소수(紹修)로 정해서 사액을 내립니다.

소수서원의 죽계수 건너편 바위에는 ‘경(敬)’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그 글씨 위에는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敬’ 자는 주세붕이 썼고 ‘白雲洞’은 퇴계가 썼다고 합니다. 바위 이름을 경암(敬巖)이라 부릅니다. 경(敬)은 공경하고 존경한다는 뜻입니다. 주역에는 ‘경(敬)으로써 마음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밖으로 드러내는 행동을 반듯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근사록에는 ‘경은 자기의 마음을 보존하는 도이고, 의는 옳고 그름이 있음을 아는 것이며 이치에 쫓아서 행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남명 조식도 경의검을 차고 다녔습니다. 검의 왼쪽에는 ‘내명자경(內明者敬)’, 오른쪽에는 ‘외단자의(外斷者義)’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경이고, 밖으로 행동을 결단하는 것은 의이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경·의 두 글자가 있는 것은 마치 하늘에 해와 달이 있는 것과 같다. 공부를 한다면서 경을 위주로 하지 않는다면 거짓된 것이다. 흩어진 마음을 수습하는 것이 바로 경을 위주로 하는 공부’라고 하였습니다.

현직에 근무할 때 남자 화장실 변기 위에는 ‘애인자 인항애지(愛人者 人恒愛之)’라는 금언이 붙어 있었습니다. 밑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사랑한다’라는 해석의 글이 있었습니다. 갓 입학한 학생들이 화장실만 다녀가면 ‘애인자 인항애지’를 외치면서 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아이가 교실로 가다가 혹시 글자를 모르면 다시 쫓아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글자를 저절로 외우게 되고 내용도 알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경인자 인항경지(敬人者 人恒敬之)’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익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 말의 기원은 맹자에 있습니다. ‘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예의 바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경한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세상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관계로 예의범절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성호 이익은 사설에서 아직도 영남에는 오륜이 있다고 했습니다. 퇴계와 조식은 벼슬을 하지 않았지만 존경받는 대표적 학자라고 칭송했습니다. 예절을 갖추고 겸양의 마음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없다고 했습니다. 예의가 있어야 다른 사람을 존경할 수 있습니다. ‘경인자 인항경지’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존경합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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